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1. '칵테일, 러브, 좀비'를 처음 읽은 건 대학교 때로 기억한다. 주위 친구들 속이 한창 시끄러웠고, 나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2) 보충척도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자아강도(30)와 불안/공포/우울이 굉장히 높게 나온 시기였다. (지금 다시 검사지 기록해 둔 걸 봤는데, 잘 살아남았다.)
2. 이번에 읽은 이유는 독서모임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고르는데, 이 책을 고른 친구가 있었다. 덕분에 몇 년만에 읽었다.
3. '칵테일, 러브, 좀비'는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총 4개 작품을 담았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다.
4. 오랜만에 책을 보기 전에 생각난 작품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자, 돌고 돌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던 모자. 죽어라 노력해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이들.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은 이유는 그 때 그 이야기만이 마음 깊이 박힐 만큼 마음이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일테다.
5.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초대'다. 나는 '초대'를 읽으면서,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고는 했는데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랬다. 사회의 폭력은 다수,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이에 의해 이뤄지는데, 특히 두 여자의 옆에 있는 남자들은 꽤나 못돼 먹었지. 클리셰지만, 겹쳐보였다.
6. 이번에 눈에 들어온 건 '칵테일, 러브, 좀비'다. 소설집의 이름과 같은데, 참 원망스러운 아버지를 보내면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모녀의 이야기다. 고통스러운 시절을 지나는 모녀의 이야기.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인가, 생각했다.
7, 단편 소설집이 좋은 이유는 마음의 건강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