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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Dec 11. 2018

배구소녀

자유연상 글쓰기

 생각해보면 완전히 평등한 관계는 없는 것 같아. 물론 그런 관계도 있겠지만 그것은 극히 운이 좋은 경우겠지. 대개는 어느 한쪽이 더 좋아하고 다른 한쪽은 그만큼은 아니기 마련이지. 연애에서도 갑과 을이 있듯이 친구 사이에도 갑과 을이 있어.


  혜선, 너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빛나는 아이야.

 쉬는 시간만 되면 네 주변에는 널 찾아온 친구들로 붐비지. 반 아이들은 널 사랑하고 선생님은 널 귀여워해. 너의 매끈한 피부, 너의 커다란 눈, 너의 명석한 머리, 너의 놀라운 친화력-누구든 1분 안에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이것들은 너한테는 있고 내게는 없는 것들이지. 그렇게 특별한 네가 평범한 나에게 다가온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가만히 앉아 공부만 하면서 애써 너의 눈부신 존재를 무시하려는 내게 넌 왜 굳이 다가와 친근하게 대했니. 왜 먼저 매점에 같이 가자고 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고 체육시간마다 같이 운동하자고 그랬어.


  친구도 없는 내가 불쌍했니.


  나는 네가 보여준 호의 뒤에 그 어떤 숨겨진 의도가 없다는 게 더 화가 나. 심지어 너는 마음씨까지도 고운 거구나. 어떻게든 너의 흠집을 잡아서 속으로 깎아내리던 나였는데 막상 네가 내게 관심을 보이니까 그것이 너무 고맙고 소중해서 바보같이 너만 보면 웃고 있어. 넌 내 어둡고 비루한 고등학교 생활의 한 줄기 빛이야. 활력이 넘치는 너와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덩달아 살아있음을 느껴. 하지만 넌 나의 유일한 친구인 반면에, 난 너의 수많은 친구 중 하나일 뿐이구나. 그 사실이 날 슬프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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