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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Sep 27. 2018

내가 패배자처럼 느껴진다면 이 드라마! 중쇄를 찍자

2회만 봤는데 이 감동 뭐죠? 

얼마 보지도 않았는데 나의 인생 드라마가 될 것 같은 '중쇄를 찍자'


보통 밥을 먹으면서 왓챠 플레이를 켜서 뭐 볼 것 없나 끄적끄적 넘겨본다. 최근에 에이전트 카터를 보고 엄청난 감명을 받았는데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거라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페기 언니. 언니 짱!


그런데 그 페기언니를 뛰어넘는 엄청난 긍정 에너지의 소유자가 나타났다.



아... 잘생겨서 넣은게 아니라 (아니 그렇다고 잘생긴게 아닌건 아님) 중쇄를 찍자 2화를 보면서 너무나 많은걸 느꼈다.


영업부 3년차 사원인 코이즈미 준. 딱히 열정도 없고 특출나게 재능이 있는 것도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상황을 한탄만 한다.



본인이 바뀔 생각은 절대 하지 않고 주변 환경만 탓한다.

매년 부서 이동을 신청하지만 자신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두려워 하며 의기소침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영업부와 편집부가 함께 하는 회의에서 편집 부장에게 와장창 깨지고 본인의 상사인 영업 부장에게도 와장창 깨진다.회사에서 동네 북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일거야. 모두가 나를 무시한다. 정말 이 놈의 회사 못 다니겠다 생각할 때쯤 편집부에서 파견온 쿠로사와 코코로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한 팀이 되어서 '민들레 철도'라는 책의 서점 영업을 나선다.



유도 선수 출신인 코코로는 정말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절 당할 것을 절대 두려워 하지 않고 시도한다. 

만화책을 철도서적 코너에다 전시하는 것을 성공할 정도로 그녀는 끈질기고 한번 생각한 아이디어는 실행해 내기 위해서 애쓴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대하는 그녀에게 서점 직원들은 3년 동안 영업을 다닌 코이즈미보다 마음을 빨리 열어준다. 



그런 코코로와 한 팀이 된 코이즈미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예전엔 영업부 유령이라고 불리었던 그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낸다. 

어떻게 하면 책을 더 팔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런 그들의 노력 덕분에 민들레 철도는 대박이 난다. 중쇄를 찍는다!

(편집자와 작가가 우는 걸 보면서 나도 울었다...)


아주 오랜시간 대작가의 문하생이었던 작가는 드디어 중쇄를 찍는 작가가 되었고 협조적인 편집자와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뛰어주는 영업부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단숨에 인기 만화로 올라서게 된다. 


아무리 좋은 만화라도 영업과 편집, 제작자의 협업이 잘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사라져버린단다.

하지만 출간 당시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작품이라 할지라도 편집과 영업, 제작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마치 차트 역주행처럼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 장면. 


영업부 부장은 비밀수첩이라고 불리는 개인 수첩을 쓰는데 아무도 그 안에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다. 

2화 초반 영업부에 갓 온 코코로는 코이즈미에게  "부장님의 비밀수첩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요?"

라고 물었고 코이즈미는 귀찮은 듯 "그냥 수첩이겠죠 뭐" 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 코이즈미는 부장님에게 대놓고 수첩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 배짱 무엇...... 사람이 너무 빨리 바뀐거 아님?)


그리고 그 수첩 안에는 서점 직원들의 취미, 특징 등 아주 소소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코이즈미는 묻는다. 이런 것 까지 적어두시냐고. 그러자 부장이 대답한다.


우리가 파는건 책이지만 상대하는건 사람이야. 
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마. 
우리의 마음을 그분들이 받아 손님들에게 전해주시는 거다. 

만화가 재밌다고해서 꼭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혼자 팔리는 작품은 없어. 
팔린 작품 뒤에는 반드시 그 작품을 판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가 파는 거야.


이 감동 뭐죠. 부쬬... 

(여기서는 코이즈미가 부장님을 오카상이라고 부른다. 호타루의 빛은 부쬬라고 하던데 뭐지)


전하려는 노력을 절대 아끼지 말라는 부장님의 말씀. 

나 역시 어떤 형태로든 사람과 닿아있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라는 말을 마음속에 깊게 새겼다. 




하철 가득 자신의 노력이 담긴 민들레 철도의 광고가 게시되고 있고 사람들 손에 단행본이 들려있는 걸 본 코이즈미.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일의 의미를 깨닫는다. 남들을 부러워하기만 할 때는 알지 못했던 나의 일.


눈물을 참지 못하고 열차에서 내린 코이즈미. 코이즈미의 신발 뒤 축이 다 닳아있다. 

이 편을 두 번 보고 나서야 극의 초반에 코이즈미의 아주 새 것 같은 신발이 등장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편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다. 극 초반의 코이즈미와 내가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과연 나는 코코로처럼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나?'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새 신발을 신고 저 신발이 익숙해지기까지 애 써보지도 않은 채 발이 아파. 가죽이 나랑 안맞아. 핑계를 대면서 일 잘하는 동료를 부러워 하진 않았을까?

사실은 내가 문제였던 건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록 코코로처럼 정말 매사에 300% 전력을 쏟아가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활짝 웃어가면서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어하는 건 그녀와 같기에! 그녀의 절반이라도 닮아가길 바라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을 다 잡는다.


코이즈미는 싫다고 말했던 그 말을 외쳐본다.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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