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박차를 가한 필리핀 어학연수

꿈을 찾아 떠났던, 다사다난한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쓴 이야기

by 에브리재이




3. 영어에 박차를 가한 필리핀 어학연수


승무원 학원을 다녔을 때 알게 된 선생님이 영어 고민을 하는 나에게 필리핀 어학연수를 추천해 주신 적이 있었다. 본인도 필리핀으로 갔다 왔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불현듯 생각이 났다. 그렇게 바기오에 왔다. 복잡한 도심이 아닌 공부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스파르타식 어학원을 선택했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4개월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스파르타답게 이른 아침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8시 반쯤 영어 듣기, 리딩으로 잠자고 있는 뇌를 깨웠다. 9시부터 점심시간까지 선생님과 1:1로 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그룹 수업이 진행되었다. 매주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시험을 쳤고 한 달에 한 번 레벨 테스트를 했다. 학원 내에 모국어 사용 시 페널티가 있어 되도록이면 영어를 써야 했다. 외출은 주말에만 가능했다. 제한된 게 많아 마치 대학교를 다시 다니는 느낌이었다. 정말 단기간 영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한국이 아닌 타국 생활을 해보니 모든 게 다 신기했고, 한국어를 보면 괜히 반가웠다. 4개월 동안의 많은 추억이 나의 앨범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항상 추운 겨울에 성탄절을 맞이하다가 난생처음으로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필리핀의 교통 버스인 지프니는 탈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았고, 외줄만 의지해 내 몸을 맡기는 게 쉽지 않은 집라인도 도전해 보았다. 선생님 집에도 초대받아 필리핀 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주말이 되면 SM 마트로 가서 일주일 동안 먹을 군것질을 사놓기도 하고 물가가 저렴해 마사지를 자주 받기도 했다. 식당을 가면 쌀이 찰기가 없어 날아다니는 걸 보며 한국 밥이 그립기도 했고 처음 외국에서 생일을 맞았는데 필리핀 선생님들이 과자에 쪽지를 붙여 선물을 주시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며 잊지 못할 생일을 만들어주셨다.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등록했던 개월 수가 지나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일을 시작하고, 워킹 홀리데이를 가거나 세계 여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보통은 3개월을 등록하고 오니, 복닥복닥 한 생활에서 마음 맞았던 사람들을 거의 다 보내고 마음 한켠이 쓸쓸했다. 홀로 남은 1개월은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같이 지냈던 친구들 중 세계 일주를 떠나는 친구도 있었고, 보통은 호주나 캐나다로 워홀을 갔었다. 내 목표와 달리 친구들의 목표는 뚜렷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4개월 동안 영어로만 내뱉으니 ‘틀리면 어쩌지’ 하며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건 많이 사라졌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이다. 그것만 해도 필리핀에 온 목표는 달성된 거지만 그래도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외항사를 위한 영어학원 1년 치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