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으로 돌아오기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중입니다

by 권명숙


나는 오래전부터 단조로운 것에서 평화를 느꼈다.


그래서 아이 셋을 키우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아침에 눈 뜨면 아이들과 밥을 먹고, 한가로이 공원에 나가 산책을 했다.

집에 돌아와 뒹굴거리다 낮잠을 자고,

책을 읽거나 인형 놀이를 하며 보내던 시간들.

조용히, 느리게, 정해진 흐름안에서 보낸 그 평범한 하루들이

지금도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페이지로 남아 있다.


막내가 네 살이 되고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함께해서 충분히 행복했지만,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나만의 시간 역시 소중했다.

그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천연화장품과 비누 만드는 걸 배워보기로 했다.


왜 하필 그것이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선택의 배경에는 늘 친정 엄마의 삶이 있었다.

비누로 척척 치대어 빨아 말린 뽀얗고 빳빳한 수건.

로션과 립스틱 하나가 전부인 단출한 화장대.

조미료 하나 쓰지 않은 슴슴한 밥상.


과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단조로운 삶.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배움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핸드메이드를 위해 갖춰야 할 도구와 재료는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마땅히 보관할곳이 없어 집안 곳곳에 쌓여갔다.


비누와 화장품이 화학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배움의 속도도 더뎠다.

점점 답답함이 쌓였고

그 배움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캔들에 관심이 갔다.

복잡한 이론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하지만 캔들 역시 새로운 재료와 도구가 필요했고

다양한 색감과 화려한 디자인은 단순함을 좋아하는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고,

그 에너지가 내게는 늘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공방을 열었고 운영을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원래의 내 마음과 멀어지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먼 길을 돌아

지금, 여기 처음의 마음과 마주하고 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