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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Aug 25. 2018

고양이에게

두 번째 보니 귀 끝이 잘려나가 있었다.

넌 어쩌다 그렇게 됐니.

쓰다듬고 싶고 보듬어 주고 싶은 것을 참느라 혼났다.

예전과 달리 고양이가, 특히나 더 무서웠던 까만 고양이조차도,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외려 남 모르게 손끝을 대어보고 또 눈을 맞춰보고 냥냥 펀치라도 맞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무 까매서 밤길에는 네 눈만 보이겠구나 싶어,

밤에 다시 너를 만나러 오고 싶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보다도 네 눈이 빛나고 있어 너의 뜬눈은 바라보기조차 힘들었다.

감은 눈을, 아니 눈이 어디 있는지조차 찾기 어려워 그저 너의 온몸을 구석구석 내 눈에 담았다.


네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

어딘가에 또 너와 같은 아가들이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요즘 눈을 크게 뜨고 다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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