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이렇게 빨리 피는 꽃인 줄 몰랐다. 이제 막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지하철역에서 나와 회사로 걸어가는 길에는 장미가 만개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막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오고 가는 길에 단 한 번도 장미꽃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장미는커녕 불어오는 바람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내가 못 보고 지나간 것은 장미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안에서, 퇴근길 마포대교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빠르게 바뀌는 풍경처럼 많은 것을 놓치고 보지 못한 채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이 회사에 다니는 일 년 동안 이렇게나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모르고 살았다. 4월의 햇살이 이토록 따뜻하다는 것. 봄바람은 장미의 달큼한 향으로 가득하다는 것. 한강 다리를 걸으면 마음이 시원해진다는 것. 평일에 일과 사람에 너무 치이는 바람에 주말에도 죽상으로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몸도 마음도 환기할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