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자!!!!
17:40
퇴근 20분 전 이미 마음은 떴다. 지금까지 하지 못한 일들은 내일 해야만 한다. 20분이라는 애매한 시간은 자칫 조금만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만감은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만심은 계획했던 퇴근 시간을 맞추지 못할뿐더러 그 시간을 10분이 아니라 1시간은 더 늦출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지난 몇 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했다. 사람은 항상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아무 화면이나 들어가서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지만 손만 적당히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부터 출근을 하자마자 퇴근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리에 앉은 지 채 30분이 되지 않았는데도 메신저에는 무의식적으로 '집 가고 싶다'를 연발하고 있다. 처음 입사를 했을 때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싶지만 동기들의 답장 역시 '집에 가고 싶다'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 나만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일이 있는 날도 있지만 일이 없는 날에는 그냥 좀 빨리 보내줬으면 좋겠다. 남아있는다고 생산성이 올라가거나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시간에 집착한담.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달력에 야근으로 도배되어 있는 이들에게 퇴근이라는 단어는 항상 욕망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퇴근은 일을 다 하고 난 이후의 일일 뿐 그렇게 큰 의의를 두지 않는다. 집에 8시에 가든, 9시에 가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젠가 한번 그들에게 '그렇게 할 일이 많아?'라고 물어보면 반반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일이 많고, 언젠가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집에 가도 할 일도 없어'의 답변이 돌아온다.
집에 뭘 하기 위해 간다고...?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물음에 대한 답변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없어 입에서만 머금는다. 나도 집에 가서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작은 보금자리로, 편히 몸을 뉘일 수 있는 침대의 품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 엄청난 압박을 주거나 회사에서 나를 괴롭히는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이라는 정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 더 어른의 가면을 쓴다. 괜히 바른 자세를 잡아야 할 것 같은 느낌에서 오는 허리를 곧게 편다. 부장님의 어이없는 농담을 듣고 빠르게 넘어가기 위해 부자연스럽게 말려 올린 입꼬리. 어제 여자친구와 다퉈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 등. 온몸의 근육들의 긴장이 침대에서는 녹아내린다. 가장 편한 옷을 갈아입고 '끄으응'하는 소리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르 아무렇게나 누워 뒹군다.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울고 웃으면서 묵혀두었던 감정들을 쏟아내고 싶을 뿐이다.
이해할 수 없기도 한 그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만큼 회사에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업무가 만족스럽고 회사라는 공간이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것만큼 편안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아직 찾지 못한 야근의 의의를 이미 찾은 게 아닐까.
17:55
마우스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여기저기 퇴근의 소리가 들란다. 서랍장을 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며 "내일 해~"라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온다. - 상사의 목소리인지 스스로 하는 말인지는 확실치 않다 - 슬슬 모니터가 꺼지고 타자를 치는 소리가 멈춘다. 아닌 것 같이 행동했지만 사실 모두가 6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6시가 가까워졌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18:00
자 이제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