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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Aug 03. 2024

소나기에서 장마

2-2

첫 번째 발자국을 찍었다!!

두 번째 발자국까지 찍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전화를 건다. 그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바로 그 순간

"나, 나 오늘 우산같이 썼어!" 거의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뭐? 진짜? 대박! 씌워줬어?"

"어, 너 말대로 하니까 씌워주던데? 넌 천재야!"

"우산같이 쓰고 지하철역까지 왔어, 어깨가 살짝 닿았는데... 나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그리고... 얘기도 조금 했어." 

"뭐라고?"

"그냥, 막 강의 어땠는지 물어보고, 다른 강의도 얘기하고 그런 거 얘기했어, 과목은 다른데 시간은 그래도 비슷한 게 많았어!"

"오 또또?"

"근데 너무 나만 말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너무 말이 많아 보였을까?"

"아냐 너 원래 말 많잖아, 사소한 건 넘어가자"

"안 사소하면 어떡해? 말 많은 거 안 좋아하면?"

"이미 했는데 어떡해, 됐어 그건 그래서 어떡하게?"

"몰라 어쩌지?"

"그러게... 뭐 저번에 동아리같이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때 봤는데, 오티였어서 또 올까?"

"일단 가봐야지 다시, 담에 같이 가볼까?"

"오 좋아! 떨려!"

"알았어 동아리 언제 하나 한번 알아보고 연락할게 나 지금 엄마한테 전화 왔어"

"알았어 잘 들어가!!"

주체하지 못하는 떨림을 안고 운 좋게 발견한 지하철 8-2 의자 맨 끝자리에 앉아 갑작스레 다사다난해진 하루를 되돌아본다. 

그나저나 나만 말을 많이 하고 충분히 마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부끄러웠던 걸까? 저번에는 안 그랬으면서 오늘은 왜 이렇게 말이 없었던 건지 정말... 비의 장막 아래 둘러싸인 극장에서 무언의 연극을 원하는 건 아니었을 텐데 그 침묵이 의미하는 게 또 있었을까? 

베개라도 있었으면 30분은 때렸을 텐데, 지하철이라 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오늘 밤도 눈뜨고 긴 시간을 보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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