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방어선
올해 맞이한 3번째 모기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까지는 갑자기 간지러운 팔과 손 때문에 잠을 깬 적이 있다. 잠을 깰 시간이 아닌데도 잠을 깨서 두리번거리며 이상한 점을 찾으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 '위이이잉' 눈을 뜨기도 싫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싫지만 자꾸 어딘가에서 맴돌아 귀를 간지럽히는 녀석 때문에 결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핸드폰을 켠다. 한두 번이 아닌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오히려 어두운 방 안에서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후레시를 켜고 찬찬히 방을 둘러보면서 천적에 대한 살의를 유지하는 것이 방 불 전체를 켜서 아무것도 못 찾는 것보단 나았다. 하지만 항상 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의 100분의 1 수준의 날아다니는 무언가를 찾기엔 밤눈이 썩 밝지 않아 종종 놓치고 만다. 어쩌다 운 좋게 발견하더라도 나의 피를 제물로 받은 모기는 힘이 나는지 요리저리 도망 다니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였다.
4월의 어느 마지막즘 모기를 만난 이후, 모기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기 시작했다. 이놈이 나를 계속 깨우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아무리 밤에 일어나 에프킬라를 뿌려봐도 살상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보이지 않는 그놈을 죽였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선잠에 드는 자신을 발견하며 모기에 대한 조치를 뭐라도 해야 했다. 유튜브를 돌려보며 모기들이 아파트에서 출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화장실의 환풍구, 베란다의 배기관을 통해,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몰래 들어오기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막아야 했다. 테무를 열었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무를 통해 창문의 물이 빠지는 작은 공간으로 모기가 들어오지 않을 수 있는 스티커를 샀다. 화장실의 환풍구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쉽게 버릴 수 있는 망으로 둘러야 했다. 마지막은 모기장이었다. 앞서 말한 것들이 1차 방어선이라면 모기장은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문득 기장을 치기엔 너무 이른 날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의 방어선을 너무 일찍 펴는 것이 아닌가, 모기장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과 약간의 귀찮음이 더해져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을 미뤄왔다.
하지만 귀찮음으로 인해 5월의 시작과 함께 모기가 한 번의 잠을 또 깨웠다. 이렇게까지 당했는데 더 이상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다음날, 당장 모기장을 침대에 설치했다. 최후의 방어선은 그렇게 펼쳐졌다. 또 언제 모기가 나타날지는 몰랐다. 아직 전성기가 아닌 얼리어답터들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마주치겠지만 그 시기가 늦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드디어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은 잠을 자고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모기 한 마리가 내 방에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나의 부산스러움이 그의 날갯짓을 자극했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상태로 날아다니는 모기를 발견했다. 아주 작은 소리로 힘없이 내는 그의 날갯짓을 보며 명백한 비웃음을 날리며 최후의 방어선이 통했음을 확신했다. 분명히, 나의 방에 잠복해 피를 빨아먹으려고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모기장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단순한 작은 전투의 승리가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한 완벽한 승리를 알리는 일이었다. 나의 피는 헌혈을 할지언정 모기 따위에게 앞으로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