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배아픔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 문명사 시리즈의 한가운데 행복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1인당 소득, 교육 수준, 치안 등과 같이 객관적인 항목들에 대한 행복과,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주관적인 행복 지수를 국가별로 나래비를 세웠을 때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주관적인 행복지수-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비율-가 높은 국가들이 객관적인 행복 지수 - 어떤 환경이면 행복할 것이다 - 가 낮은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소득이나, 안전한 환경 등이 우리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관계가 반대가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배고픔'과 '배아픔'을 골랐다.


객관적인 행복지수는 배고픔이라는 절대적 빈곤과 관련이 있다. 더 행복하려면 어땠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연봉이 1억이라면 좋을 텐데', '서울에 집이 있으면 좋을 텐데',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면 행복할 것 같다' 등의 답변을 받는다. 반면 배아픔은 상대적인 빈곤이다. 동료, 친구, 이웃들과 스스로를 비교했을 때의 결핍에서 오는 빈곤은 이미 절대적인 빈곤이 해결된 이후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절대적인 빈곤자체는 거의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1인당 GDP와 생활수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초적인 생활을 영유하는 데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부자들의 삶을 SNS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데서 오는 FOMO를 겪고 있다. 그들의 삶을 모방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등 물질적인 무언가를 영유하려고 한다.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끝이 아니다. 아이들의 1인당 사교육비 지출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아이 한 명에게 쏟을 수 있는 비용이 증가하기도 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원인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압박감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초등학생부터 의대 진학을 노리고,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과외를 받는다. 사교육비가 가장 배아픔을 잘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떠한 경제체제든 배고픔과 배아픔 둘 중 하나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배고픔을 해결한다. 공산주의는 배아픔을 해결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를 불러오고 필연적으로 배아픔을 데려온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어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지만 사실 빈익빈이라는 단어는 상대적 빈곤이 증가하는 것일 뿐, 절대적인 빈곤은 감소한다. 반면 공산주의는 배아픔을 해결할 수는 있지만 배고파져 결국 소련이 무너지게 되면서 실패했다. 이를 위해 세금을 걷고 복지를 늘리지만 자산의 크기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주관적인 행복은 경제체제가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개개인의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극복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보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 어떠한 정책도, 약속도, 합의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가 정해지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잉여생산물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 그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자리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구분되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고민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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