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 3초, 그 사이 뇌 전체에 씌워진 필터 콩깍지가 있다. '사랑에 빠진다'라는 단어가 마치 길을 가다 우연히 구덩이에 빠지는 것처럼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통제불가능한 사건에 봉착한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콩깍지도 쉽게 벗을 수 없는 필터를 의미한다. 게다가 사람은 스스로가 렌즈를 끼고 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뇌 전체에 씌우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더 이뻐 보이고, 더 잘생겨 보이거나 혹은 귀여워 보이게 하면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기겁했을지도 모르는 행동들에 대해,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만든다. 가끔씩 보이는 뾰루지 그렇게 하얗지는 않은 피부가 아름답게 변한다. 이쁘거나, 잘생기거나, 귀엽게 변한 외모는 분명히 나의 이상형이라기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없지만 아름다워한다.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을 모습들, 가끔 틀리는 문법, 투정, 잔소리 등 만약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들을 봤다면 왜 아직도 만나는지 댓글에 멍청하다며 욕이라도 달았을 행동들에 아무렇지 않아 하며, 오히려 그를 보듬어주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콩깍지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보다 더 올려치기를 해서 보게 해 준다. 마치 벚꽃나무가 벚꽃이 피었을 때만을 보여주듯이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며 설령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상태더라도 이미 꽃이 핀 것처럼 보여준다. 언젠가는 화려하게 만개한 꽃이 온 세상을 덮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한 사람을 본다. 가능성이 만개한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계속 이렇게 볼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콩깍지의 문제는 그것이 벗겨진다는 점이다. 현실은 환상을 침식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사소한 결점이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고, 단지 짜증 나게 된다. 이것이 많은 관계에서 첫 번째 위기의 순간이다.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길은 이 위기를 통과하는 데 있다. 콩깍지가 벗겨진 후에도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는가? 그들의 모든 불완전함과 실망스러운 부분들까지 받아들이고 여전히 그들을 선택할 수 있는가?
아마도 이것이 콩깍지의 진정한 목적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관계로 유인하는 달콤한 환상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더 깊은 도전을 제시한다: 환상 없이도 사랑할 수 있는가? 왜냐하면 콩깍지 너머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