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by 거의모든것의리뷰

5월은 바쁜 달이다. 어린이날부터 시작해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까지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이렇게 기념하면서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한 달 동안 3번의 날이 있어 각기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달이다. 학교에 있었을 때는 중간고사가 끝난 뒤 따뜻해진 하늘 아래서 한창 신나는 나날이 계속되는 중간이라 그날들이 이렇게 가까이 서로를 곁에 두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놓고 보니 참, 가까운 날들이다. 특히 어버이날은 아마 카네이션이라는 꽃이 가장 많이 팔리는 일주일일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네이션을 찾는다. 꽤 이름 있는 꽃집은 물론 지하철 역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카네이션을 마주하며 미리 사야 할지, 당일에 사야 할지 고민하며 근 일주일을 보낸다.


카네이션을 판매하는 꽃집들은 연휴가 시작하면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 꽃은 최소한 어버이날까지 유지되는 특수처리를 했다고 자랑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한눈에 끄는 문구들은 연휴가 시작되면서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꽃 한 다발쯤은 사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을 멈추게 만든다. 아마 그 어느 때보다도 카네이션이 많이 팔리는 연휴가 아니었을까 한다.


어버이날은 아마 미국의 어머니의 날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측되는 날이다. 일례로 카네이션을 주는 것 역시 미국에서 비롯되었으나, 이제는 미국에서 카네이션을 따로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겠다.


어버이날을 맞이하는 청년들은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어버이날에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것을 해야 적당히 부모님이 자랑도 할 수 있고 키운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꽃만 드리기에는 좀 아쉽고 너무 많은 것을 하기에는 부담되는 그 사이의 적정값은 어디일지 친구들과 동료들의 선택지를 참고하여 적장 한 중간값을 정한다. 고향이 지방인 친구들은 특히 긴 연휴를 맞아 고향을 방문하기도 하고, 용돈을 보내기도 한다. 간간히 편지를 쓰는 친구들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군대에 있던 시간 이후 편지를, 글을 쓰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사람에겐 글을 쓰는 것이 선물을 고르는 일보다 오히려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사는 나에겐 선택지가 하나 줄어든 셈이지만 매일 보는 부모님이기에 오히려 더 어렵기도 하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지만 마음을 드러내는 수단이 때로는 마음 그 자체보다 더 커 보일 수도 있고 더 작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마냥 쉽지만은 않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서 시간의 흐름이 무게추를 점점 어린이날에서 어버이날로 옮긴다. 어린이날 받았던 선물들과 이벤트들을 기억하며 마냥 신나던 어린이날의 세계에서는 어버이날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어린이날은 부모님과 휴일을 함께 보내며 각종 선물과 특별한 음식을 기다리며 다음날 학교에서 무엇을 받았는지 서로 자랑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특별한 날인데 반해 평범하게 맞이하는, 공휴일도 아닌 날이라 일상생활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부모님에게 편지 한 통, 감사한다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마냥 영원할 줄 알았던 '어린이'에서 벗어나며 어린이날이 점점 잊혀갈 무렵 어버이날은 점점 커진다. 어른이 되어가며 어버이날을 맞이하면서, 편지를 쓰더라도 한 줄을 더 쓰는 것, 어떻게 어버이날을 보낼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셨던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들의 사랑은 늘 거기 있었지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어른이 되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면서, 부모님께서 묵묵히 감당하셨던 무게가 얼마나 컸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때서야 어버이날의 진정한 의미가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카네이션 한 송이와 함께 전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보잘것없는 보답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행위 속에는 평생 다 갚을 수 없는 빚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환하게 웃으신다.

어버이날은 단순히 선물을 주고받는 상업적인 행사가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우리를 지탱해 준 이들에게 잠시 멈춰 감사를 표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잊히기 쉬운 소중한 관계를 되새기는 날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날을 통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시간의 강을 따라 흐른다. 어린이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언젠가는 부모가 되어 또 다른 어버이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 순환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가며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간다. 카네이션이 피고 지듯, 우리의 관계도 끊임없이 피어나고 변화한다. 그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어버이날은 단 하루가 아닌, 매일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감사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봄날,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에 담긴 마음이 우리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마음이 하루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따뜻하게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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