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빨간 날의 연속이다.
5월의 기나긴 연휴는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길이의 시간을 주었다. '이번 연휴 때 뭐 해?'에 대하여 수많은 답변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처음엔 길게 쉴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그러다 문득, 왜 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까진 알겠는데 그다음은? 초록창에 5월 연휴를 검색하니, 황금연휴와 5월 2일 임시공휴일의 여부만 다투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낸 이유는 석가탄신일, 심지어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쳐서, 5월 6일은 대체 휴일이 되어 긴 연휴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공휴일을 그저 '일하지 않는 날'로만 여기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아닌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시던 역사적 사건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들려주던 그날의 의미. 그때는 왜 쉬는지를 알았다. 직장인이 된 지금, 공휴일은 그저 알람을 맞출 필요 없는 아침이 되었다. 전날부터의 시작된 약속과 늦잠, 그리고 유튜브로 채워지는 하루. 그날이 왜 빨간색으로 표시됐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나만 그렇게 된 걸까? 아니면 많은 이들이 그렇게 되었을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때로는 그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이들에게 공휴일은 그저 숨 돌릴 틈이다. 의미를 곱씹을 여유조차 없는 삶 속에서, 빨간 날짜는 '휴식'이라는 단 하나의 의미만 남은 게 나 하나뿐은 아니지 않을까.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마치 어린 시절 배웠으니 이제 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5월의 기념일이 크게 다가오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 기념할만한 엄청 주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3.1, 6.6, 8.15 에도 태극기를 게양했던 어린 시절처럼 의미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되돌아본다. 설날에 세배를 하고,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것 외에, 다른 공휴일에는 어떤 의식을 갖고 있었나, 그저 잠을 더 자고, 밀린 드라마를 보고,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채웠다.
휴식을 취하는 것은 그날들이 피로 물들어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사투와 희생이 우리의 시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이런 역사의 무게를 '쉬는 날'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대체했을까. 의미를 되찾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5분만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현충일이 다가오면 조금 일찍 일어나 10시에 묵념하는 것.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 작은 행동이지만, 그것이 모여 의미를 만든다. 온 나라가 아직 그날에 태극기로 물들이는 것은 형식은 의미를 담기 때문이다.
다음 빨간 날짜가 오면, 잠시 생각해 보자. 이날은 왜 쉬는 걸까. 이날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쉬는 것과, 의미를 알고 쉬는 것은 분명 다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