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졸입니다. (feat. 호두 깨기 기법)

40대까지 살아온 이야기 1. 컴플렉스

by jin

나는 84년생 결혼 15년 차 주부이다. 남편과 초등 아들 한 명이 내 가족 구성원이다.


누구나 그럴까?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이 남이 보기에 조금 있어 보였으면 한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해 보자면 겉모습도 그래 보였으면 하는데 그건 안되니 전자를 선택했다 봐야 할까?

아니다. 그건 너무 비약적이고 나는 원래 내면에 가치를 더 두는 사람이다.

나는 감추고 싶은 부분이 드러나는 것보다 그걸 창피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들키는 것이 훨씬 더 수치스럽다.

그런데 지금 브런치에 그 두 개를 다 고해성사하고 있으니 글을 쓰며 당당하기란 쉽지 않구나

이것이 바로 '호두 깨기 기법'이라 이것이다.

내 학력에 컴플렉스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기관에 다니며 엄마들과 교류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이다. 그래도 아이가 어릴 때는 어쩌다 학교 얘기가 나오면 창피함을 티 내지 않고

'아 저는 학교 가지 않고 바로 일하며 사회생활을 했어요'라고 당당해 보이게 말할 수는 있었다.

(아! 누군가 대놓고 물어보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으니 지레 겁먹거나 오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어쩌면 굳이 그렇게 대답할 필요가 없었는데 내 안에 걸림돌이라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엄마들과의 교류에서 온 문제가 아니라 나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아이는 어느 정도 컸고 다시 일을 하려고 맘을 먹자면 할 수도 있었기에, 또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살아가기에,.


실업고를 졸업하여 성인이 되기 전부터 사회생활을 했으니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스스로의 자아상이 별로라 거기서 오는 자존감 문제가 컸었으리라. 왜 그러하냐면 결혼 전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때는 나의 학력이 전혀 컴플렉스라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부끄러운 생각일지 모르나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어도 이렇게 직장생활 잘하고 있어 그리고 돈도 잘 벌고 있고'라는 묘한 우월감까지 느꼈었더랬다. 남편은 나와 소개팅 첫 만남 자리에서 내 전공을 물어봤었는데(아마도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전공은 실례가 안 되는 질문이라 느끼나 보다 사회생활하며 꽤 여럿이 물어봤다 )

그 질문에 늘 그렇듯 "아 저는 학교가지 않고 바로 일했어요."라고 말하며 속으로 '나 좀 특별하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당당한 나 자신에게 스스로 매력까지 느끼며 말이다.

나중에 남편말이 똑똑해 보이는데 학교를 안 나와서 놀랬다고 했다. 고졸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가 보다.


본격적으로 그 얘기만 나오면 불편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사실 신도시로 이사 와서 인데, 사람과의 교류에서 에너지가 너무 잘 빨리는 나는 기술적으로 만남을 회피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이도 엄마들도 또래로 모여있는 신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 초짜가 그걸 유지하기란 조금 힘들더라. ^^;


그렇게 이사 와서 가까워진 지인과 얘기 중에 놀라는 리액션과 함께 상고 출신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앞뒤전후로 악의 없이 한 얘기였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다르게 출신이라는 그 말이 내 머리에 꽂혀 버렸다. 고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인받았다고 해야 할까? 그다음부터 학력은 정말 나의 컴플렉스로 자리 잡으며 의식적으로 학교 얘기는 피하게 되었다. 어디서나 흔히 쓰이는 단어가 쌓여온 내 컴플렉스를 건드렸을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고해성사 같은 이 글을 쓰는데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걸림돌을 깨버려야 앞으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는 방식을 바꿔 보기로 마음먹었으므로.. 다른 것보다 나를 내보이는 위험에는 늘 신중하고 득실을 꼼꼼히 따지기에 지금도 사실 뭐가 맞는진 모르겠다.

좀 더 기술적으로 내면의 거리를 유지하며 글을 쓸 수 있는 방법도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더 진솔한 이야기와 매력을 펼치려면 불가피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컴플렉스와 상처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기에.


내가 상고를 가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2편에서..)




* '호두 깨기 기법'의 출처는 지나영 교수님의 책에서 깊이 영감을 받은 '호두까기 요법'으로 단단한 껍질을 까도 나는 별이다 라는 자세를 지니는 것이다. 내가 명칭을 조금 잘 못 기억하고 있었다.

그치만 지금 나는 좀 더 강력한 용기가 필요함으로 호두 깨기 기법이라 그대로 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