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듣는 소년 리뷰
해당 글은 로스 오제키의 장편소설 우주를 듣는 소년에 대한 리뷰이다. 어느 날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하고 브런치에 리뷰를 작성하는 제안이 왔다. 리뷰에 대해서는 기한 외에 어떠한 제약 조건도 없었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차에 지인이 개인적으로 호감도가 높은 출판사라고 말을 했고,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기도 해서 수락을 했다. 책은 바로 다음날 도착 했다.
기대보다 훨씬 두꺼운 책 두께에 놀랐지만(무려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최근 퍼즐러 커뮤니티의 북앤빵이나 개인적으로 읽는 책들이 모두 비즈니스, PO 혹은 자기계발과 관련한 책들이라 랜덤 박스를 뜯는 기분으로 책을 열었다.
제목과 책표지, 그리고 짧은 추천글에서 기대했던 것은 말 그대로 어느날 갑자기 세상의 모든 사물의 이야기를 듣게 된 소년의 좌우충돌(?) 성장기쯤 이었다. 주제는 무겁다하더라도 이것을 풀어내는 서사와 에피소드들이 유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만의 기대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도입부서부터였다.
우주를 듣는 소년인 베니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주변 사물들의 이야기가 들리게 된 그 시작부터, 전혀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처음 주변의 사물의 이야기는 소년에게 소음으로 다가왔고, 그것이 사물들의 이야기라고 소년이 인식하는 것도 꽤나 현실적으로 진행되었다. 히어로물의 초능력이나, 동화 속 마법봉 처럼 기프트가 아닌 고통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가는 동안 심리적으로 꽤나 부침이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물들의 이야기들이 동화같을 것이라고, 아름답거나 재미있는 사연만 있다고 대단히 착각이었다.
어느날 베니의 교실에서 새가 날아와 창문에 부딪쳐 죽고 말았다. 그 상황을 목도한 모두는 부딪친 새의 가여움을 이야기했지만, 사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년만이 새를 죽일 생각이 없었던 유리창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울음 소리를 듣는 것이 괴로워 베니는 유리창을 깨고 말았다.
유리창처럼, 본인(?)때문에 죽은 새를 보고 슬퍼하는 인성(?)이 좋은(?) 사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인간 유형처럼 못되먹은 사물들도 있다-또한 같은 종류의 사물이 하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뒤로 학교에서 선생님을 찌르라고 소리치는 가위 덕분에 베니는 선생 대신 본인의 허벅지를 찌르는 사건으로 인해서 정신병동에 들어가게 된다.
사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년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정신병환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베니의 엄마, 에너벨 또한 남편을 잃고 직장에서 줄어드는 입지와 어느날부터 사물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 아들때문에 고군분투 중이였다. 그녀 또한 심각할 정도로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하고, 물건을 버리지못하고, 성장하고 있는 아들과의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었다.
베니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할 베니의 엄마와 담당 의사인 멜라니 박사는 정작 도움이 되질 않았다. 엄마는 아들을 여전히 품안의 젖먹이 아이로 대하고, 멜라니 박사는 본인의 프레임안에서 베니 환자의 병명 해석을 위해 줄기차게 질문을 할 뿐, 정작 베니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 베니를 이해하고 베니를 버티게 해줄 사람은 그 정신병동에서 만난 엘리스(이후에는 알레프)와 휠체어 뒤에 빈병을 가득 실고 다니는 보틀맨이었다.
주변의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던 베니는 여전히 본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여전히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병동을 나와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이미 정신병자라고 소문이 나버린 베니는 학교 대신 좋아하는 책이 있는 도서관을 택했다. (물론, 엄마 몰래) 그곳에서 베니는 알레프와 보틀맨, 그리고 본인과 연결된 책과의 대화(이야기 구성에서 베니와 베니의 책입장에서 이야기가 교차되며 서술된다), 그리고 도서관의 여러 책들을 통해서 본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상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 베니의 엄마, 에너벨은 직장과의 문제, 집주인(정확히는 그녀의 아들)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답답한 선택들을 반복했다. 그녀는 사물에 추억과 본인의 존재의 이유를 부여해서 남들의 눈에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 조차 버리지 못하고 집안 가득 쌓아두고, 과거라는 물건들과 먼지들에 짓눌려 오늘 하루조차 제대로 버텨내고 있지 못했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지나가면서 소년 베니와 엄마 에너벨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점점 꼬여가고, 도움이 주려는 주변사람들과 불협화음을 내며 삐걱거리면서 책의 마지막까지 이어 나간다. 사물을 소리를 듣는 소년에게는 성장의 순간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좋아하는 도서관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베니는 또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말도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베니의 엄마는 그녀의 정신적 문제와 쓰레기로 가득차 있는 집안의 문제로 아들마저 함께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엄마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년을 이해하게 된다. 소년 또한 그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며 이야기는 드디어, 끝난다.
책과 소년의 입장에서 반복되고, 여러 등장 인물의 이야기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얽히다보니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기조차 쉽지 않다. 어느날 우주의 소리를 듣게된 초능력자 소년의 유쾌한 성장기를 기대했지만, 조현병으로 의심받는 정신병환자 소년과 PTSD와 저장 강박증을 가진 소년의 엄마의 잔혹한 고군분투기였다랄까. 희망없는 지독한 현실적인 이야기는 자꾸만 나의 가장 힘들었거나 이제 잊고 싶은 상황을 자꾸만 끄집어내서 읽기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버거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나 또한 그 버거운 마음을 이기며 700page에 가까운 책을 다 읽어냈으니, 나만의 또 작은 성장을 이뤘을지도-
마지막으로 베니의 아버지 켄지는 재즈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아티스트라 책 중간 중간, 여러 재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럴때 마다 항상 노래를 찾아 들었는데, 책의 내용의 재즈의 선율에 따라 리드미컬하게 읽히니,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