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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사이다 Sep 23. 2017

비오는 뭄바이로_

19-21 SEP 2017

뭄바이밋업을 다녀온 주말이 지나고 바로 다가온 수, 목요일에 컨퍼런스가 잡혔다. 수요일은 인도 규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RBI round table였고(정확히는 구경을하는), 목요일은 digital money 2017 컨퍼런스였다. 수요일부터 나와 제시가 목요일에는 니나와 션이 함께 참석하기로 했다.


컨퍼런스 말고 RBI round table은 소규모이고, 포멀해보여서 아무래도 이번 인도출장에 가져온 옷들을 입고 참석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뭄바이 밋업에서 돌아오는 일요일, 피곤한 내가 피곤한 제시에게 옷을 사러가야하지 않을까 하고 물었고, 그녀는 저녁을 먹고 앰비셔스 을 가자고 했다. 저녁을 먹고 난 피곤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온 제시가 눈을 꿈뻑이며 평일에 가는게 어떨까요? 라고 했다가 본인이 이어 아니예요 평일엔 아무래도 시간이 없을테니 다녀옵시다 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같이 저녁을 먹던 셀비도 함께 하기로 했다. 


밤 외출은 처음이라 왠지 모르게 설렌다. 선선한 공기가 인도 같지 않다. 우버를 타고 몰에 도착했다. 10시에 닫으니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 막스앤스펜서부터 들렀는데 직장인처럼 보이는 룩이 어느정도 있어보인다. 어떤식으로 입어야하나 둘러보면서 눈에 띄이는 자켓부터 걸쳐본다. 아무래도 만만하게 자켓과 어울리는 바지정도로 입으면 될테지- 어느정도 마음에 든 옷들을 두고 최종으로 결정하기 전에 H&M으로 가기로 했다. 매장을 쓱 훑어보니 마음에 든 화이트자켓이 눈에 띈다. 언제가 한번은 입어보고 싶었던 룩이다. 화이트 자켓을 하나 정해놓고 어울릴만한 하의를 찾는다. 오! 동일한 색상의 반바지가 있다. 신기하게도 한때 화이트 정장이 입고 싶어서 한창을 뒤지다가 결국 사지 않았던 스타일이었는데 결국 또 이렇게 머나먼 인도땅에서 사게 되다니- 어울리는 티 몇개를 집어들고 피팅룸으로 갔다. 제시 쪽은 셀비가 살뜰하게 스타일을 살펴봐준다. 탈의실에서 나오는 제시가 블랙으로 위아래 챙겨입은게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의 이번 출장룩 컨셉은 블랙앤화이트가 될 모양이었다. 


만족하고 쇼핑을 끝내고 돌아나오는데, 제시가 신발을 사야한다고 했다. 그렇지. 옷을 사면 옷에 맞는 신발을 사고, 가방을 사고..응? 하지만 매장은 거의 다 문을 닫아가고 남은 매장이 스티브 매이든이었다. 요 브랜드도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이렇게 또 한켤레를 사야하는건가? 열린 매장이 거의 없던터라 사실상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마침 마음에 드는 신발이 있었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비슷한 다른 스타일 신발을 골랐다. 발볼이 크다던 제시는 단화 중심으로 이것저것 신어봤다. 발코가 동그란것, 날카로운것, 무광, 유광인 것 반짝이까지 발이 편한 신발을 찾다보니 제시 주변으로 신발이 쌓여 두세겹의 원이 그려졌다. 괜히 머쓱함에 제시와 눈이 마주치자 "아 이러다가 안사면 완전 화내겠다!" 라고 깔깔대는데 무슨말인이 눈치챈 점원이 아 걱정마세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보통은 이것보다 더 큰 원이 그려진다구요 라고 했다. 그렇게 제시와 나는 신발이 하나씩 담긴 파랗고 커다란 쇼핑백을 하나씩 하나씩 메어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출장과 관련해서 비행기와 호텔은 인도 오피스의 디판슈가 챙겨주었다. 화요일 밤 비행기 출발이었는데 7시 50분 출발이라 회사에서 5시에 출발해야했다. 전날 제이랑 이야기하느라 새벽5시쯤 잠들었고 늦게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저녁에 바로 출장을 가야했으니 빈속에 레드불 2캔을 드리붓고 평소와 비슷하게 8시가 좀 넘어 출근 했다. 고작 1시간 먼저 퇴근하는건데 마음이 왜이렇게 급하던지 어느덧 시간은 5시가 다가왔다. 서둘러 동료들에겐 인사를 건네고 아침에 챙겨나온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스파이스젯?' 익숙하지 않은 항공사였다. 인도 저가 항공사인듯 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이용하던 터미널3이 아니라 터미널1에서 출발했다. 국내선 전용이었다. 도착하니 터미널3보다 규모가 작을뿐이지 괜찮아보였다. 항공기명이 씌여져있는 게이트 입구에 줄을 서서 여권과 전자티켓을 펼쳐 보여주고 터미널안으로 입장했다.


구불구불 두어바퀴쯤 대기줄을 기다리는데 제시가 지금 뭄바이에 비가 온다는데 했는데 혹시 우산을 챙겼냐고 묻는다. 밖에 돌아다닐일도 없는데 우산은 크게 필요 없지 않을까했더니, 제시가 본인이 챙겼으니 같이 쓰면 된다고 했다. 체크인을 하려고 여권을 내미는데 비행기 시간이 8시 30분으로 연기되었다고 말한다. 뭐지..? 마음 급하게 퇴근까지 했는데- 에휴 말해 뭐해, 알겠다하고 캐리어를 수화물로 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크기는 작았지만 쇼핑할곳이며 먹을 수 있는 곳들이 가득차있었다. 


돈이 쓰고 싶은데 살게 없다...


제시와는 보딩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나는 몇바퀴를 돌면서 옷과 어울리는 가방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게 없어 그냥 포기하고 라운지로 올라갔다. 터미널3에 있는 라운지와 꼭 같지만 규모가 작았는데 사람이 많았어도 터미널3보다는 관리가 잘되는 느낌이었다. 맥주를 한잔할까 하다가 관두고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꺼내들었는데, 폰부터 네트워크가 먹통이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서 지오(인도 통신사)가 안되는건지, 내 폰에 문제가 있는건지 블루투스로, USB로 테더링을 해봐도 아무짝에도 쓸모도 없고 답답한 시간만 흘렀다. 이와중에 흘끔 쳐다봤던 비행기 현황판에 우리가 탈 비행기가 9시 넘어까지 지연된다고 떴다. 하..... 20분쯤을 더 뭉게다가 제시에게 전화했다. 제시 곁으로 가면 빵빵한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테니까-


가던길에 신중하게(?) 와인을 고르고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줄 맨앞의 고객의 신용카드가 문제인지 10분이 넘게 실랑이를 하는데 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귀찮아진 마음에 조금있다 사야겠다하고 고른 와인 2병을 내려놓고 제시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베네통과 맥 매장 사이에 근처에 제시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저 쪽에서 제시가 손을 번쩍들어 반겨준다. 쪼르르 옆에가서 앉으니 제시가 대뜸, 아 지오, 없애버리고 싶어요. 인터넷 안되네요 한다. 아..제시도 안되는구나 싶어서 꺼내려던 노트북을 가방안에 그대로 두었다. 한창 지오 흉(?)을 보다가 이왕 이럴꺼 맥주나 한잔하게 바에 가자고 했다. 바에 앉아서 나는 하이네켄 한병을, 제시는 녹차를 시켰다. 맥주를 거의 다 비워냈을때 가방안에 있던 김이 생각났다. 제이가 가져온 보급품(?)중에 하나를 저녁에 와인 안주로 먹을려고 챙겨왔던 것이다. 홍홍거리며 맥주를 마시는 나와 달리 내 뒤편 넘어 저 멀리 현광판을 불안한듯 시선을 떼지 못하던 제시가 뭔가 이상하니 확인해보겠다고 하면서 가방을 들고 현황판에 다가갔다. 꿀맛이 나는 하이네켄을 한모음 삼키고 짭짤하고 고소한 김 조각을 입에 넣고 헤헤 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 제시가 다급한 목소리로 '알렉사! 10분뒤 출발이예요!' 한다. 당황한 나는 남은 맥주를 빠른속도로 콜깍대며 다 비원낸 후 가방을 챙겨드는데 종업원이 계산하고 가라고 한다. 아뿔싸- 급하게 카드를 꺼내 밀고 제시를 향해서 발을 동동 구르니,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빠르게 계산을 마쳐주었다. 건네 주는 카드가 마치 바톤인것처럼 받아들고 다급하게 뛰었다. 제시는 내가 뛰는 것을 보고 탑승구를 향해 갔고 나는 빠르게 그녀를 뒤따라서 들어갔다. 비행기티켓으로 통과한 게이트 바로 코앞이 우리가 탈 탑승구였는데 아직까지 문이 열리지 않았는지 엄청난 사람들이 그앞에서  무리지어 있었다. 제시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나는 사오지 못한 와인이 못내 아쉬웠다. 분명 9시 30분까지 딜레이되었다고 한 비행기가 공지없이 20분이 당겨진 것이다. 제시의 불안이 아니었으면 아마 비행기를 놓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시가 이번 출장도 평범하지 않다며 이번 출장기도 쓸거리가 많을 것 같겠다고 했다. 나는 이 조그만 터미널에 술집, 밥집이 많은게 이상했는데 아무래도 연기되는일이 비일비재하는 것 같다며 낄낄댔다. 곧 탑승구가 열리고 사람들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런걸,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부른다. 그냥 무질서라고 부르면 안되는건가?


저가 항공사라그런지,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이동했다. 버스안에 동양인이라곤 제시와 나 단둘밖에 없었다. 인도인들이 바라보는 노골적 시선이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갇혀 있는 공간에 있으니 시선이 더욱 느껴진다. 비행기앞에 도착한 버스문이 열렸다. 스파이스젯이라는 비행기는 빨강색으로 랩핑되어있었다. 


갑시다! 뭄바이로!!!


비행기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책을 읽겠다고 아이패드를 꺼냈고 제시는 얼마전서부터 해결되지 않은 UX 고민을 풀기 위해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아침에 드리부은 레드불의 효과가 끝났는지 눈커풀이 무거워졌다. 자다 깨다 옆을 바라보면 제시가 애꿎은 볼펜머리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충 2시간쯤 가까이 되었을때 안내 방송이 나왔다. 벨트를 하고 의자를 바로세우고 착륙준비를 하라는 방송이겠지- 굳어진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는데 제시는 여전히 불펜머리를 씹고 있다. 기내식은 먹었냐고 묻자 제시가 저가항공답게 유료라서 먹지 않았다고 했다. 자느라 기내식을 놓친게 아쉬웠는데 유료였다니 다행(?)이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비행기앞에 대기하는 버스를 탔다. 뭄바이에 비가 온다더니 다행히 도착했을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폰을 꺼내든 제시가 뭄바이에 왔더니 지난번 처럼 지오가 잘터진다고 흡족해 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건물안으로 들어서니, 지난번에 도착한 터미널이 아니다. 아무래도 국내선에서 출발 해서 그런가보다. 짐을 찾으려고 현황판을 보는데 우리 항공기번호가 뜨지 않는다. 우선 사람들을 따라서 짐찾는 곳으로 이동해서 서 있었다. 아직도 다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임시로 세워진 공항 부스 중에 스파이스젯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왜 저렇게 많은거지? 가볼까 하다가 짐찾는게 우선이겠다 싶어서 짐찾는 벨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바라나시에서 출발한 비행기 번호가 씌여있는 벨트에서 내 가방을 발견했다. 방가운 마음에 뛰어가서 가방을 꺼내고 제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우리 비행기가 너무 일찍 도착했나. 그럴리는 없는데- 우리와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도 별다른 동요 없이 짐을 찾길래 역시 인도군 하며 제시의 캐리어를 기다렸다. 5분정도 지나서 제시의 캐리어가 나왔고, 아까 스파이스젯부스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스쳐 지나 밖으로 나갔다. 뭔가 다들 종이를 들고 있길래, 이벤트상품같은거라도 주는 건가 싶었다. 


우리 짐을 찾았던 바라사니 벨트(?)


오! 지난번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을때는 와인 살 곳이 없어서 낙담했는데, 짐찾고 나오는 길에 와인파는 샵을 발견하고 방가운 마음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맥주랑 먹다 남은 김과 와인을 마실 생각에 와인을 2병을 사고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국내선이라서 그런지, 지난번 도시적이고 힙했던 공간과는 전혀 달랐다. 커리어를 덜그덕거리며 끌면서 제시가 델리 공항보다 구린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우버나 올라로 부른 택시를 픽업하는 장소는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까부터 제시가 GPS가 지금 우리 장소를 못잡는것 같다고 했다. 나도 폰을 꺼내서 확인해봤는데 계속 델리 공항에 좌표가 찍혀있었다. 지난번에도 그런적이 있어서 폰을 껐다 켰는데도 GPS가 오동작했다. 제시는 아무래도 관제탑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잘안잡히는것 같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강제로 출발지를 변경하고 도착지에 묵을 호텔명을 넣었다. 


GPS 방해전파(?) 발사하던 뭄바이 공항의 관제탑


택시가 잡혔는데 지도를 보니 우리가 있는장소와는 영 다른 곳으로 가는것 같았다. 주변에 안전요원에게 전화기를 넘기니, 장소설명에 한창이다. 한창을 설명하더니 운전사가 오지 않는단다. 영문도 모른채, 취소를 하고 다시 택시를 불렀다. 역시나 우리가 있는 장소를 잘 못찾아오는 것 같아,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그 사람도 한창 설명하더니 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 뭄바이 왜이러지- 우리가 당황한듯 보이자 한 운전사가 800에 가주겠노라 했다. 우버에서 찍은 비용은 500이었는데 800이라니, 제시와 나는 웃기고 있네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리 대신에 딜을 해주고 있는 안전요원-


우리를 도와준 주차요원, 관리요원들이 어딜 가냐고 물었고 제시는 답답한 마음에 호텔 바우처를 꺼내들었다. 폰을 하나를 두고 제시, 주차요원, 관리요원이 한창을 얘기했다. 시간은 새벽 1시가 가까워오고 우리는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결국 우리가 800은 너무 비싸다 하니, 주차요원 아저씨가 적당히 700이 가주라고 운전사에게 말했고 운전사는 마지못해 오케이를 했다. 어이...우리가 다 알고 200 더주는데 왜 마지못하냐...


그러니까 얘네 둘이 어딜간다는거야 대체..???


제시가 호텔 장소를 찍고 상세한 지도를 기사에 보여줬다. 기사가 갸우뚱 거리면서 주변 관리요원에게 뭐라고 하자, 주변에 있는 인도인들이 제시를 둘러쌌다. 운전사를 포함해서 관리요원과 주차요원이 그들도 답답한지 힌디어로 말을 했고 운전사는 제시에게 우리가 가려는 호텔까지 1200km인데 진짜 차를 타고 가겠냐고 했다. 드디어 참고 참았던 제시가 폭발했다. 제시는 헤이헤이! 리스투미! 어??!! 위아 뭄바이!!! 위아 고잉투 뭄바이호텔!!! 어!! 이 나쁜놈들! 







'....어?'



제시와 운전사와 흥정하는 모습을 보던 내 머리속에 갑자기 몇가지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제시!?!?! 우리 델리인가봐요!!!!?!!?!!!'


제시는 눈과 입이 커다랗게 벌어진 채로 순간 정지 상태가 되었다. 주변 인도인들은 이제서야 니들이 알아챘구나 하는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우리를 쳐다봤다. 내 입으로 말해놓고도 믿겨지지 않았던 내가 옆에 있던 주차요원에게 우리 델리 맞죠? 네? 우리 델리 맞는거죠? 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응 니네 델리야 라고 했다. 저 뒤에서 바라보면 한 관리요원이와서, 니네 비행기 회항했어 라고 말했다.


제시와 나는 조용한 새벽의 "델리"공항이 떠내려가라 미친듯이 웃었다. 아 우리 미쳤나봐요. 얘네들이 우리 미쳤다고 생각했을꺼야. 아 진짜 미치겠어. 이게 뭐야!!!! 옆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여행객으로 보이던 애들이 다가와서 우리도 니들이랑 똑같이 너무 당황스럽다고, 근처 호텔가서 자고 영수증은 항공사에 청구하라고 하고 뒤돌아 떠났다. 아니요..저희는 숙소가 여기에 있는걸요....


비가 온다던 뭄바이는 비가 오지 않았고, 비행기에서 내렸던 버스에 분명 웰컴투델리라고 적혀있었다.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을만큼 인도인들의 흔한 '나이브'함이라고 여겼다. 짐찾는 곳에는 우리 항공기 번호도 없었고, 스파이젯 항공부스에 종이를 들고 몰려있던 인파가 생각났다. 


'하...'


제시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분명 본인은 비행중에 내내 깨어있었는데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번은 놓칠 수 있었어도 두번은 놓칠리 없다 했다. 그렇다면 방송을 1번 이상은 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눈치 못챘던 또 하나의 이유는 비행기안에서나 사람들이 몰려있던 곳 어디에서도 동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작은 웅성거림 조차 없었다. 관대한 인도인들같으니...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자 이제서야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터미널에 다시 가서 상황을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짐을 끌고 터미널로 향했다. 입구에 다 와서는 아, 한번 나오면 못들어간다는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정신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은 것 같았다. 다시 자동차 픽업 장소로 이동하면서, 공항에 내리자마자 뭄바이라 지오가 잘터진다고 했던 것, 관제탑이라 GPS가 안터지는 것 같다는 둥 내뱉은 말을이 생각나 낄낄 대며 웃었다. 마침 내 손에 들린 와인 2병도 왜 이렇게 웃긴거냐, 대체 와인은 왜 산거냐고 한창을 웃었다. 


GPS는 죄가 없다. 관제탑도...


다시 찾은 픽업장소는 을씨년했다.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났는지 결의에(?) 찬 택시기사들만 있었는데 우리가 다시 다가오자 아무래도 아까 사건으로 온동네에 호구라고 소문이 났는지 이것들이 1200을 부른다. 400이면 가는거리를 1200이라니, 우릴 바보로 아냐는 표정으로 응수했지만- 델리를 뭄바이로 착각한 바보들의 표정이 위협적일리 없다. 아저씨는 곧 니들이 이 야밤에 1200 아니면 갈 수 있겠냐고 빈정댔다. 어이 없는 표정으로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더니 다시 돌아와서, 알았어 내가 800에 가줄테니까 빨리 타라 라고 협박을 한다. 보통 흥정하는 모습과 달리 호전적인 모습에 제시는 바로 경계하고 나보고 어서 자리를 피하자고 했다. 길건너 터미널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고 우버를 켰다. 아까부터 너무 잘 작동한 GPS는 우리가 델리 국내선 공항이라고 가르켰다. 숙소를 목적지에 찍고 호출을 했고 택시는 곧 잡혔는데  다른 한쪽에 20명쯤 몰려있던 사람들 중에 한명이 콜을 잡은 모양이었다. 늑장을 부리자 제시가 용감하게 그 무리로 전진하려했다. 위험하니 차를 가지고 오면 그리로 뛰어가자고 제시를 말렸더니 그녀가 빠르게 집에 갈 생각만했다면서, 뭐에 홀린것 같다고 했다. 제시는 정신을 다잡고 전화를 걸어 늑장부리는 기사에게 빨리 차를 가지고 픽업장소로 오라고 했다. 


저 멀리 무리에서 한명의 기사가 빠져나가 차를 몰아 픽업장소로 들어오자 나와 제시는 캐리어를 들고 차를 향해 뛰었다. 아까 그 호전적인 기사가 우리 뒤통수에 대고 어이 750에 해줄께 라고 외쳤다. 



익숙한 길이 이어지고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제시가 검색을 하더니, 지금 뭄바이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회사나 학교에도 안가는 상황인데다가 우리가 탔던 항공사의 다른 비행기가 10시 30분쯤 착륙하다가 진흙에 쳐박혔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난리에 우산 안가져온것을 걱정하며 비행기를 탔던 것이다.



시간을 보니 사고가 나서 비행기는 바로 델리 공항으로 회황한것 같았다. 마침 2시간이 걸려 내리니 당연히 뭄바인줄 알았던 것. 세상에 살다 비행기가 회항하다니, 아니 그래도 그 쳐박힌 비행기에 타고 있지 않은게 어디에요. 정말 그 비행기에 탔다면 당분간은 비행기 못탔겠죠. 그런데 내일 우리 출장은 어쩌죠? 출근을 해야하는걸까요? 7시 30분 비행기가 마침 있네요. 근데 그걸 타는건 몸도 마음도 무리겠죠. 우리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대화를 띄엄띄엄하다가 긴장이 풀린 채 곧 잠이 들었다. 




끝.



덧1. 위의 바라나시 현광판 사진을 보면 하단에 델리 공항이라고 써있다.

덧2. 위의 관제탑 사진을 보면, 우리가 확실히 델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릭샤의 색깔이 검정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그땐 몰랐지... (좌. 현황판 사진 아래 델리공항, 중. 관제탑사진의 노랑초록믹스 델리릭샤 우. 검정색인 뭄바이릭샤)



 

이어지는 이야기는 진짜 출장기로-

정작가의 https://brunch.co.kr/@jesse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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