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렉사이다 Sep 20. 2017

누가 바라나시를 좋다고 했나?

6 ~ 7 AUG 2017

첫번째 출장 기간은 2주였다. 나의 첫번째 인도행은 그렇게 갑작기 결정되었다. 1년 비자 대신에 급하게 1회용 e-Visa를 급행으로 발급받았다. 1년 비자의 몇배나 비싸게 값을 치루고, 놀랍게도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비자가 발급되었다. 인도시간으로는 새벽 1시에 도착했는데 e-Visa 이미그레이션은 별도의 공간에 있었고, 다른 곳과 달리 수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1년 비자를 가지고 있던 영, 니나, 제시, 에이미는 바로 나갔고 e-Visa를 받은 앤디와 나는 한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했다. 결국 새벽 3시가 다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정신도 없고, 피곤이 몰려왔다. 그게 인도에서의 첫날이었다.


첫날 숙소의 아침- 내가 눈뜬곳이 인도인가 서울인가




일주일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주말이 다가왔다. 운이 좋게도(?) 돌아오는 금요일이 인도의 공휴일이었다. 허허허- 개이득.


사실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로 어딘갈 가긴 가야하는게 아닌가? 라고는 생각했지만 무언가 정확히 하기에는 귀찮은 상태였다. 그리고 더욱 웃긴건 제시, 니나, 영 도 모두 같은 상태였다는 것-


그래도 그중 가장 적극적(?)으로 장소까지 정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제시였다. 제시가 바라나시를 가볼까 한다는 말에 다들 올타쿠나 저도요, 저도요! 라고 손을 들었다. 순간 제시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으나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마침 지난 주에 샐리가 바라나시를 다녀왔는데, 아직도 여행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바라나시가 엄청 좋았고, 투어도 좋았으며, 양념치킨도 너무 맛이있었고, 바라나시 골목들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다고 추천했다.


샐리는 철수를 통해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철수는 바라나시에서 유창한 한국어실력을 가진 인도인 여행가이드로 유명인사였다.  샐리가 철수를 알게 된 것은 묵고 있는 숙소의 박사장님의 추천이었다. 샐리의 강력한 추천과 믿음직한 철수 덕에 우리의 여행의 실체화는 급물살을 탔다.


바라나시라니, 매번 티비를 통해서나 보던 그곳인가? 갠지스강, 인도하면 나오는 곳! 정녕 그곳을 간단말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티비를 통해 바라보면서도 내 인생에서는 전혀 없을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인도는 개인적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곳이니까.


금요일에서 토요일까지 1박 2일이 애초에 계획이었으나 비행기 티켓가격이 너무 올라서 토요일-일요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변경하고서도 인터내셔널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아 한참을 고생하다가 결국 영과 제시는 토요일 오전 9시에 나, 에이미, 니나는 오전 10시에 각각 다른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하는 당일, 영과 제시는 오전 9시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출발했고 남은 우리는 느긋하게(?) 일어나서 우버를 불렀다. 숙소앞에서 우버를 타고 백미터쯤 갔을때 니나와 에이미가 여권이 없다는걸 알아챘다. 인도 국내선이라 마음을 놓았던 걸까- 그래도 바로 알아챈것이 다행이었다. 우버차를 다시 숙소로 돌리고 둘이 다급하게 내려 숙소로 뛰어올라갔다.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부칠 것도 없이 수속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중에 영과 제시는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위로 메시지를 건내고 우리는 쇼핑을 시작했다. 쇼핑할만한 샵이 많은것도 아니었지만 마침 베네통에서 세일하길래 한창을 구경중이었다. (난 결국 옷한벌을 사버림). 바라나시로 가는 비행기 게이트가 바뀌었다고 방송이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서 화면을 보니, 아직 보딩 시간이 남았는데 Final call이라고 뜬다. 마음이 급한 셋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변경된 게이트로 달려갔다. 숨을 헐떡 거리며 티켓을 드리미니 직원이 티겟에 인쇄된 게이트로 가라고 한다. 아니 무슨소리야 게이트가 변경되었다고 했잖아! 라고 하니 귀찮은 듯 손사래를 쳤다.


그곳에서 이동해야할 게이트는 꽤 거리가 있었고, 보딩시간은 이미 지나있었다. 급한 마음에 인도 공항에서 전력질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게이트에 도착하고보니 가방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다. 다행히 뒤에서 따라 달려온 에이미가 떨어진 물건은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는 정확히 티켓에 인쇄된 그 게이트에 있었다. 게이트로 달리는 중에 처음에 찾은 게이트는 오전 9시에 출발해야했던 그리니까 연착중인 제시와 영이 타고 있던 비행기라는 것을 알아챘다. 한시간은 넘게 서둘러 먼저 떠난 제시와 영이 우리와 비슷하게 출발한다는 사실이 웃겼고, 그 와중에 게이트를 쓸데 없이 헷갈린 우리도 너무 웃겼다.


스케줄대로라면 바라나시 공항에서 1시간 정도 제시와 영이 우리를 기다렸어야 했는데, 연착되는 바람에 다행히도(?) 그들이 우리를 거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여행시작부터 불길하다. 바라나시 공항에 철수가 픽업을 나오기로 했었는데 스케줄이 꼬이는 바람에 우리가 직접 렌트해야만 했다. 공항에서 나서자 바로 좌측에 렌트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크게 호객하는 행위도 없고 어딜 가냐는 물음에 바라나시를 간다니까 좌측 끝에 있는 부스를 가르킨다. 다가가니, 종이 한장을 내민다. 장소가 적혀있고 거기에 해당하는 가격이 적혀있다. 인도 경험이 풍부한 동료들이 의심부터 하고 본다. 하지만 우리에겐 든든한 철수가 있지 않은가? 철수에게 전화를 거니 우리와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고 렌트 회사 직원들과 힌디어로 그들이 우리에게 말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다행히 그들이 말한 정가제라는 것이 진짜였고, 우리는 그 가격으로 바라나시까지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우리를 환영하는 인파는 당연히 아니다.



가격을 치루고 공항 밖으로 나서자 뜨거운 태양빛에 더운 공기가 확하고 방긴다. 5명의 여자들이 우르르하고 걸으니 근처에 있던 인도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는 고작한다는 말은 재팬? 이었다.


드라이버를 따라 자동차가 주차된 곳으로 한창을 이동했다. 5분쯤 걸었고 드라이버는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에 바짝 달궈진 자동차를 가르켰다. 분명 저 안은 이 밖보다 뜨거울테지- 내지키 않는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승합차 맨뒤로 몸을 쑤셔 넣었다. 역시나 엉덩이에 닿는 시트부터 뜨거운데다 공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에이씨!!!! 에이씨!!!!!(에어콘! 에어콘!)"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고 에어콘의 찬 바람이 차안을 채우면서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라나시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초반에 잘닦인 도로를 달릴 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비포장 도로로 들어섰다. 짧은거리에 대비해서 소요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를 알았다. 이런거리를 따라 달라지자면 1시간 30분이 걸릴만 할테니까- 구루가온에서 봤던 풍경들과 사뭇다른 풍경과 건물들이 펼쳐졌다. 내가 미디어를 통해본 인도는 그 당시 보고 있던 풍경에 더 가까웠다. 구루가온과 델리는 인도가 아니었다.


이와중에 열일하는 LG와 삼성. 캬- 국뽕에 취한다.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차안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우리의 "우아!"는 멈출지 몰랐다. 한창을 달리던 자동차는 1시간을 조금 더 달렸을때 차가 멈췄다. 우리는 도착 15분전에 철수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고, 1시간 30분에서 20분 이상 더 남은 이 상황에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철수를 만나기로 했다는데, 난데 없는 뜻밖의 장소에 차가 멈추니 우리는 일동 당황했다. 차에서 내리라는 운전사 말에 단체로 "노오오오오!!!!"라고 외치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철수에게 전화를 걸어 운전사에게 건넸다. 운전사는 한참 통화하고 전화를 건네 받았다. 철수는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차밖으로 나왔다. 티비에서 보던 인도의 한 중간에 갑자기 텔레포드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짧지만 길게 느껴지던 5분이 지나자 철수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정확하고 깨끗한 한국어발음- 우리 5명은 철수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골목의 끝이라고 보이던 길에 이어진 또다른 작은길로 들어서자 미로같은 길이 나왔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주변을 살필 새도 없이 시선은 똥으로 가득한 바닥을 요리조리 피하고 앞서가는 철수를 쫓느라 바빴다. 철수는 운전사가 조금 더 가까이 올 수 있었는데 오지도 않고 중간에 내려준거라고 했다. 대답을 하는 하는둥 발꼬락에 힘을 가득 준채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철수를 바짝 따라나섰다.


앞서가는 철수, 당연한듯 그 자리에 있는 소



한창을 골목을 이리저리 통과해서 도착한 곳은 철수네 까페였다. 정확히는 깨끗하고 후미진 방이었는데 좁게 붙어 앉으면 8명이 마주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2개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곳엔 에어콘과 심지어 와이파이가 있었으니, 처음 들어섰을때는 "이게 뭔..."가 했지만 바라나시에 있는 일정동안 사실 그곳은 가장 시원하고 가장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이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메뉴판은 완전한 한국식당의 것이었다. 샐리의 강추메뉴인 양념치킨은 저녁에 먹기로 하고 점심을 주문했다. 바라나시에 왔다는 실감도 나지 않은 채 더럽고 꿉꿉한 느낌으로 바라나시까지와서 라볶기와 김밥을 먹으니, 이게 뭔가 싶었다. 기가 막혀 웃음이 난다랄까.


땀을 식히고, 배를 불리고 나니 눕고 싶었다. 철수를 따라 나와 두세번쯤 골목을 돌아 꺾으니 길의 끝이 났나 싶었는데 그곳이 바로 갠지스강이었다. 좁은 골목길의 끝, 계단 아래가 바로 갠지스 강이었고, 바로 그 앞에 우리가 하루동안 묵을 숙소가 있었다. 갠지스강을 처음 마주한 순간은 마치 영화 같았는데 어둑한 골목을 따라 어둠에 익숙해져있는 눈으로 어두운 골목 바로 저편에 있는 갠지스가 강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몇초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갑자기 밝아진 풍경에 눈이 적응해야했기때문이었다.


밝은 빛에 눈에 익숙해지자 마법처럼 나타난 갠지스강


일동 모두 우아! 하는 감탄이 나왔다.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마주한 탓도 있을 것이고, 그 유명한 갠지스강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넓은 것에도 모두가 놀랐다.

 

감동이 다할때까지 기다리다 숙소 로비에 들어섰다. 쾌적함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불안감이 언습했다. 들어간 층 복도 옆으로 밖으로 잠겨진 자물쇠를 열고 방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방안은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였으나 그 기대는 곧 무너졌다. 그리고 분명 샐리의 말에 따르면 높은 층에서 바라보는 갠지스강 풍경이 꽤나 근사하다곤 했으나 들어간 방에서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숙소 주인에게 방을 바꿔달라고 했고, 2층인가 3층인가 따라 올라갔다. 이미 방안의 상태는 기대를 저버린 상태고, 풍광이라도 좋아라 싶어서 문을 여니, 그래도 다행히 문을 열었을 때 우아! 라는 말이 나왔다. 모서리에 위치한 방이라서 2면이 모두 큰 창이 있었다. 큰창으로는 파노라마(?)처럼 갠지스강과 강을 따라 가트가 쭉 보였다. 옆 건물에 원숭이도 돌아다녔다. 짧은 감격의 순간이 끝나고 꼬질꼬질 먼지가 빽빽하게 낀 더러운 에어컨이 시선에 들어왔다. 과연 작동은 할까? 에어컨을 키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미적지근한 바람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래 곧 시원해지겠지.


숙소에서 바라본 갠지스


피곤한 몸을 침대위로 던졌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뒷통수에 눅눅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다들 웃으면서 시선이 마주쳤는데 아마도 조금은 서로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방 2개를 빌렸는데 나머지 한방에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한 침대에 모로 구석으로 테트리스처럼 5명이 누워서 잠시 쉬었다.


"악!" 갑자기 니나가 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에이미가 소리를 질렀다. 도마뱀 두마리가 벽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들 이어서 메들리처럼 소리를 지르다가 진정한 니나가 폰을 들어 도마뱀을 찍는다.


5시에 철수네 보트를 타러가는 것이 일정이었는데, 그전까지 시간이 남기도 했고 사실 숙소에서 더이상 편하게 쉴수 없을 것 같기도 해서 미리 나가서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밖으로 계단을 내려가서 우측으로 가트를 따라 쭉 걸었다. 길은 진짜 말 그대로 깨끗한 구석없이 더러운 것들로 차있었다. 아마 소들의 똥들과 그것을 밟은 흔적들이 뒤섞여서 내 발 하나 안전한 곳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반쯤은 땅을 본채로 반쯤은 앞을 보며 길을 이동했다.


물이 닿지 않도록 요리조리 피하면서 걸어간다.


일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일부는 장난스럽게, 또 일부는 자기네 보트를 타라고 영업을 했다. 철수네 보트를 탄다고 하면 영업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바라나시 청년이 샤워하는걸 유심히 바라보는 영


진짜 TV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갠지스강에는 진짜로! 사람들이 수영하거나, 목욕하거나, 혹은 종교적의식(?)을 하고 있었고 또 그 와중에 소들도 그 사이에 껴있었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면서 가트를 2-3개쯤 이동하다가 골목을 구경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라씨를 먹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나마 깨끗해보이는 계단을 따라 가트 위로 올라갔는데 올라갈수록 화장실 냄새가 심각하고, 길위의 상태도 발디딜틈이 없어지자 차마 더 이상 용기를 내지 못하고 뒤돌아 내려왔다.


영, 제시, 에이미가 납치된줄 알았던 시바가 태어났다는 사원


노란색으로 칠해진 화려한 건물이 계단 끝에 있었다. 건물 앞에서는 물속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나오는걸 보니 사원같이 보였다. 제시가 들어가보고 싶다고 운을 띄우자 다들 잠시 머뭇거린다. 우리를 머뭇거리게 했던 것은 바로 맨발로 계단을 올라 사원안으로 들어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맨발로 물기 가득한 계단만큼은 밟고 싶지 않았다. 계속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우물쭈물하는 제시의 모습을 본 영이 같이 가주겠노라 먼저 신발을 벗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바로 제시도 따랐고, 에이미도 '엇! 저도 갈래요!'하고 뒤를 따랐다. 나와 니나가 눈이 마주쳤다. 들어갈꺼냐고 묻자, 니나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니나마저 들어갔으면 나도 아마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


사원옆에서 짜이를 팔고 있다.


사원앞 계단근처에서 니나와 나는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부부로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누군가 그 둘의 사진을 찍어줬는데 노부부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5분, 10분이 지나는데 그들이 나오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니나가 전화를 해보아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5분이 더 지났다. 투어를 약속한 오후 5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니나와 눈이 다시 마주쳤다. 들어가봐야하나- 5분만 더 기다려보고 오지 않는다면 들어가보기로 했다. 셋이 혹시 포로(?)로 잡혀있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은 더디게도 흘러갔고 몇분쯤 지났을때 방가운 얼굴들이 문앞에 나타났다. 이마에 뭔가를 잔뜩 묻히고서- 그들의 안전과 내가 맨발로 계단을 밟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자마자 흰색옷을 입은 사람이 셋을 데리고 다른데로 향하려고 하는게 보였다. 나와 니나는 다급해서 빨리 내려오라고 했고 영은 그 흰색옷입은 사람에게 가야한다고 말을했지만 그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우리와 흰색옷을 입은 사람을 사이에 두고 어쩔줄 모르는 에이미와 제시를 두고 영이 빠르게 그를 쫓아갔다. '어디가요!!!! 돌아와요!!!' 라고 소리를 질렀고 영은 바로 옆 작은 방안으로 흰색옷을 입은 사람을 따라 쏙 들어갔다. 이번에는 금새 나왔는데, 그 작은 방안에 시바신이 있었고, 시바신에게까지 인사를 하고 가라고 흰색옷을 입을 사람이 끌어낸 모양이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은 채로 계단을 내려오면서 에이미와 제시가 사원안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준다. 아빠, 엄마 이름을 말하면서 인도신들에게 기원하는 것을 시킨 모양인데, 신들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린 모양이었다. 이제 안전하게 돌아온 그들의 이마를 보니 하얀색으로는 가로줄로 세줄이 그어져있고, 눈썹사이에는 주황색 점이 찍혀있었다. 그들의 이마를 보고 있자니 왜 인지 모르게 이제서야 바라나시에 온게 실감이 난다.


바라나시 공주 에이미


사원 이야기를 들으며 철수네 보트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이라고 이름 붙일만큼도 아니지만-  근처에서 머물고 있는 멍뭉찡들은 한가롭게 경계태세라곤 없이 편히 낮잠을 자고 있었다.



출발한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아직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더 모여야 하는 모양이다. 철수가 한국에 특화(?)된 가이드다 보니 아무래도 투어에 참석하는 대부분 (아니 전부)는 한국인이었다. 단체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우리처럼 몇명씩 무리지어 여행온 사람들도 보였다.


배에 탑승을 하고 배는 서서히 출발했다. 유창한 한국어로 바라나시에 대해 철수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투어는 오후시간에서 밤까지 이어지는데 갠지스 강을 따라 1번 가트서부터 마지막 가트까지 이동하는 코스였다.


철수보트 투어 시작


아까부터 등장한 가트를 이야기하려면 왜 사람들은 바라나시에서 죽고 싶어하는가? 왜 가장 홀리한 장소인가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유려한 한국어로 철수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인도에 신들이 엄청 많은데, 그 신중에서도 위아래가 있다. 신들중에 으뜸인 시바신과 (정확히는 시바의 부위중 머리), 시바의 딸인 강가가 태어난 장소가 바라나시이기때문에 인도인들은 바라나시가 가장 홀리하다고 생각한다. 화장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시대를 풍요롭게 누렸던 사람은 다시 태어나서 힘들게 살기 싫고, 불가촉천민으로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다시 또 힘들게 살기 싫다는 이유다. 그래서 가장 홀리한 바라나시에서 화장을 하면 다시 태어나기 싫어하는 바램이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죽어서 바라나시에서 화장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죽고 난뒤 바라나시에 도착한다면 시체가 부패되기 때문에 바라나시에서만 죽은 경우에만 그 장소에서 화장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인도의 왕들이 죽을 때가 되면 바라나시 강 앞에 본인들이 죽을때까지 지낼 화려한 건물을 지었다. 수상도시처럼 물가에 바로 앞에 건물들이 지어지는데 왕의 이름과 계단을 뜻하는 가트를 합쳐서, XXX가트가 갠지스강을 따라 84(?)인가가 늘어져있다. 그리고 왕이 죽고 나면 바라나시에서 죽고 싶은 일반 서민들이 그 건물들을 사용한다고 했다.




(한국어로된) 호모사피언스를 읽는 철수의 바라나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을 따라 가트들을 구경했다. 갠지스강 물에 흠뻑 젹셔진 나무배에 앉아 구경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했다. 갠지스강 물이 튈까 조심했고, 나무 배가 맨살에 다을까 조심스럽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함께 하고 있는 투어하는 사람들은 질문들도 많다. 


후덥지근한 공기에 끈적한 바람에 짜증이 안나는게 너무 이상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긍정적 동료들 덕분인거 같았다. 반쯤은 넋빠진 반쯤은 신기한 상태로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날이 별로인까닭에 그럴싸한 인상적인 노을 없이 어둠이 내려왔다. 배는 화장터를 향해갔다.


밍숭맹숭하게 와버린 밤


그닥 영적인 사람도 아니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도 아닌데 화장터에 다가가니 두려움과 숙연함과 약간의 불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또한 이 공간이 실제가 아닌것 같은 이질감도 느껴졌다. 화장터가 보이는 곳에서 배가 잠깐 멈췄다. 화장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초점없이 시체가 타고 있는 장면을 바라봤다. 13 군데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그들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불길을 조절하는 사람, 나무를 나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배는 더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었고, 이제는 더이상 촬영은 금지되었다. 밤은 깊었으나 높게 높게 치솟는 불길로 환하게 볼 수 있었다. 누군가의 무용담처럼 시체의 팔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하는것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다음 화장을 기다리는 한구의 시체를 갠지스강에 담구고, 정리를 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그냥 다들 말없이 그렇게 넋을 놓고 쳐다봤다. 뭐 대단한 감흥을 느낀건 아니다. 그저 장소와 상황이 주는 분위기에 숙연했을 뿐이고, 시체타는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스런 마음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머물러있다. 배는 옆에 있는 가트로 배를 몰았다.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제사라고 하는 푸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시체들이 불타고 있는 화장터 바로 옆이라니- 삶과 죽음은 가까이에 있다 뭐 이런건가가? 주변으로 수십척의 배가 정박하고 있었고, 단체로 종교적인 음악에 맞춰 뜻모를 행위들이 반복되고 있는 광경을 배 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푸잡을 하고 있는 장소에 모든 조명들이 집중되어있었고 바라보는 사람들 쪽에서는 빛한줌 들지 않았다. 마치 세트장에서 촬영중인 한장면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눈앞의 광경이 비현실적이었다.


한창 푸잡중, 오른편으로 화장터가 있다. 가로등이 마치 조명처럼 보인다.


다들 정말 비현실적이라고, TV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혼잣말인듯 띄엄띄엄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변을 돌아 보니 니나, 영, 제시, 에이미도 나와 다르지 않게  팔짱을 낀채 멍하니 배 건너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비슷했던 것같다. 습기 가득한 강 바람이 만들어낸 현실 세계의 찝찝함, 불쾌함 그리고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눈동자에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취한 신비함이 비쳤다.


신비함의 한계효용이 지나고 목마름과 배고픔까지 더해져 우리는 모두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아 가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고 싶다!' 라고 외친 순간 다들 맥주를 상상하며 표정에서 힘든 기색을 털어내고 다들 진심으로 방긋 웃었다. 그 모습들이 서로 또 웃겨서 우리는 크게 웃었다.


맥주 생각에  유독 신나하는 영과 나-


배에 처음에 탑승할때 작은 일회용 접시에 가운데는 초가 있고 주변에 꽃으로 장식된것들을 팔았는데, 초에 불을 붙여 갠지스강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투어의 마지막에 띄울예정이니 사고 싶으면 사라고 했다. 한개에 20루피던가, 각자의 몫으로 1개씩, 그리고 우리회사의 몫으로 1개 총 6개를 구매했다.


디아를 파는 소년


배는 다시 선착장을 향해 몰았고, 도착 하기전 배를 세웠다. 철수가 이제 디아(꽃접시)에 불을 붙여 강에 띄우라고 했다. 바람이 불어서 초를 붙이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다. 사진도 찍어야했고, 바람에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했다. 소원을 비는 행윈데 강에 띄우기도전에 불이 꺼지면 초칠 것 같았다.


디아를 들고 있는 바라나시 얼룩말


조심스레 준비를 하고 배 난간에 매달려 접시를 띄운다. 먼저한 에이미가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주변에서 먼저 한사람들이 내려놓자 마자 뒤집어졌다고 속상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서 강이 어디쯤인지 감도 잡히지 않은데다 강에 물이 닿는건 너무 싫었기 때문에 어디까지 손을 뻗어야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결국 디아를 조심히 강위로 띄었는데 내려놓자마자 출렁하며 불이 꺼졌다. 그 옆으로 누군가가 성공한 접시가 떠내려가는데, 순식간에 지나가서 다들 깜짝 놀랐다. 잔잔해보이는 갠지스강의 유속이 사실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이 왠지 웃겨 한창을 깔깔 거린다. 영이 내려놓은 영의 것과, 회사의 몫은 성공, 니나까지 3개가 성공하고 나와 에이미 제시는 망했다. 에라이-


상상했던 잔잔함과는 거리가 멀다. 빨리감기 아님.

 

배는 이제 다시 투어가 시작했던 곳으로 되돌아 갔다. 신성함이고 뭐고 어서 시원한 곳에가서 퍼지고 싶었다. 게다가 오늘 저녁은 양념치킨이었으니까! 마지막 손님들을 배웅하는 철수를 기다려 다시 철수카페로 향했다. 여전히 바닥을 보고 깨끗한 곳에 발을 디디면서 총총 걸음으로 철수를 따라 갔다. 양념치킨을 먹을 생각에 다들 기분이 좋았다.


서둘러 양념치킨을 시켰다. 후라이드치킨을 먹을까? 철수가 "반반도 되요"라고 한다. 세상에 철수가 인도사람이라고? 아쉬워서 닭도리탕도 시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땀과 피곤함을 식히면서 기다리자 치킨이 나온다. 오! 말도 안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치킨 한 조각씩 베어문다. 여기저기서 감탄이 나왔다. 진짜 이건 감탄이다. 아무리 배가고팠고, 힘들었다 한들 이건 절대적으로 맛있는 치킨이었다. 음식 맛에 감탄하며 먹으면서 보니 다들 한마리만 시킨것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바로 한마라를 더 주문했다. 그렇다. 우리는 바라나시에서 후라이드치킨1마리, 양념치킨1마리, 닭도리탕 2인분을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습기가득한 공기와 더러운 에어콘, 곰팡이 핀 욕조와 축축한 침대가 있는 곳으로- 적당히 돌아가며 씻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망가진 에어콘의 다른 방은 새로운 방으로 교체 되었고, 에어컨을 켜서 시원해질때까지 한방에 같이 있기로 했다.


침대에 5명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더럽지만 정말 신비한 곳이긴 했다. 아침 나절에 도착해서 본 바라나시에 하루정도 머무르니 그래도 아침보다는 견딜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숙소만큼은 절대 적응이 안될거라고 했다. 이야기는 현재 우리가 있는 바라나시로 시작해서, 과거의 언젠가, 미래의 언젠가, 인도와 역삼, 시간과 장소를 오고가며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새벽 5시(정확히는 몇시간 뒤)에 일어나서 예약된 2번째 투어를 가야했다. 새벽2시쯤 영과 제시는 자러 다른방으로 이동했고, 남은 에이미, 니나와 나는 이제는 몸을 바로 눕히고 1시간쯤 더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세상의 저편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벽5시, 우리를 깨우는 영의 목소리였다. 어제보다 더 꾀죄죄한 상태로 떠지지 않은 눈을 억지로 꿈뻑거리고 밖으로 나섰다. 미명의 시간, 사람들의 거뭇한 실루엣들이 보인다. 갠지스강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제보다는 더 익숙한 발걸음으로 배를 타는 장소로 이동했다. 철수가 배에서 물을 퍼내고 있었다. 밤새 정박해두면 배에 물이 차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놀랍지도 않다. 높은 계단을 올라 자리에 철푸덕 앉았다. 어제만해도 앉기 싫어 서있던 그 자리에 하루가 지난 오늘의 나는 거리낌없이 앉는다. 그 모양새가 웃겨 혼자 피식하고 웃었다.


갠지스강에서 새벽을 맞는 인도인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


점점 날이 밝아온다. 새벽 투어를 예약한 사람들이 몇몇 모여들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리는 아침투어에 나섰다. 어제와 달리 작은 배였다. 어제 밤 투어와 동일한 코스인데다가 아침투어에 참석한 사람들도 우리 처럼 어제 밤투어에 참석했던 사람들이라, 철수가 밤투어만큼 설명할 말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주 조용하게 갠지스 강위에서 바라나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어제와 복붙한듯한 오늘 바라나시의 아침


아침에 방문한 화장터는, 어제와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24시간 화장터가 운영되지만 그날 새벽만큼은 어떤 시체도 불타고 있지 않았다. 하늘 높이 치솟았던 붉고 노랬던 불길 대신 동트기전 새벽의 하늘처럼 빛한 줌 없이 회색의 연기와 남겨진 검은색 재뿐이었다. 어제 밤보다 오늘 새벽의 광경이 화장터와 더 어울리는 듯 했다. 배는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어제와는 다르게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씻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침을 준비하는 바라나시 여인들


동이 텄다. 멋진 일출도 없이 어제 밤처럼 그렇게 아침이 왔다. 날이 밝아오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침투어를 끝내고 철수카페를 다시 찾았다. 어제 밤에 미리 예약한 아침식사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서였다. 몸뚱이는 천근만근인데 찌개를 먹는 손과 입의 움직임은 참으로 가볍다. 든든하게 배를 불리니 졸음까지 몰려온다. 숙소를 향해가는 중에 에이미와 영은 바라나시를 더 구경한다고 했고, 나와 니나와 제시는 숙소로 돌아가 남은 부족한 잠을 채우기로 했다.


아마 침대에 머리를 붙이자마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구경나갔다가 에이미가 돌아온 모양이다. 인기척에 눈을 떴다. 내가 죽은듯이 잠든 2시간동안 에이미와 영은 어제 푸잡이 있었던 가트까지 갔었다고 했다. 어제와 새벽에 걸었던 길보다 한층 더 더러웠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더 더러울 수 있는걸까..) 아기 코브라를 보고 짜이를 먹었다고 했다. 이마에 다른 점(?)이 생겨 출처를 물어보니 누군가 불러 기도를 시켜서 따라 했더니 결국에 돈을 달라고 했다고 했다. 물론 인도만렙인 에이미와 영이 돈을 줬을리가 없다.


바라나시의 하룻밤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보여주는 우리들의 얼굴상태


이제는 출발해야할 시간이다. 어제 밤 철수에게 들은바로 이 근처에서 볼만한 장소를 추천받았고, 비행기 출발시간이 있으니 서둘러야했다. 철수가 우리를 다시 어제 우리가 차에서 내린 장소로 데려다 줬다.  믿기지 않는 24시간이 지났다. 겨우 만 하루가 지났을뿐인데 3일은 지난거 같았다. 우리를 다시 문명의 세계(?)로 데려다줄 운전사를 만났고, 철수와 작별 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고 부자가 되서 (깨끗한) 철수네호텔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운전사를 따라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운전사를 빼고 5명이 앉아갈 수 있는데 운전사 말고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운전사가 아는 사람인 모양인데, 같이 타고 가야한다고 했다. 몇명은 영어로 몇명은 한국어로 뭔소리냐 말이 되냐고 소리를 쳤다. 밖에서 문을 열려고 했고 우리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당황한 운전사가 알겠다고 했고, 포기한 창밖의 남자는 사라졌다. 우리가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중간에 관광지를 들리니 아마 가이드 행세를 해서 돈을 더 뜯어내는 수작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차가 시원해지면서 마음도 누그러 들었다.


20여분을 달려 차가 멈췄다. 설레여야하는데, 시원한 자동차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억지로 몸을 움직여 차밖으로 몸을 끌어는데, 이번에도 아까와 같이 운전사와 동료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가이드 해주겠다면서 서성거렸다. 각자 가지고 있던 짜증을 쥐어짜내 다시 한번 "노오오오오!"라고 외쳤다.  


입구서부터 땀을 엄청 흘리기 시작했다.


밖은 흡사 사우나같았다.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복작한 시장통같은 길을 거슬러 사원안으로 들어가자 브로셔에서 봤을법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했는데 여기서라면 신발 벗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원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 불상이 있고 사원 벽에는 시바의 삶(?)이 그려져있었는데 인도신화에 대해서 관심이 문득 생겼다. 영이 사원문앞에 작은 책방에서 작은 책 한권 샀다.


사원 밖으로 나와 주변을 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나 보던 불경(?)이 새겨진 원통들이 보였다. 기억이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지만 손으로 원통을 돌리면 불경을 읽는것과 같은거라고 했고, 글을 몰라서 불경을 못외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거라고 했다 . 나도 길을 따라 손으로 불경원통을 돌리면서 한바퀴 돌면서 나를 포함한 주변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주변 사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고 돈다발 맞길!


벗은 놓은 신발을 신고 반대편쪽으로 이동했다. 벽 넘어 빗살무늬 토기를 뒤집어 놓은듯한 커다란 건물을 향해 긴 잔디밭길을 따라 길 끝에 도착했는데 막다른 길이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열기와 후끈하게 달궈진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 사이에서 꾹꾹 참고 걸어왔는데 막다른 길이라니-


창살 넘어로 보이는 커다란 짜이컵(?)


더이상 돌아다니며 구경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길이 이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건물을 보기 위해서는 다시 돌아 밖으로 나가야했다. 동료들보다 성큼성큼 앞장서서 제일 먼저 도착했고, 막다른 길에서 뒤를 돌아 동료들의 얼굴을 보니 더위와 피곤함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다들 어서 빨리 시원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만나기로 한 약속에서 1시간이나 빨리 운전기사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 문제 없이 다시 차량에 탑승했다. 땀에 젖어 축축한 티셔츠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닿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 근처 랜드마크를 돌아야 하겠지만 우리 모두 급격한 에너지 저하로 다들 조용히 숨만 쉬고 있었다. 창 밖으로 흥미로운 건물이 나타났을때 유일하게 에너지가 남아있던 에이미가 "앗"하고 소리치면서 뒤돌아 우리의 모두의 얼굴을 돌아보고자마자 그녀는 우리가 더 이상 1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아채고 "아..아니에요" 하며 아쉽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런 길을 따라 덜컹덜컹


어느덧 덜컹거리는 도로의 출렁임이 익숙해졌는지 우리 모두 좌로 우로 아래로 위로 졸기 시작했다. 파뜩 눈을 뜨자 차가 큰길에서 벗어나 작은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잠에서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몸을 곧추세워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차는 허름한 집안으로 들어갔고, 이미 주차된 밴 옆에 차를 세웠다. "왓!? 와이!!???? 노우오누노누오누오누!!!" 활성화되지 않은 목청 상태로 되는대로 소리부터 치고 본다. 운전사는 이미 우리의 리액션을 예상했던것처럼 우리를 안심시킨다. 저 차로 옮겨타고 가자고 했다. 땡볕아래 잘 구워진 차량에 몸을 구겨 넣으니 쌓여있던 뜨거운 공기와 쾌쾌한 냄새가 확 하고 달겨든다. 시트에 닿은 맨살은 뜨거울 지경이었다. 소리를 친다고 빨리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니 짜증을 담아 펄럭펄럭 부채질만 해댔다.


제시와 영이 이런식으로 차를 바꾸는 수법은, 보통 주유소로 가서 기름을 넣어야 한다고 하고는 그 비용을 여행객에게 청구하는 거라고 했다. 우리는 분노를 가득담아 요놈 어디 한번 우리한테 그래보시지 하는 마음으로 운전사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달리던 차가 주유소로 들어간다. 예상했던대로 운전사가 기름값을 달라고 했다.


"노우우우우우우!!!!!!!!!!!!!!!!!!!!!!!!!!!!!!!!!!!!!!!!!!!!!"


켜켜이 쌓여진 짜증과 분노가 단전으로부터 폭발해서 우리 모두 엄청난 소리였다. 영어고 뭐고 다들 분노에 찬 한마디를 정신없이 뱉어냈다. 당황한 운전사가 마치 누군가 총을 겨눈것처럼 팔을 들어 항복하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오해한거라고 했다. 니들이 줘야하는 총 요금 중에 지금 일부를 달라고 하는거라고. 약삭빠른놈. 영이 단호한 목소리로 너한테 줘야할 요금에서 까는거라고 몇차례가 강조한 뒤에 운전사에게 돈을 건넸다.


공항에 들어서자, 안도감이 든다. 하- 이제 문명의 세계로 우리는 다시 가는거다. 구루가온아 보고 싶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주차요금을 달라고 한다. 바라나시로 갈때도 주차비를 달라고해서 줬는데, 알고보니 그것도 사기였다. 정말 질기다. 포기를 모른다. 영이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네 라는 표정으로 손짓으로 거절했다. 운전사 또한 우리에게 국물도 없다는 사실 받아드렸는지 쉽게 포기하고 공항 앞에 차를 세웠다.


빠진것이 없나 확인하고 짐을 모두 내렸다. 모두가 내리자 뒤통수에 대고 돈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한다. 계획했던 가이드비, 기름값, 주차비를 못받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대단하다 대단해. 혀를 내둘렀지만 그렇다고 우리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진 않았다.


검색대를 통과해 공항안으로 들어오자 긴장이 풀린다. 예상보다 "많이" 빠르게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보다 더 빠른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를 확인해봤다. 하지만 이전 비행기가 풀부킹이라 우리는 3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려야했다.



'헛!'


갑자기 제시가 가방안을 급하게 뒤진다. 가방 속을 뒤지는 손이 다급한걸 보니 뭔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거 같았다. 그녀는 지갑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아뿔싸- 그 안에 적지 않은 현금도 들어있었다고- 일단 걸어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검색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혹시 몰라 공간이 많은 제시의 가방을 다시 한번 뒤져보고 제시는 분실에 대한 확신으로 차에서 흘린게 아닌가 했다.


'....'


순간 모두가 아마 그건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똑같은 생각을 했다. 잊어버린 제시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잊어버린거니 제시는 나가보겠다고 했고, 영이 함께 했다. 나머지는 공항안에서 짐을 지키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제시는 영과 함께 침통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제시는 돈을 주섰을 운전사를 생각하며 분해했다. 검색대 요원도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녀의 지갑은 그렇게 바라나시에서 사라져버렸다.



3시간을 버텨야 했으니 우리는 어디론가 이동해야했다. 이른 시간이라 티케팅도 안되었다. 다행히 2층에 펍이 보여 그리로 이동했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넓직한 소파에 각자 편한 자세로 몸을 뉘었다. 손을 뻗어 메뉴판을 열자, 그곳에 무려 수입맥주가 있다. 역시 공항이라- 다른가보다. 기쁜 마음으로 수입맥주를 시켰더니 그런건 없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시키려던 에이미도 실망했다. 결국 킹피셔를 시킨다. 에이미는 오믈렛을 제시는 토스트를 영과 니나는 라씨를 시켰다. 바라나시에 간다고 했을때 모두가 입을모아 라씨를 먹으라고 했는데 결국 라씨를 바라나시 공항에서 먹을줄이야.


막상 나온 킹피셔는 목젖을 강타할만큼 너무나 시원해서 맛이 없어도 참을만했고 에이미의 오믈렛도 매우 훌륭해서 결국 한개를 더시켰다. 제시의 토스트는, 진짜 구워진 토스트만 나왔다. 니나의 라씨를 한입 먹어봤는데 일반적인 요거트 맛이었다. 요거트 맛에서 더 특별할게 어떤 맛일지 기대조차 안되서 특별했을 바라나시 라씨를 놓친 것이 아쉽진 않았다. 배를 채우자 자세들은 더 늘어진다. 각자 소파 하나씩을 차지 하고 늘어져있는데 2시간쯤 지나니 종업원이 눈치를 준다. 슬슬 짐을 챙겨 티켓팅을 하고 게이트로 갔다. 터미널이 3개인 작디 작은 공항이라 둘러볼 것도 없다. 시간을 떼우려고 들어간 기념품샵에서 생각보다 저렴해서 돌로만든 작은 그릇과 코끼리를 샀다. 시간은 더디게 꾸역꾸역 흐르더니 겨우 탑승시간이 되었다.


'이제 드디어 구루가온으로 간다. 안녀여여영-'


진짜로 안녕!!! 다시 오진 않을 것 같아!!!



끝.


매거진의 이전글 어메이징 뭄바이, 어메이징 밋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