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좋아하는 담임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싫어서, 종업하고도 한 달 내내 베갯잇을 적셨던 기억이 난다.
그 마음은 5학년에 진학하고도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통 정을 붙이지 못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시겠지? 매년 새로운 애들을 만나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극복했던 것 같다. 너무나 정들었던 반에 대한 미련을.
처음 맡게 되는 저학년이라 긴장했던 1학기와는 달리, 2학기는 꽤 재미있고 여유롭게 흘러갔다. 왜 고경력 선생님들이 2학년을 많이 맡으시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손을 탄 아이들은 내 맘처럼 움직여주었고, 군데군데 천사 같은 면모를 자랑했다. 재구성하기 쉬운 교육과정과 일찍 끝나는 시종은 2학년의 장점을 배가시켰다.
이보다 더 좋은 학년은 없다!
올해 말에 내가 감히 내린 결론이다.
그런 아이들과 영영 헤어져야 하는 오늘이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 종업을 해야 하는 게다가 교실 이사까지 해야 했기에 다소 정신없는 마지막 날이었다. 학교에 남아주면 안 되냐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빙긋 웃고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이 사라지고 나니, 빈 교실에 오롯이 나만 남었다. 이 아이들을 이제는 정말 영영 보지 못할 거라는 것, 그리고 올해는 다시 리플레이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상실감이 몰려왔다.
내 책을 자신의 책처럼 좋아해 주던 모습, 마지막 날까지 구석구석 청소하며 내 짐을 덜어주던 천사 같은 마음, 매일 읽는 그림책이 지겨울 법도 한데 매번 함께 재미있어해 주던 그 순수함.
집에 돌아오고 나서 아이들의 편지를 읽다가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보내주시는 학부모님의 문자가 눈물에 염분을 더했다. 사진첩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차마 더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첫 해도 아니고, 졸업시키는 해도 아닌데 이렇게 가슴 아플 일인가?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렇게 무겁고 마음 아픈 이별을 매번 겪어내야 했다, 담임 역시도.
오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봤더라면 이렇게 말해줬을 것이다.
선생님도 똑같아. 아니, 오히려 더해. 어른에게 기억의 의미는, 좀 더 깊고 진한 거거든.
나는 올해를 , 아니 내가 맡았던 아이들을 내내 추억할 것이다. 아이들의 기억은 점차 흐려지겠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못해도 담임이 대신할 것이다. 담임이란 그런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