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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ttyfree Dec 15. 2021

글쎄요, 제가 정말 글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니까요.

그런데 그만 등단을 해버렸습니다.




책도 써본 사람이 계속 쓴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 듯했다. 후속작 내기가 너무도 힘겨웠던 탓이다. 폭풍처럼 일이 들이닥친 2021년 상반기를 보내고, 2021년 하반기에 <그 아이의 비밀 노트>를 출간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후속작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쓰는 작품 족족 단행본으로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플롯이 너무 단조롭고, 어떤 것은 너무 과하고, 또 어떤 것은 캐릭터만 둥둥 뜨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동화의 법칙에 적응하기 어렵다 싶을 때쯤,



아, 이제 그만둬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다. 마침  발을 교직에 디디고, 나머지  발을 예술계에 디딘다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참이었다. 뭐가 부족하긴 한데, 뭐가 모자랐는지 모르겠을 만큼 한없이 얕은  같은  실력이 싫어  배워보고자 했으나 유명한 작가 집필 커리큘럼은 모두 평일 오전에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평일 오전 수업을 들을 수는 없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 어려운 결심을 해놓고, 미련 탓인지 반복적으로 쉴 틈 없이 깜빡거리는 마우스 커서에서 엄지손가락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제껏 해온 것은 무엇일까, 다 허사일까, 고개를 숙이고 좌절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그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OO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라? 신인문학상 당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몇 주, 아니 몇 주도 아니다. 11월 말에 공고를 보고 급하게 준비해 등기로 발송한 원고가 제법 잘 된 모양이었다.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 '기성 문인'으로 우대해준다는 글자만 보고 기대 없이 낸 원고인데, 이럴 수가 있나 스스로 볼을 몇 번 꼬집어보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정말로 등단을 한 것이다!


가끔 내 인생이 신의 손바닥 위에서 하는 촌극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큰 좌절에 치달아 그만 포기하려 할 때 '옛다, 포기하지 마라!'라고 덜컥 큰 상을 주시다니.


이 모든 게 신에게 놀아나는 처사라고 해도, 뭐든 좋았다. 어찌 되었든 나는 글을 포기하지 않을 명분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흥, 어쩔 수 없잖아? 계속 써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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