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만 등단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 듯했다. 후속작 내기가 너무도 힘겨웠던 탓이다. 폭풍처럼 일이 들이닥친 2021년 상반기를 보내고, 2021년 하반기에 <그 아이의 비밀 노트>를 출간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후속작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쓰는 작품 족족 단행본으로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플롯이 너무 단조롭고, 어떤 것은 너무 과하고, 또 어떤 것은 캐릭터만 둥둥 뜨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동화의 법칙에 적응하기 어렵다 싶을 때쯤,
아, 이제 그만둬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다. 마침 한 발을 교직에 디디고, 나머지 한 발을 예술계에 디딘다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참이었다. 뭐가 부족하긴 한데, 뭐가 모자랐는지 모르겠을 만큼 한없이 얕은 것 같은 내 실력이 싫어 더 배워보고자 했으나 유명한 작가 집필 커리큘럼은 모두 평일 오전에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평일 오전 수업을 들을 수는 없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 어려운 결심을 해놓고, 미련 탓인지 반복적으로 쉴 틈 없이 깜빡거리는 마우스 커서에서 엄지손가락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제껏 해온 것은 무엇일까, 다 허사일까, 고개를 숙이고 좌절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그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OO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몇 주, 아니 몇 주도 아니다. 11월 말에 공고를 보고 급하게 준비해 등기로 발송한 원고가 제법 잘 된 모양이었다.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 '기성 문인'으로 우대해준다는 글자만 보고 기대 없이 낸 원고인데, 이럴 수가 있나 스스로 볼을 몇 번 꼬집어보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정말로 등단을 한 것이다!
가끔 내 인생이 신의 손바닥 위에서 하는 촌극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큰 좌절에 치달아 그만 포기하려 할 때 '옛다, 포기하지 마라!'라고 덜컥 큰 상을 주시다니.
이 모든 게 신에게 놀아나는 처사라고 해도, 뭐든 좋았다. 어찌 되었든 나는 글을 포기하지 않을 명분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흥, 어쩔 수 없잖아? 계속 써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