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가고 다시 또 월요일이다. 회사 오면 쉬는 거라 했던 선배들 말이 진짜 와 닿는다. 퇴근 후도 힘들지만 주말이 더 힘들 때도 많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남편과 있으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잔소리하면 더 엇나가는 걸 알면서도 부글부글 끓던 속이 확 끓어 넘치면 참을 수가 없다. 싫은 소리를 내뱉고 감정이 상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힘드냐, 나도 힘들다! 남편에게 외치고 싶은 말이다. 아이는 고맙게도 잘 자라주고 있지만 육아 8개월 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 사이엔 비상등이 켜졌다. 다행히(?) 예전처럼 악다구니 쓰며 싸울 일은 없다. 그럴 기운도 없고, 싸움 후가 두려워서 참는다. 서로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피로와 합쳐져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뿐이다.
아이가 없을 땐 감정이 쌓일 틈도 없이 풀었다. 울며불며 싸워도 눈치 볼 사람 없었고 문 쾅 닫고 나가 버리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울컥하며 치솟는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아이를 보면 우리가 싸웠을 때의 예상 시나리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부부싸움 후엔 아이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그 감정이 두려워서 차마 싸움을 걸 수가 없다.
서운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감정을 털어놓을 에너지도 없다. 그럴 시간에 가만히 멍 때리거나 책 한 줄이라도 읽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다. 에너지도 없고 시간도 없고 해야 할 일만 많다. 이런 감정을 터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건데 힘들다고 징징대 봤자 누가 공감해줄 것인가. 결국 육아 파트너인 남편에게 터놓을 수밖에 없는 아... 아이러니하다. 지금 나의 원망의 대상 1호는 남편인데!!
괴롭다. 힘들다. 울고 싶다.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슈퍼파워! 가 샘솟아야 하는데 보통 인간이라 그게 잘 안 된다. 순간이 너무 힘들고 순간이 너무 기쁘고 순간이 너무 지친다. 순간과 순간 사이의 모드 전환이 너무 빨라서 감정에 머무를 새가 없다. 감정이 생선토막처럼 토막 나 버린 것 같다.
일상의 감정이 이렇게 툭툭 끊기니까 내 스스로 싸이코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싸이코패스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보며 웃다가, 남편의 말과 행동이 서운해 눈물 글썽였다가, 그래도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에 안아달라며 떼를 썼다가. 내가 봐도 나는 좀 미친 것 같다!
육아 고충을 털어놓을 사람도 남편뿐이고, 기댈 사람도 남편뿐이고, 원망할 사람도 남편뿐이다. <나와 남편>이라는 세계에 갇힌 것 같다. 부부의 이야기는 부부만이 공감할 수 있고 부부 사이에 쌓인 감정은 부부만이 풀 수 있다. 아으 신비로운 결혼 생활이여. 행복한데 때때로 울고 싶은 나의 육아여.
크게 울고 싶다. 한 번만 크게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