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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음 Nov 22. 2021

결혼은 더 큰 혼돈의 시작

<엄마 음악인으로 산다는 것 #2>

누군가 말했다. 한 혼돈의 우주와 또 다른 혼돈의 우주가 만나 결혼을 해서 더 큰 혼돈이 시작된다고 말이다.


그 누구에게나 결혼 생활을 하는 게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거기에 더해서 나의 꿈을 위해 음악을 계속 꾸준히 하려다 보니 더 힘든 점이 생기더랬다.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들을 돌볼 것이냐 나의 꿈을 좇을 것이냐 이분법적인 생각에.... 또,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에너지 소모가 가장 많은 때에 내가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내 가족과 주위에 알려주고 설득해야 하니 마음이 너무나도 지쳐갔다.


일단 1편에 말한 대로 남편과 아이들과 일하는 시간대가 다른 점이 현실적으로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순수 예술이라는 것의 결과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계속 끌고 가기도 참 어려운 일이었다. 혼자일 땐 그냥 그 길이 내 길이니 하면서 당연하게 해 오던 일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나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라서, 내 주위의 사람들을 설득하며 살아야 하는 일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일의 효율성 같은걸 따지게 되었다. 돈과 시간과 노력의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는가?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아이들을 봐줄 사람을 고용하면서까지 내가 피아노 연습을 하면 과연 무엇이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남는가? 그 시간들을 통해 나의 음악이 성숙해지고,  더 울림을 주는 연주가 되고...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런 거는  실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누구를 설득하거나 할 때 많이 불리했다.


음악 비전공자들의 일반적인 예를 들면..

오전 9-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미국의 회사원의 경우 대부분), 월급이 올라간다던지, 승진을 한다던지, 유급휴가가 늘어난다던지 자기가 노력한 만큼에 대한 성과가 눈에 보이게 주어지는데..


음악을 하면 금방금방 따라오는 결과물들이 있는 게 아니라서...

‘혹시 뜬구름 잡고 있는 거 아닐까?’

‘언제까지 하면 끝이 있는 걸까?’

‘이렇게 한다고 결과가 보장되는 것일까?’


이런 말들과 뒤엉켜 살게 되었다.


과연 음악을 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까?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시간과 노력을 매우 많이 반복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거는 어떤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서 앞길이 보장되는 그런 길과는 다르다.


그래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남편과 둘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적응하고 성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 거 같다. 아기가 없을 때는 뭐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고 하는 게 가능한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나의 마음은  음악과 가정에 둘 다 있는데, 몸이 한 군데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이가 한 명이었을 땐 어떻게 잘 버틴 거 같은데.. 자녀가 둘이 되고 셋이 되니...…


아이를 길러  사람들은 알 것이다. 혼자 커피  마실수 있는 사람은 바쁜  아니라는 것을. 혼자 화장실에서 볼일   있는 사람은 바쁜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아기 키우는 엄마들처럼 정신없이, 내 혼을 빼놓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여하튼 옛날을 회상하자면... 애기띠 메고 거실에 서서는 창 너머로 동트는 거 바라다보며 밤새 많이도 울었었다. 남편과 같이 아기들 재우려 카시트에 애들 태우고 차로 빙빙 몇십 분씩 돌고 그랬고…


살면서 다른 사람하고 싸워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내가 이렇게 싸움을 잘했었나 싶을 정도로 남편하고 서로 바닥을 보이고 싸우고 또 싸우고… 그렇게 적응기를 거쳤다. 물론 아직도 적응 중이고.


두 혼돈이 만나 더 큰 혼돈을 만들어 낸 상황에서 나는 음악과 가정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연주자의 삶을 이제는 놓아야 하나’라는  고통스러운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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