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음악인으로 산다는 것 #4>
나는 원래 성향이 외향적인 데다가, 어색한 침묵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회생활하면서 조금씩 기다릴 줄도 알고, 굳이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게다가 예전부터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라던지, 연주 후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면 ' 우와~'라는 반응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엄마'로 살아가는 삶은 그 누구 하나 나를 알아주는 것 같지가 않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남편은 어떻냐고? 글쎄, 남편은 내가 아니니까. 남자들도 많은 부분을 이해한다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보통의 여자들이 군대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물론 남편도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자기의 꿈을 조정하고 살아왔고. 나와 그, 둘의 마음이 모아졌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친정 엄마? 엄마는 애를 둘만 길러보셔서 아이 셋의 어려움은 또 간접적으로만 아실뿐. 우리 시대랑은 또 약간 다른 면이 있으니...
여하튼.
'나'로 살다가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같은 어려움이 잠깐도 아니고 십 년쯤 지속되니까 우울함이 자주 찾아왔다. 머리 질끈 묶고, 운동복 바람에 슈퍼마켓에 가서 장 보는데 세 아이들이 떼를 쓰면...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많았다. 속으로 ‘아 그래도 나름 배운 여자인데...’라고 어디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맘대로 티칭도 못하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못쓰니 마음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이 안에 비밀이 있었다. 바로 '드러나지 않는 멋짐의 가치'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빛나는 삶, 그것이 엄마의 삶이다.
늘 주목받아야 하고, 내가 드러나는 삶에 익숙해져 있던 독주자로서의 삶과는 전혀 다른.....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우주를 선물하는 그것.
수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저 집안일, 혹은 육아...라는 단어로 묘사되는 그 삶.
큰 명품이 아니어도 그저 자연스럽고, 보기 좋은 옷 같은...
드러나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삶.
그런 '드러나지 않는 삶의 멋짐' 이 엄마라는 존재에서 나오는 듯하다.
몇 년 만에 재회한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엄마들만큼 예술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가장 어려운 일을 심플한 듯 해내야 하는 게 음악이랑 똑같은 것 같아. 그래서 감동적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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