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서의 자아존중감
새 학년 새 학기
저마다
도전할 목표들을 적어보며 올 한해 해나갈 충실한 시도들을 다짐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설레게 한다.
시작의 계절.
아직은 새로운 다짐이 유효하며 얼마간의 마음의 여유도 있다.
모든 것이 피어나는 이 계절에 나 역시 올 해의 계획을 점검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수첩을 열고 닫으며 일정을 검토해 본다.
일 년 열두 달 중 4분의 1이 모두 지나갔구나 하면 바쁘고, 아직도 3월이구나 하면 편안해 지는 이상한 시간감각 속에 놓여있다.
구체적인 실행들은 미흡한 채 온갖 생각들만 왔다갔다 진자운동을 해댄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영어회화공부는 과거 10년 동안 같은 목록을 차지하며, 꼭 한번 배우고 싶던 취미 생활은 인터넷 블러그 몇 개만을 적어둔 채 여전히 그대로이다.
다짐은 늘 구체적이었으나 일상은 늘 하던 대로 그냥 그대로이다.
매일 분주하게 살아왔지만 목표한 것들은 늘 저만큼 멀리 있기만 하다.
이런 마음이 들면 하루 종일 기분도 가라앉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일도 잘 안 풀리고 이유 없이 버럭 화가 나기도 하는 것 같다.
SNS에서 올라오는 지인들의 사진들을 보면 모두 재밌게, 바쁘게, 알차게 사는 것만 같은데 나는 제자리,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언제나 조금씩 뒤로 가는 느낌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달리고 날라도 모자랄 판에 기어가고는 있는 걸까?
힘껏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언제나 제자리 뛰기만 하는 기분.
간간히 그런 느낌이 들면 울적하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자신의 끈기부족, 실행력부족, 능력부족, 의지부족, 용기부족, 응원부족, 격려부족, 사랑부족, 관심부족, 정보부족, 인맥부족 .......
부족한 것 투성이라며 자신을 몰아세운다.
당연하게도
결과는 늘 이렇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거야 .
그래서 어디에도 나는 환영받지 못할 거야.
이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을 거야.
이런 내적인 셀프 토크는 우울한 마음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슬픔을 건드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면 때로는 상담자가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도한다. 아프지만 보아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하고 있는 셀프토크의 패턴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깊은 슬픔에 접촉해 보는 것은 치료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자기 자신에게 줄곧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셀프토크는 일상생활에 활력을 잃게 하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할 용기를 내기 어렵게 하며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마음 자체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상가상 몇 번의 구체적인 실패가 누적되게 되면
그 자체가 영원한 실패 , 영원한 낙오자라는 낙인이 되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것마저 힘겹게 한다.
[안돼! , 해도 어차피 안될 것 ,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면 인정받지도 못할 것,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을 것, 노력해봤자 고생만 할 것. 관두자 !]
이 모든 양념이 모여서 견고한 심리적 실체가 되면 자신이 가진 재능과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리게 될 위험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상담과정에서, 특히 진로장벽에 놓인 많은 내담자들과의 작업에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기에 중요한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지렛대는 알려진 바대로 자아 존중감 이다.
자아 존중감(self-esteem)은 개인의 자기체계, 성격 및 행동을 이해함에 있어서 중요한 심리적 개념으로서, 여러 학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다. Rogenberg(1965)는 자아존중감을 자아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로 정의하였다. 자아존중감을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에 대한 자신의 평가적 태도로서 인지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평가적 태도는 종종 정서적 요소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의 의미에는 정서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속성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에 의한 정서적 감정 상태로 볼 수 있다(Damon & Hart, 1982). 즉 자아존중감은 심리적 건강의 핵심이며(Gover, 1991), 개인의 바람직한 환경 적응 및 건전한 성격 발달과 긍정적인 자기실현에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Coopersmith, 1981).
Rogenberg(1965)에 의하면 자아존중감은 개인이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라고 지각하는 것, 현재의 자신이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Bandura(1977)는 자아존중감을 우리의 인생 생활에서 필수적이며 마땅히 가져야할 경험으로서 강력한 인간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이 부족하면 우리의 심리적 성장에 장애를 받는다고 하였다.
특히 진로상담에서 자아 존중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전재 되어야 한다. 자아는 자아에 대한 지식(self-knowledge)과 자아에 대한 평가(self-evaluation)로 이루어진다.
자아존중감은 자아개념과 혼용되기도 하나 두 가지 용어는 동일한 개념이라기 보다는 자아존중감을 자아개념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아존중감은 자아개념에 비해 자기에 대한 정서적 평가(Affective Evaluation)요소를 더 가지고 있고, 자아개념은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정보나 지식을 나타낸다.
자아에 대한 지식은 자신의 성격, 독특한 자질, 전형적인 행동에 대한 신념의 집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키가 크다.”, “나는 다정하다.” “나는 학생이다.” 와 같은 것이다. 자아평가는 호의적인가 혹은 비호의 적인가에 따라서 자아존중감은 결정된다. 즉 자아에 대한 지식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자아 개념으로 일컬어진다.
반면, 자아평가는 “나는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느냐?”에 대한 대답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자아존중감으로 개념 지어진다. 자아존중감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유능하고, 중요하고, 성공적이고, 가치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자신의 태도, 느낌, 판단, 평가이다. 따라서 자아 존중감은 자기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다(강위영 외, 1999).
따라서 자아존중감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며, 특히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심있는 대우와 자신의 성공경험과 사회적 비교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또한 자아존중감의 시작은 무조건적인 자기수용과 정서적 안전함으로부터 이루어지므로 사랑이 풍부한 부모 관계가 바탕이 되며, 교수자의 지지나 자율성은 자아존중감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Hoge & Hanson, 1990)
일반적으로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많은 상황과 정보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평가하며(김지경, 박수애, 이훈구, 1999). 자기 자신을 설명할 때 더욱 긍정적인 특성을 부여하고(Marsh 1986; Pelham, Swann, 1989) 이러한 자신의 신념을 확신한다(Baumgardner, 1990; Cambell, 1990)고 하였기에 진로상담에서 자아존중감은 중요한 키워드 일 수밖에 없다.
Super(1957) 역시 인지지각이론(Cognitive perceptual theory)에서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자기 자신과 다양한 직업적 역할에 대해 더 명확하게 지각하고 더 뚜렷한 직업적 자아개념(Vocational self concept)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면 자아존중감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의 지지와 수용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이 지점이 진로상담자가 힘써 주목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요셉은 (Joseph, 1994) 무조건적인 존중에 자아존중감 증진에 중요한 요인임을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일지라도 항상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둘째, 자신이 어떤 일을 수행했던지 무조건적으로 수용된다는 확신은 부정적인 평가나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자아를 발달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셋째,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은 개인이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확실성을 제공하므로 이는 자아존중감 증진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개인은 자아가 발달하면서 사랑과 수용을 원한다. 따라서 자아존중감은 인간의 기본 욕구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건전한 발달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자아존중감의 발달은 개인이 자신의 유일성과 동질성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동질적인 특성을 근거로 관계를 맺고 사랑하게 되며, 차이점을 근거로 새로운 것을 알고 경험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성장하고 그 과정 안에서 자아존중감을 획득한다.(Satir, 1988) 많은 지식을 갖고 전문성을 지닌 상담자도 좋지만 진로상담자로써 내담자의 정서적 상태에 조율하고 그들을 하나의 인간으로써 존중하면 자신이 가진 판단을 배제한 채 진실성을 견지하며 다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아존중감은 중요한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적 수용에 대한 내적 기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발달한다.
자아존중감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미 있는 타인이다. 즉, 한 개인의 삶 속에서 의미있는 타인으로부터 받는 존경, 인정과 관심 있는 대우는 자아존중감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사회적 성공은 현실 속에서 자아존중감의 기초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성공의 지표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개인이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획득하는데 있어 성공이나 승인 등의 경험은 개인의 목표와 가치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간조하는 영역속의 열망을 통해 여과되어 재구성 되고 해석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자아존중감 손상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통제와 방어가 있다. 개인의 자아존중감 손상이나 가치 저하에 반응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능력은 불안, 무력감 등의 경험을 줄일 수 있고, 개인적인 평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시도,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계획,
자신의 통제감 확보를 위한 자율성 그리고 방어를 무력화 시키지 않는 존중이 수반되어야 한다.
진로상담실에 오는 많은 내담자들은 진로 의사결정 문제를 안고 찾아오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대인관계이 부적절감, 실패에 대한 불안, 실패에 따른 좌절감, 고립감, 해내고 싶지만 해낼 수 없는 과도한 부담감, 동기가 없는 무력감, 거절과 거부에 대한 두려움, 비난이나 조롱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이 혼재되어 있다.
어쩌면 마음을 내리누르고 앞을 가로막는 안개 같은 것들이다.
안개를 걷는 과정에서 자아존중감은 기본 토대가 된다.
자아존중감은 대인관계를 원만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며, 건전한 성격 발달의 기반이 되고, 성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높은 자아존중감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나치게 높은 목표, 숨이 턱에 닿을 듯한 계획
끊임없는 도전은 잠시 내려놓자.
가끔은 쉬운 도전, 느슨한 계획, 선택적인 도전도 괜찮다.
위로 받고 회복되어야 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