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써 그림 읽기

[사유 01]

by E 앙데팡당

#MetSketch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미술관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온라인 상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나 역시 다양한 콘텐츠들이 올라오는 여러 미술관들의 계정을 팔로우하여 즐겨 구경하곤 했는데 그중 눈길을 끄는 해시태그가 있었다. #MetSketch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시작해 미술관의 여러 작품들을 직접 따라 그려 올린 게시물에 달리는 해시태그였다. 미술관의 작품을 그린 그림들을 보자 대학교에 갓 들어와 처음 들었던 미술사 수업의 한 교수님이 떠올랐다. 수업 중, 교수님은 작품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그 작품을 직접 그려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인상적이었던 나는 과제를 위해 박물관에 갔을 때, 실제로 이 방법을 시도해보았으나 결국 그림을 그려내지는 못한 채 돌아왔다.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에, 이 해시태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 졌다.


인스타그램 속 #MetSketch 검색 결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150주년이었던 2020년 4월 13일을 이후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유튜브 채널인 "The Met"에는 Drop-in Drawing이라는 이름의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로 기존에 미술관에서 진행되던 Drop-in Drawing이 유튜브를 활용한 온라인 세션으로 전환되면서 미술관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드로잉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업로드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 영상들을 보고 집에서 자신이 가진 도구로 그림을 그리며 #MetSketch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물을 업로드한다.


2020년 5월에 작성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셜미디어 매니저와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SNS 활동을 통해 팔로워 수가 거의 200,000명가량 늘었다고 한다. #MetSketch 이외에도 미술관의 작품을 집에서 따라 해 올리는 #Mettwinning과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도 다수 있다. 국내에도 소개된 게티 미술관의 #GettyMuseumChallenge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 주위의 물건을 세 가지 이상 사용해 작품을 재창조한 뒤 공유하는 챌린지로 인스타그램 상에서 2020년 10월 7일 기준 5,1만 개의 게시물이 공유될 정도로 성행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미술 작품을 재현하는 챌린지들이 각각 #소장품집콕놀이, #새보물패러디챌린지 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챌린지들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코로나 시대에 메트로폴리탄은 두 측면을 강조한다. 첫 번째는 단순히 미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직접 할 수 있는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해 집에서 격리 중인 순간에도 창조적인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무기력한 하루하루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취미를 통해 느끼는 성취감은 삶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MetSketch 외의 다른 챌린지들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작품을 이용한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숨어있던 예술가적 면모를 발견하고 매일 똑같던 일상 속 모습을 벗어던질 수 있다. 그리고 주변의 사물을 작품의 일부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달라진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그림으로 진정되는 마음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깊은 사유의 과정이자 스스로를 반영하는 과정이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과도 같은 그 순간 속에서 그림과 작품, 그리고 나만이 남은 듯한 느낌을 느끼며 현실의 우울을 잠시라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림에 몰두하며 잠시나마 현실의 권태를 잊고 온전한 순간을 음미해보자.

The Met의 첫 번째 Drop-in Drawing 영상


The Met에 업로드된 여러 영상 중 첫 번째 영상에서는 원근법을 이용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외관을 찍은 사진을 그린다. 영상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첫 시도에서 완벽한 작품을 기대하지 말고 그저 즐기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결국 아무것도 그려내지 못하고 박물관에서 돌아왔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Drop-in Drawing 영상 속 드로잉들만 보더라도 작품의 완벽한 재현이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과 그림을 그려낸 후 생겨나는 작품에 대한 일종의 애착이다. 시간을 들여 한 대상을 바라보고 선을 하나씩 쌓아 그림을 그려가면 시간과 노력이 담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분명 그림이 완성된 후 작품을 바라보는 마음은 이전의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미술관들이 하나둘씩 다시 문을 여는 요즈음, 그리고 코로나가 종식된 그 이후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드로잉 북 하나와 그림을 그릴 도구 하나를 가지고 미술관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자료

https://secretnyc.co/met-drop-in-drawing/

https://www.theartnewspaper.com/interview/the-metropolitan-museum-of-art-has-gained-almost-200-000-social-media-followers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4271485396610

https://www.youtube.com/watch?v=SnBjB58XW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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