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술관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사유 02]

by E 앙데팡당

2020년 9월 24일,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개를 위한 미술관이라니, 독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안고 방문 계획을 세웠고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에게 연락해 함께 갈 것을 청했다. 설렘도 잠시, 예약을 하는 과정에서 동반 가능한 반려견은 회차 당 4마리로 제한이 되어 있으며(후에 6마리로 변경되었다) 그마저도 이미 예약이 전부 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망한 마음은 계속되었다. 수요일 저녁, 방문한 미술관 내부뿐 아니라 개를 위한 여러 기구들이 설치된 야외의 미술관 마당에서도 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반려견이 과도하게 짖는 경우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며 실내에서는 기저귀를 착용시킬 것을 권장한다는 안내문을 읽어보며 과연 개를 위한 미술관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해져 갔다. 해당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인 데멜자 코이의 <브리더>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사람들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애완동물을 디자인할 수 있게 해주는 브리더가 된 과학자에 대한 영상으로 이 영상을 통해 작가는 가상의 브리더의 모습과 현실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편집해 인간중심주의와 소비문화를 비판한다. 전시의 안내문을 읽으며 이 안내문 역시 인간중심주의의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러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규칙들이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애초에 미술관에 간다는 선택은 개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한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했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누군가는 전시장에 방문한 개들을 하나의 주체가 아닌 다른 작품들과 다름없는 일종의 관람 대상으로 바라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더.png 데멜자 코이 <브리더>

전시를 관람하고 나왔을 때 미술관 마당과 별도로 마련된 잔디밭에서 신나게 주인과 뛰어노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를 보며 어쩌면 미술관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조용히 해야 하고 배변 활동이 제한되어있으며 마음대로 뛰어놀지 못하는 미술관 안은 개들에게 억압된 공간이지 않았을까? 개를 위한 여러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인위적인 것이 없는 잔디밭 위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였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 전시가 가지는 의미란 무엇일까? 전시를 보고 난 후 ‘개를 위한 미술관’이라는 말은 미술관 자체가 개를 위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개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향을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해당 전시는 앞서 말한 데멜자 코이의 <브리더>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흔히 가지던 생각을 지적하는 한편 반려견의 입장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적록색맹인 개를 고려한 노랑과 파랑 위주의 색깔 구성이나 산책 중 개의 시선을 볼 수 있는 작품과 같이 마치 오늘날 가족과도 같이 여겨지는 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작품 등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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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의 전경

무엇보다 이 전시가 열렸다는 사실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상징이자 의미가 될 것이다. 전시에 대한 소식을 접한 몇몇 사람들은 이 전시의 효용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일부는 세금의 낭비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들을 들으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누군가에게 가족과도 같이 당연한 존재인 개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동물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개라는 존재가 공포의 대상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그리고 사람들은 미술관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표면으로 끌어왔다는 점이 이 전시에 주목해야 할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자 미술관에 오는가? 누군가는 교양을 쌓을 작품을, 누군가는 새로운 영감을, 그리고 누군가는 일종의 휴식을 만나고자 미술관에 방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까지를 작품이라 정의하고 예술로 봐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당신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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