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아티스트

[아오라 09]

by E 앙데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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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을 보았다. 인공지능 운영체제 OS ‘사만다’와 인간 ‘시어도르’의 관계를 그린 영화이다. ‘사만다’는 인공지능으로, 목소리만 들릴뿐, 몸의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시어도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감정을 느끼며 그에게 인간스러운 태도와 관계를 제공한다. 시어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만족스럽다가도, 그녀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다시 인지하며 이 관계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고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현대에서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발달하며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 불안하기도 하다. 여기서 나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감정, 상상, 창작 등의 범위라고 생각한다.



나의 첫 글인 [현대 미술에서의 AI]에서 현대 미술에서의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된 사례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그 사례인 ‘Expression Portrait’과 ‘Expression Mirror’는 인공지능이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설정되어 관람자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정도였다. 작가의 작품에 도움을 주는 역할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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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 신경망을 통해 이미지를 새로운 예술적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구글의 ‘딥드림’, 더 나아가 이미지의 질감을 인식하여 이미지를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변형시켜주는 ‘딥포저’, 그리고 렘브란트의 화풍을 재현해내는 ‘넥스트 렘브란트’, 새로운 스타일의 창작물을 그려내는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s)’가 있다. 심지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입찰이 이루어진 프랑스 인공지능 미술 집단 ‘오비어스’가 제작한 ‘에드몽드 벨라미’, 소더비 경매에 올라온 독일 인공지능 ‘마리오 클링게만’, 계속해서 진화하는 ‘AI 아티스트’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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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드림 / 딥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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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렘브란트 / CAN


‘에드몽 드 벨라미’는 가상의 인물을 그린 초상화이다. AFP는 “이 작품은 얼핏 19세기 인상주의 초상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얼굴 윤곽이 흐릿하고 완성이 안 된 그림 같아 보여 더 매혹적”이라고 전했다. 초상화의 아래쪽엔 마치 화가가 싸인을 한 것처럼 그림 제작에 실제로 쓰인 알고리즘 수학 공식이 적혀있다. ‘행인의 기억’은 두개의 스크린에 각각 여성과 남성의 초상화를 보여준다. 얼굴의 균형은 일그러진 이미지로 나오는데, 이 이미지들 역시 실존하지 않는 얼굴이며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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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드 벨라미 / 마리오 클링게만



예술 창작의 영역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고,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해도 예술을 받아들이는 인간으로서의 감수성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인공지능의 그림이 경매에 오르고, 높은 가격에 입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접하게 되면서 허무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Her의 시어도르가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회의감을 느낀 것처럼 나는 미술과 인간과의 관계와 인공지능 미술을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회의감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창작활동을 꺼려하는 입장이다. 그들의 창작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같은 순수 예술가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질 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영역이 단순히 기술로서만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도로 발전된,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작품들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몸이 없는, 신체와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 예술에서 보조 수단인 도구로서만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창작해내는 주체가 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간의 감수성, 창조성에 기술이 침범하고 있는데, 이를 그 인공지능만의 새로운 미술사조로 받아들여야할지, 그러니까 그것을 진정한 예술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님 인공지능과 함께 새로운 미술사조가 탄생할지..


현대 미술 안에서 슬며시 떠오르는 인공지능 미술 영역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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