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라 06]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되어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은 프랑스 대혁명, 계몽주의 사상 등의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당시 힘과 권력의 부활의 논리가 혁명과 정치에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유럽인들은 고대 로마의 위대한 역사에 관심을 두고 이성과 고전을 중요시하는 확실하고 검증된 가치를 추구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쳐 ‘신고전주의 미술’이 발현하였다. ‘신고전주의 미술’은 이전의 로코코와 바로크 미술과 같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경향에 반발하며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에 영감을 받아 지적이고 이성적인 경향을 추구했다. 신고전주의 화가들은 엄격한 형식미와 균형감, 질서와 규칙, 진지하고 정적인 분위기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엄격한 형식과 균형을 추구했던 신고전주의 미술에서 자신만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화가가 있다. 바로, 19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트 앵그르.
앵그르는 역사화, 초상화, 종교화 등을 제작하며 자신이 스스로 신고전주의의 위대한 역사화가로 남고 싶었으면서도 여성의 신체를 표현할 때에는 그만의 방식으로 작품들을 제작해나갔다. 그의 누드화는 인체의 비례에 변화를 주거나 동양적 색채를 사용하는 등 그가 제작한 다른 장르의 작품들과는 달리 엄격한 고전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왜 누드화를 제작할 때엔 비고전주의적인 요소를 수용한 것일까.
먼저, 앵그르의 누드화 중 가장 신체의 왜곡이 심하게 표현된 <그랑드 오달리스크>를 살펴보겠다. ‘오달리스크’는 터키 궁전 밀실에서 왕의 관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궁녀들을 지칭한다. 작품 속 오달리스크는 등을 보이며 누워있는데, 그녀의 신체는 해부학적으로 설명되지 않게 왜곡되어있다. 척추는 실제보다 두마디가 더 늘어나 있고, 어깨는 매우 좁으며 팔이 너무 얇다. 또한 골반은 너무 크고, 발은 너무 작다. 앵그르는 여인의 신체를 그가 생각하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곡선과 볼륨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신체적 미적 표현방식은 자신의 미적인 이상향에 가까이가고자 시도한 것이었지만, 대중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비난을 받아 이후의 작품들에선 <그랑드 오달리스크>만큼의 신체적 왜곡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앵그르는 동양에서 왕의 여인들이 나체로 목욜을 하는 이국적이고 은밀한 분위기의 공간인 하렘 모티브를 사용하여 여성 누드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양적인 소재의 등장에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었다. 19세기 유럽은 제국주의의 확산으로 식민지가 팽창한 시기이다. 그로 인해 점령지인 동양과의 문화 교류가 활발했는데, 이국적인 신비로운 동양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예술가들 사이에서 ‘오리엔탈병’이 유행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상상의 오리엔탈리즘이었다.
고대 그리스에 여성의 누드를 표현하는 것이 금기시 되었기 때문에 신화적 모티브인 ‘비너스’를 표현했다. 마찬가지로 19세기 누드화에 있어서 여전히 현실의 인물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화적 모티브가 필요했다. 시대에 맞게, ‘오리엔탈병’의 화가들은 오리엔탈 이미지를 가져와 이국적인 분위기와 소재로 상상 속의 신비로운 여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앵그르는 동양에서 왕의 여인들이 있던 나체의 여인들이 목욕하는 이국적이고 은밀한 분위기의 공간인 ‘하렘’의 모티브를 사용했다. 그는 동양적인 색채인 강렬한 청색이나 녹색, 붉은 색 등을 사용하여 선명한 보색 대비를 효과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에로틱한 이미지가 부각되도록 하였다.
<노예와 함께 있는 오달리스크>를 보면, 오달리스크의 신체가 <그랑드 오달리스크>처럼 크게 왜곡되어있지는 않다. 하지만, 신체의 곡선을 강조하는 면에서 소극적으로 일부 변형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달리스크의 누워있는 자세는 볼륨감과 곡선미를 한껏 강조해 그녀의 관능미를 극대화시켰다. 앵그르는 배경의 커튼이나 천, 주변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 등의 채색을 동양의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현실인듯 현실이 아닌 누드의 여인상을 그려냄으로써 그는 관능미를 표현하는 욕구를 충족시켰다.
<터키 목욕탕>은 앵그르가 표현하고자 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보여주고자 한 작품인 것 같다. 터키 목욕탕이라는 상상의 공간 속에 많은 나체의 여인들을 한 화면 속에 표현하였다. 다양한 매혹적인 자세를 하고 있는 여성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색채나 인체의 왜곡을 통해 앵그르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여성들의 관능미를 효과적으로 끌어냈다.
신고전주의 대표 화가인 앵그르가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는 누드화에서는 그만의 감성과 이상향을 드러냈다. 그는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충분히 표현하기위해 비고전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였고, 그의 작품은 당시의 경향에만 충족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독자적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경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랑드 오달리스크> 이후, 신체의 왜곡이 축소되어 표현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대중과 비평가들을 고려해 최선의 방식으로 자신의 방향성을 추구해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