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01]
과거의 미술이 현재에도 여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된다. 현대인은 과거인이 그 당시 창작된 작품을 봤을 때 가지는 느낌과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 없다. 현대인이 과거에 창작된 예술 작품을 바라볼 때는 과거인과 다른 전제와 기준, 가치관을 가지고 작품을 평가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정 작품의 상업성은 우리 시대의 미학을 대변한다. 왜 어떤 과거의 예술 작품은 상업적으로 선택되지만, 다른 작품은 그렇지 못하는가?
현대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많이 차용되는 예술 작품은 아마도 바로크 미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프 화이트의 디자이너인 버질 아블로는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 화가인 카라비조의 회화를 그대로 차용하여 카라비조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뿐만 아니라 바로크 미술의 다른 대표주자인 벨라스케스, 렘브란트의 대표작들은 많은 상업 광고나 앨범 아트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 있는 이미지로 사용된다.
바로크 미술은 여러 현대 예술의 창작에서도 영감으로 작용한다. 서구 미술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일본의 팝아티스트인 모리무라 야스마마는 바로크 회화의 이미지를 자신의 작업 대부분에 이용했으며 설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듀오인 아로차와 슈라에넨은 Sanguine/Bloodred 설치 작품에서 카라비조의 ‘예수의 수난’을 삼각형의 프리즘을 통해 이미지를 일그러지게 보여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였다. 바로크 회화의 구조는 영화의 각 씬을 구성하는데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바로크 에술은 현대인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가? 그리고 왜 바로크 미술이 특히 현대에 매력적인 이미지로 작용하는가?
바로크는 르네상스 직후 17세기에서 18세기 초반까지의 예술 사조를 이르며, 회화 뿐만이 아닌 조각, 음악, 문학 등 예술 전반을 포함하는 사조이다. 바로크 예술을 단순히 시대적 구분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바로크가 특정 시대를 지칭하기 보다는 예술적 양식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바로크 라는 이름은 포르투칼어로 일그러진 진주를 의미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크는 일그러짐, 불완전함, 일탈한 이미지를 상징한다. 바로크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가장 대표적인 바로크 예술의 특징은 화려함과 고맥락성 일 것이다. 바로크 회화는 빛과 어둠의 대비로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불러일으켰으며, 신화나 종교적 이야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을 포착하여 그린다. 리얼리즘을 중시하던 르네상스 미술과 달리 바로크 미술은 포착한 장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적 절정 혹은 감각적 자극을 포착하는데 집중한다. 바로크 회화는 관객들이 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포착하고 감정적 리얼리즘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로크 미술은 더욱 적극적으로 감상자에게 다가가는 느낌을 주면서 감상자에게 해석의 주도권을 넘긴다. 바로크의 구조 또한 르네상스의 이미지처럼 완벽히 대칭적인 구조가 아닌 일그러지고 비대칭적인 구조로 더 살아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바로크 미술의 이러한 특징은 현대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죽음과 섹슈얼리티와 같은 무겁고 드라마틱한 주제를 다루면서 드라마를 포착한 것과 같은 구성은 영화와 티비쇼가 일상이 된 현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이미지이다. 또한 자신이 내러티브를 만들고 작품 감상에서 주도권을 갖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바로크 회화는 그 해석의 가능성을 감상자에게 전달함으로써 현대의 관객을 만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