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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앙데팡당 Jul 28. 2019

여성 미술가의 위치

[위치][보배05][1호]

 여성 미술가에 대한 대우를 보면 미술사 내 여성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우선, 당신은 몇 명의 여성 미술가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가? 다음으로 당신이 말할 수 있는 남성 미술가의 이름을 떠올려보자. 후자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사는(다른 학문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철저히 남성중심적 학문이었다. 미술사는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예술을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었다. 주류 미술사는 프랑스, 미국 등의 특정 국가를 중심에 두고 주요 사조를 선택했으며 거장, 천재라 불리는 남성 대가들을 사제관계 등으로 이으며 미술사를 계보학적으로 설명한다. 이에 포함되지 못한 비‘서양’미술과 비주류 사조의 작가들, 그리고 여성 미술가들은 미술사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다.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프랜시스 보르젤로 저, 주은정 역, 아트북스)』를 통해 필자는 여성 미술가들과 그들의 자화상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계 내 여성 미술가의 위치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한다.

 여성 미술가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미술가들과는 다른 시선을 받아왔다. 첫째로 미술 교육에 큰 제약이 있었다. 19세기 후반에 미술학교들이 여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여성이 공식적,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순수예술과 공예가 분화되기 오래 전부터 남성의 경우, 장인은 공방은 운영하고 도제는 장인 밑에서 교육과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여성은 누드 드로잉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이것은 꽤나 큰 불이익이었다. 전통적으로 지위가 높은 장르인 성서화와 신화, 종교화, 역사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신체의 해부학적 묘사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대다수의 여성 미술가들이 접근할 있었던 미술의 장르가 수공예, 정물, 초상화 등으로 국한된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로 지원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앞서 말했듯이 남성 미술가는 스스로 공방을 운영하면서 제자를 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존재했다. 반면 여성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예의범절로 인해 직업 미술가를 하기 어려웠다. 후원자도 비교적 적었고, 심지어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종종 의결권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것을 여성을 위해 행사할 수 없었다.1)

1. 요한 조파니,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 1771

 요한 조파니의 <로얄 아카데미 회원들>에는 남성 누드를 두고 인체 드로잉 수업을 하는 로얄 아카데미 창립 회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창립 회원 중 여성은 안젤리나 카우프만과 메리 모조가 있었다. 그러나 두 명의 여성 회원은 초상화가 되어 벽에 걸려 있다. 그림 속의 그림, 즉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고 오브제로 환원된 상태로 등장한다. 따라서 이 그림은 여성이 19세기에는 누드 드로잉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과, 여성을 남성과 동일한 창작자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19세기에 이르러 여성도 제도 교육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이 해방되고 동지애를 갖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 지원 시스템은 대개 가족이었다.2)

 자화상을 통해서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구속을 찾아볼 수 있다. 남성 자화상의 경우 자의식과 자신만의 특성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없다. 어떤 일에 몰두, 고뇌와 일탈, 자신의 자의식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여성이 자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매력적인 모습이라기보다 수상하고 허세적인 존재 또는 심하면 여성다움을 위반하는 기괴한 존재로 간주된다. 여성 미술가를 여성으로서도, 미술가로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미술가들은 작업 중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더러운 작업복이나 지저분함, 지나치게 극적인 자기 표현 등을 통해 부각할 수는 없었다. 외모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을 감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3) 귀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을 보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숨김없이, 그래서 조금은 기괴할 수도 있기까지 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의 화가 비제 르 브랑의 자화상을 보면 붓과 팔레트를 들고 자신이 화가임을 밝히고 있지만 작업복을 입은 모습이 아닌 화려한 장식이 달린 모자와 옷으로 꾸민 상류층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2. 귀스타브 쿠르베, <자화상-절망적인 남자>, 1844~1845/ 3. 엘리자베스 루이스 비제 르 브랑,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1782.

 여성 미술가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과 미술가에게 기대하는 모습 간의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나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 미술가들은 시대가 변함과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계 내에서 여성이 어떻게 스스로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미술은(특히 자화상은) 여성 미술가가 여성에 대해, 예술가에 대해, 그리고 자신과 사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언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발굴하고 언어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주>

1) 프랜시스 보르젤로(2016),『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주은정 역, 아트북스, 38쪽.

2) 프랜시스 보르젤로(2016),『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주은정 역, 아트북스, 37쪽.

3) 프랜시스 보르젤로(2016),『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주은정 역, 아트북스, 43쪽.



<참고문헌>

프랜시스 보르젤로(2016),『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주은정 역, 아트북스.


<도판>

1. 요한 조파니,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 1771

2. 귀스타브 쿠르베, <자화상-절망적인 남자>, 1844~1845, 개인 소장

3. Elizabeth Louise Vigee Le Brun,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in a Straw Hat>, 1782이후, 캔버스에 유화, 98 x 70 cm,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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