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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대문 Oct 18. 2023

차랑 나랑 눈치싸움

누가먼저 갈까! 가위 바위 보!

어릴 적 항상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조심해야지 차 지나가잖아!" 혹은 "차 지나가고 가야지!" 같은 이야기.

보행자와 차중에 보통은 큰 차를 먼저 보내고 그뒤에 조심조심 지나가는 것이 우리나가 국룰이지 않은가. 특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의 호의가 아닌 이상 차 먼저 보내고 그 다음에 여유롭게 횡단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허나 여기 와서 마주한 운전자들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 보도 앞에 사람이 있으면 우선 정차한다. 혹은 건널목같은데에도 사람이 건너려는 듯이 서 있으면 우선 정차한다. 보행자 먼저, 그리고 나서 차가 지나간다.


이 상황이 어찌나 불안한지. 내가 건너기를 기다리는 차가 횡단보도 앞에 멀뚱멀뚱 멈춰 있다니. 게다가 나는 자신있게 건너지 않고 상황파악을 하느라 약간 시간을 지체하니까. 운전자의 인내심이 다 하면 나랑 차랑 같이 출발하게 되어 '꽥' 하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아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번은 그냥 차가 지나가거들랑 가려고 가만히 멈춰있기로 결정했다. 내가 이 건널목을 건너려는 의지가 크지 않아요- 하면서 횡단보도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천천히 걸음을 늦췄다. 그때는 차가 많이 다니는 시간대라서 하번 와르륵 움직이고 나면 적당히 비어있는 도로를 천천히 건널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그 수 많은 이동차량들이 멈춰서는게 아닌가. 내 걸음이 채 다 횡단 보도 앞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뭘 알고! 이동차량들이 멀뚱멀뚱 기다려서 내가 건너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니. 심지어 인도 가까이에 붙어있는 차는 창문을 내리고 "지나가!'하면서 친절하게 안내도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찔끔 놀라서 허둥지둥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러고 나자 차들이 부웅부웅 하면서 다시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고.


가로등이 우리나라만큼 밝지도, 많지도 않은 나라이지만 횡단보도는 번쩍번쩍하게 꼭 밝혀 놓는다.

가로등이 횡단보도 만큼은 환하게 밝혀준다


그 앞에 토닥토닥 걸음이 멈추면 차도, 자전거도 우선 멈춤이다. 아직도 아주 적응이 되지는 않아서 움찔거리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더 당당하게 한걸음을 내딛는다. 내가 "꽥'하게 될 확률이 아주 낮다는 확신이 어느정도 생겼기 때문에.


물론 어느 곳이나 이상한 사람들은 있고, 공공의 법규를 어기는 사람들도 많은니 어릴적 배웠던 대로 주변을 잘 살펴보면서 건너야 한다.




오늘의 독일 살이 포인트 :)


1. 차랑 보행자랑 동시에 멈추면 항상 보행자 먼저! - 대치하지 말고 용감하게 길 건너기

2. 지나가며 일단 멈춤 해 준 운전자에게 따봉을 날려주며 가면 서로 기분이 좋다.

3. 그러나 이상한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니 앙 옆을 잘 보고 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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