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그리고 이제 인간도 사라질 차례인가?

치통 하나에서 시작된 인공지능 시대의 예감

밤새 뒤척였다.
잇몸이 욱신거리고, 얼굴 절반이 뜨거워지는 듯한 통증에
잠이 들 수 없었다.

진통제를 찾다가 문득,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챗지피티에게 물었다.

“이 치통, 왜 이러는 걸까요?”
답은 치수염이었다.
“진통제를 드시되, 온열찜질은 피하세요. 혈류가 염증을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의사처럼,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알려준다.
심지어 어떤 진통제를 먹는 게 더 효과적인지까지 추천해 준다.

놀랍다.
그리곤 문득, 섬뜩하다.

책장을 정리하다 문득 눈에 들어온 철학서들.
고등학생 시절,

나는 니체와 칸트를 읽었다.
칸트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지만,
지금 나는 ‘이제 인간이 죽었다’는 문장을 마주한 기분이다.


칸트, 쇼펜하우어, 노자, 카프카…
그들이 나에게 알려준 건 사유였다.
고통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질문하며, 존재를 증명하는 그 모든 것들.
그런데 이제, 그 사유의 과정을 인공지능이 ‘해결’해준다.
사람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나는 이제 어떤 질문도 책보다 챗지피티에게 묻는다.
어떤 선택도, 전문가보다 인공지능에게 묻는다.
어떤 감정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보다
AI에게 먼저 이야기해본다.
세상 모든 지식이 거기 있고, 나의 상황에 맞춰 해석까지 해주니까.

그 편리함 속에서,
나는 나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억나는 장면 하나.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자신의 존재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에게조차 혐오당하며 방에 틀어박히는 장면.
그건 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메타포일지 모른다.
외로움, 고립, 그리고 ‘내가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는 두려움.


나는 지금,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레고르’를 너무도 잘 이해할 수 있다.
판단하지 않는 인간,
기억하지 않는 인간,
느끼지 않는 인간.


AI는 이제 우리의 일상, 소비, 공부, 연애, 상담까지
모두 침투하고 있다.
맞춤형 뉴스, 맞춤형 쇼핑, 맞춤형 인생 설계까지.
이제는 우리가 진짜 나인지,
아니면 AI가 디자인한 나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다.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그 사실은
편안함보다 두려움을 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선언이
이제는 “AI가 판단한다, 나는 따라간다”로 바뀌는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은 곧 판단권을 박탈당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저 데이터 위에 앉아,
추천받고, 소비하고, 반응하며, 사는 사람들.

그렇게 우리는 ‘AI 없는 일상’에 대한 디지털 디톡스,
‘AI 없는 만남’을 위한 로우테크 커뮤니티를
갈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단순한 감성의 복고가 아니다.
존재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저항일 것이다.


지금은
데이터를 가진 자, 알고리즘을 만든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대다수의 사람들은 판단을 포기한 채,
추천을 따라 웃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살아간다.
‘소수의 설계자’와 ‘대다수의 따르는 자’의 분리.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계급 구조다.


그럼에도 나는 믿고 싶다.
자신의 오감, 직관, 감정, 실수를 껴안는 인간의 가능성.
그 가능성이야말로,
AI가 결코 닿을 수 없는 마지막 인간의 자리라고.

우주소년 코난처럼,
데이터가 아닌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앞으로의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느리지만,
더 인간적인 속도로 말이다.


“기계는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인간은 느리고 따뜻하다.”


나는 오늘도 치통을 챗지피티에게 물으며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경이로운 시대의 길목에 서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AI 시대에 다시, 그리고 더 절실하게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다.


2025. 10.11.(토)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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