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재현에서 교육의 실천으로, 선발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묻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교대와 사범대의 교정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임용고시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기대와 불안, 희망과 좌절이 뒤섞이며 예비 교사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교권 추락과 악성 민원, 처우 약화와 같은 교육 현장의 비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직을 향한 젊은 세대의 열망은 쉽게 식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직업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여전히 우리 사회 안에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용고시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지금의 임용고시는 과연 교실 속 복잡다단한 갈등을 감당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배움을 설계할 준비가 된 교사를 제대로 찾아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제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관계를 조율하고 배움의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학생의 감정을 읽고, 갈등을 중재하며,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이 교사의 핵심 역할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임용고시는 여전히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답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해내는지를 묻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짧은 면접과 형식화된 수업 실연만으로 한 사람의 교육적 철학이나 위기 대응 역량, 관계 맺기 능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OECD의 국제 교육 지표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되듯, 오늘날 교사의 핵심 역량은 협업 능력과 사회적 감성, 그리고 상황 판단 능력에 있다. 지식은 교사의 기본 전제일 뿐, 더 이상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가장 시급하게 손봐야 할 지점은 교육실습이다. 현재의 실습은 여전히 참관 중심의 연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몇 차시의 수업 경험만으로는 교사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 어렵다. 교사의 역량은 교과 설명의 유창함보다 학급 운영의 디테일, 예기치 않은 학생 행동에 대한 대응, 학부모와의 소통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
실습은 ‘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담임 교사의 고민을 함께 짊어지고, 생활지도와 상담에 실제로 참여하며, 학교라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습은 단순한 학점 이수가 아니라, 예비 교사가 스스로의 적성과 역량을 점검하고 학교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 중심 선발의 핵심 고리로 기능할 수 있다.
현행 면접 제도는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표준화되어 있다. 논리적으로 정제된 답변을 준비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그 답변이 실제 교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면접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심층 면접이다. 교실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를 묻는 질문이 필요하다. 매뉴얼을 정확히 읊는 사람보다, 상황의 맥락을 읽고 아이들의 말과 침묵 속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교사를 찾아내는 것이 면접의 본래 목적이어야 한다.
핀란드와 독일 등 교육 선진국에서 운영 중인 교사 레지던시, 즉 인턴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임용 전후 일정 기간을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정규 교사와 협력하며 보내는 이 과정은 신규 교사에게는 연착륙의 기회를, 학교에는 검증의 시간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인턴 교사를 값싼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일정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되, 책임과 권한을 단계적으로 부여하고 체계적인 멘토링을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학교 현실 사이의 괴리, 이른바 ‘현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며, 교사 스스로도 교직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발령장은 완성된 교사임을 증명하는 문서가 아니다. 교육학에서 신규 교사의 첫해를 ‘생존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이 시기가 버겁고 낯설기 때문이다. 수업과 생활지도, 학생 이해와 학교 적응까지 모든 것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성장은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질 수 없다.
최근 언론에서도 초임 교사의 소진과 조기 이탈 문제가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체계적인 연수, 동료 교사와의 협력 문화, 실패를 허용하는 학교 환경이 갖춰질 때 신규 교사는 비로소 성장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임용고시는 개인의 합격 여부를 넘어 공교육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용 제도를 바꾸는 일은 시험 과목 몇 개를 조정하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을 우리 아이들 곁에 세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가치의 문제다. 지식의 시험에서 관계의 검증으로, 선별의 도구에서 성장의 기제로 임용 제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년 ‘지식은 풍부하지만 혼자 버텨야 하는 교사’를 반복해서 배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 앞에 설 준비가 된 교사를 제대로 알아보고, 그 가능성을 끝까지 길러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교육 공동체가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며, 임용고시의 계절이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는 오래된 과제다.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김대성(상인천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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