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인사, 학교의 봄을 설계하는 시간

업무 분장과 학년 배정, 그 조용한 결정들이 한 해 학교의 방향을 만든다

발표를 앞둔 밤, 교감의 마음은 분주하다

신학기 선생님들의 업무 분장과 학년 배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명단 발표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수십 번의 고민과 수많은 대화, 그리고 공동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율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업무 희망서를 받고, 인사 상담을 진행하며 선생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전화 상담, 대면 협의, 짧은 복도 대화까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선생님들의 교육 철학, 개인적 상황, 전문성의 방향,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배치’가 아니라, 학교라는 공동체의 새로운 판을 짜는 일로 받아들였다.


세 번의 협의, 한 번의 점검… 소통으로 완성하는 조직

업무부장 협의회 세 차례, 학년부장 협의 한 차례.
숫자로 보면 네 번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토론과 수정이 오갔다.

학교 운영에서 교내 인사는 선생님들의 화합, 교육적 여건 조성, 그리고 한 해 교육활동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초등학교는 학년 문화와 교실 배치, 방과후 운영, 생활지도 특성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한 부분만 어긋나도 전체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인사 과정에서 나는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공정성 – 인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가

적합성 – 선생님의 전문성과 희망이 최대한 반영되었는가

조화성 – 학년과 조직 전체의 균형이 맞는가

완벽한 해답은 없다. 그러나 충분한 대화는 있다.
그 대화가 결국 학교의 신뢰를 만든다고 믿는다.


교육청 인사와 학교 인사의 차이

나는 교육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며 단위가 큰 인사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교육청 인사는 규모가 크고 체계적이다. 규정과 절차, 숫자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 인사에는 교사 한 사람의 깊은 사정까지 담아내기 어려웠다.
개인의 성향, 업무 스타일, 지금 처한 상황, 그가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까지는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기계적인 인사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 안의 인사는 다르다.
여기서는 사람의 표정이 보이고, 목소리의 떨림이 들린다.
“올해는 조금만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말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학교 인사는 숫자가 아니라 관계의 작업임을 이번에도 다시 배웠다.


인사자문위원회, 공동체의 지혜를 모으다

오늘은 인사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업무 분장과 학년 배정 초안을 점검했다.
교실 배치까지 포함해 세심하게 검토했지만, 방과후 수업 운영, 학년별 특성, 공간 활용의 효율성 등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들이 드러났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날카로웠지만 따뜻했다.
비판이 아니라 보완이었고, 지적이 아니라 제안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배웠다.
학교의 자원은 사람만이 아니다.
교실 하나, 특별실 하나, 복도 동선 하나까지도 교육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
물리적 공간 역시 교육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2월, 밭을 일구는 시간

요즘은 기간제 교사 채용, 각종 교직원 채용까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신학기를 앞둔 2월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다.

나는 종종 이 시기를 ‘밭을 일구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밭의 영양 상태를 살피고, 씨를 뿌릴 준비를 하고, 물길을 정리하는 시간.
씨를 뿌리고 난 뒤에는 되돌릴 수 없기에,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잔잔한 호수 위를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처럼, 학교도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무수한 움직임이 있다.
교감의 2월은 바로 그 발밑의 동동거림과 같다.


공동체를 세우는 일

학교는 하나의 조직이지만, 그 이전에 하나의 공동체다.
공동체가 조화롭고 평화로울 때 학생 교육은 안정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역할의 명확화

비전의 공유

협력의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

업무 분장은 단순한 일의 나눔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한 역할 분담이다.
“학생 교육”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적응에서 설계로

작년 9월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적응’의 단계에 있었다.
주어진 환경을 이해하고, 학교 문화를 읽고, 구성원들의 관계망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신학기를 앞둔 이 시점에서 나는 새로운 학교 교육과정과 조직, 그리고 공동체의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역할 변화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동반한다.
동시에 보람도 크다.


다시 시작하는 2026년

오늘은 학교 발령 이후 가장 바쁜 날 중 하루였다.
협의회, 채용 심사, 조직 구성, 공간 배치 점검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피곤함보다 감사함이 크다.
함께 고민해주는 선생님들이 있고, 학교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전 직원 협의회를 통해 업무 분장과 학년 배정을 발표한다.
선생님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다.
누군가는 설렘으로, 누군가는 약간의 긴장으로 그 자리에 앉겠지만,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26년 신학기.
우리 학교가 다시 한 번 힘차게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이 시간이, 훗날 돌아봤을 때 가장 의미 있는 준비의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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