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촘촘한 안전망'이 현장에서는 '무한 책임망'이 되지 않으려면
2026년 3월 1일,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하나 되어 학생을 위한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부진, 경제적 빈곤, 심리·정서적 위기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개별적이고 분절적인 사업 중심 지원이 아닌, 학생 중심의 통합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화려한 캐치프레이즈와 이상적인 모델 뒤편에서, 학교 현장은 기대보다는 깊은 우려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책의 선한 의도가 현장의 척박한 토양과 만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법안의 추진 배경으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매년 5만 명에 달하는 학업 중단 학생, 급증하는 우울감 경험률, 그리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증가를 꼽았다. 이러한 지표들은 분명 우리 교육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기존 지원 체계가 분절적이었기 때문에 발생한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통합 지원 시스템만 갖추면 해결될 것이라 보는 진단은 다소 성급하고 미흡해 보인다.
학업 중단이나 정서적 위기는 학교 시스템의 미비함을 넘어 가정의 붕괴, 입시 위주의 사회 구조, 급변하는 시대적 특성 등 거시적인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 모든 원인을 '지원의 파편화'로 축소하며, 해결의 열쇠를 학교 안의 '협력'과 '통합'에서 찾으려 한다. 이는 자칫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모순과 책임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차라리 선도학교와 일반 학교의 비교 연구를 통해 통합 지원이 실제 학생의 위기 극복에 얼마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실증적인 근거를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정확하지 않은 진단 위에서 내려진 처방은 환자를 살리기보다 오히려 기력을 소진하게 만들 뿐이다.
가장 큰 우려는 학교의 본질적 기능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지원 체계를 보면 교육비, 아동학대, 심리 정서, 기초학력, 학교 폭력 지원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물론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제시된 안은 복지와 의료, 법률, 안전의 영역까지 학교가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장의 교사들은 이미 수업과 생활지도, 그리고 쏟아지는 행정 업무로 인해 '번아웃' 상태다. 여기에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사례 관리, 지역사회 연계 업무까지 더해진다면 학교의 교육력은 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담임 교사 혼자 책임지던 구조에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구조로 바뀐다"고 홍보하지만, 현장의 관리자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담임의 독박'이 '학교 전체의 독박'으로 확대되는 것일 뿐이다. 상담사나 복지사가 배치되지 않은 수많은 학교에서는 결국 그 '구성원'이 다시 교사가 되어야 하는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
해외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의 경우, 학생 복지팀이 존재하지만, 의료나 심리 상담 등 전문적인 영역은 철저하게 학교 외부의 전문가 그룹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 지원하거나 확실한 외부 시스템이 작동한다. 교사는 교육적 관찰자로서 협력할 뿐, 복지 코디네이터로서 행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우리의 '학마통'은 교사에게 의사, 사회복지사의 역할까지 흉내 내라고 강요하는 형국이다. 전문성이 없는 교사들에게 전문적인 영역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위험한 도박이다.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따져볼 때 현실적인 벽은 더욱 높다. 교육부는 2026년 법 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핵심인 '정보 시스템'은 2028년에야 구축된다고 한다. 건물을 다 짓기도 전에 입주부터 하라는 꼴이다. 나이스(NEIS) 시스템에 기록 기능을 추가한다고 하지만, 이는 교사들에게 또 다른 기록의 압박과 행정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과 인력이다. 정부의 세수 부족으로 학교 기본 운영비조차 삭감되는 마당에, '통합 예산'이라는 명분으로 기존 예산 안에서 알아서 쪼개어 쓰라는 지침은 학교 재정의 영세성을 가속할 것이다. 학생 한 명의 심리 검사와 치료비만 해도 수십만 원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별도의 과감한 목적 사업비 투입 없이 학교 자체 예산으로 '맞춤형 패키지 지원'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교육지원청에 설치된다는 '학생맞춤통합지원센터'가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교육지원청 역시 과도한 업무로 인해 학교를 지원하기보다는 행정적 관리 감독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청 장학사나 주무관 한 명이 수십, 수백 개의 학교를 담당하는 구조에서 고위기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사례 관리가 가능하겠는가? 지역사회의 병원이나 전문가를 연결하는 일 역시, 소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지방의 현실을 고려할 때, 결국 돌고 돌아 학교가 학부모에게 병원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공포와 악성 민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의 '적극적 개입'은 교사들에게 '잠재적 범죄자'가 될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과 같다. 학부모의 동의 없는 지원이 불가능하고, 낙인 효과를 우려한 학부모가 지원을 거부할 때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아동복지법 등 상충하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면책 조항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통합지원협의회를 운영하라는 것은 교사를 법적 분쟁의 최전선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다.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학교와 교사를 '무한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 활동에 집중하고, 복지와 치료는 지자체와 전문 기관이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이나 지자체에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진 전담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학교 밖의 안전망이 학교 안의 교육 활동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예산과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법을 시행하기보다는, 충분한 시범 운영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 교사들이 안심하고 학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등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도 필수적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한 저출생의 시대, 우리 모두는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바란다. 그러나 그 방법이 학교와 교사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학교에 모든 짐을 지우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통합 지원은 무턱대고 학교의 담장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쏟아질 무게를 사회가 함께 나누어 질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김대성(상인천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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