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온 시장 논리, 협력의 교육 공동체를 흔들고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가장 불편한 제도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교사들이 교사 성과상여금 제도를 이야기한다. 이 제도는 교사의 다면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S, A, B 등급으로 나누어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제도는 최소 차등지급률 50%를 기준으로 학교가 범위 내에서 차등지급률을 결정하며, 교사를 S·A·B 세 등급으로 구분해 지급한다. 형식적으로는 학교의 평가관리위원회가 기준을 마련하고 교직원 협의를 거쳐 운영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체감되는 모습은 다르다. 교육청에서 성과상여금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과 현재 교감으로 학교에서 직접 이 제도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성과상여금 제도는 교육적 성과를 높이기보다 학교 내부의 긴장과 갈등을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운 활동이다. 교사의 수업과 학생지도, 학급 운영, 관계 형성, 학생 성장 지원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복합적 과정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다면평가 중 정량평가 결과가 규정에 따라 80~100% 반영되도록 되어 있다. 정성평가가 일부 반영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점수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학교에서는 수업시수, 연수실적, 보직 여부, 생활지도 학년 등의 기준을 만들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교육의 실제 가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학생 간 갈등, 교권 침해, 학교폭력 사안, 학급 분위기, 학부모 상담 등 교사의 실제 노력은 단순히 학년이나 업무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년 학생 구성과 교실 상황이 달라지는 학교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교사를 서열화하는 것은 처음부터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교사 성과상여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에 있다. 정량평가 중심의 평가 구조는 교사 개인의 교육 활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교사들 사이의 불필요한 비교와 서열화를 만들어 낸다. 교육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 있다. “교사는 학생을 줄 세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학교 내부에서는 교사를 줄 세우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교원단체들이 실시한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다수 교사들이 성과상여금 제도가 교육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교원단체 역시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이나 폐지를 요구해 왔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성과상여금 결과가 발표된 이후 일부 교사들이 좌절감과 박탈감, 자존감 하락을 경험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교감으로서 성과상여금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 역시 등급 발표 이후 교무실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장면이다.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이미 갈등이 시작되고,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과 감정의 균열이 생긴다.
성과상여금 제도는 기업 조직에서 활용되는 성과 보상 시스템을 공공 영역에 적용한 정책이다. 기업에서는 매출, 실적, 생산성 등 비교적 명확한 성과 지표가 존재한다. 그러나 학교는 전혀 다른 조직이다. 학교는 매년 구성원이 바뀌고 교사는 4~5년마다 학교를 이동한다. 업무 역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학교 상황에 따라 배정된다. 어떤 교사는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년을 맡을 수 있고, 어떤 교사는 학교폭력 사안을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교사는 학생 상담에 많은 시간을 쓰고 또 다른 교사는 교육과정 연구와 자료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 이러한 교육 활동은 기업 조직의 실적처럼 명확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학교의 성과가 교사 개인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교육의 결과는 학생 구성, 학급 상황, 가정 환경,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기업 조직에서는 개인 성과를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어떤 학생들을 만났는가라는 변수 역시 교육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교사를 동일 기준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교육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교육학자 앤디 하그리브스는 학교 조직의 핵심을 '협력적 전문성'이라고 설명한다. 교사들은 서로 협력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학생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가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과상여금 제도는 이러한 협력 문화를 약화시키고 교사를 개별 경쟁의 주체로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의 헌신과 수고가 공동체의 성과가 아니라 개인의 점수로 환산되는 순간 학교 조직은 자연스럽게 파편화된다.
최근 교육부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을 추진하며 교사, 상담교사, 복지사, 지역기관 등 다양한 구성원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 한 명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개인 간 평가와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협력을 강조하는 정책과 경쟁을 강화하는 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모순된 모습이다.
또한 교육부는 최근 학교의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며 ‘가짜 노동’ 감소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성과상여금 제도 역시 학교 내부에서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다.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한 회의, 점수 산정, 이의 제기 처리, 교직원 갈등 관리 등 실제 현장에서는 상당한 행정 에너지가 소모된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학생 교육보다 내부 평가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교직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직이다. 교사들은 대학에서부터 교육의 공공성과 사명감을 배우며 교직에 들어온다. 그러나 교사 성과상여금 제도는 교사의 교육적 노력을 외부 보상 중심의 동기로 환원시키는 측면이 있다. 아무리 많은 교사가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제도 구조상 누군가는 S등급을 받고 누군가는 B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균열이 생긴다.
최근 고등학교에서는 절대평가 확대 논의가 활발하다. 학생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협력적 학습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학교를 운영하는 교사들에게는 왜 여전히 상대평가 방식의 서열화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교사 조직에는 과거의 경쟁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약하다.
교사 성과상여금 제도는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이 제도가 학교 문화와 교사 전문성, 교육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학교 문화, 조직 협력, 교사 만족도, 교육 활동 개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정책 사후 평가 연구가 필요하다.
학교는 경쟁 조직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다. 교사들은 매일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며 하루를 보낸다. 교실에서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업 자료를 만들고 상담을 하며 생활지도를 한다. 외부에서 보면 때로는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학생에게 많은 시간을 쓰는 교사들이 여전히 학교에 존재한다. 이러한 교육적 헌신을 단순한 점수와 등급으로 환산하는 제도는 교육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
교사를 줄 세우는 제도는 교육을 살리지 못한다. 학교가 협력과 신뢰 위에서 작동할 때 학생의 배움도 살아난다. 교사 성과상여금 제도의 폐지와 근본적인 제도 재검토가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김대성(상인천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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