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시대, 시뮬레이션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얼마 전 브런치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글을 써도 시간당 최저시급도 안 나옵니다.”
그 글을 덮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 한켠이 저릿했다.
나도 그랬다.
글을 쓰고, 강연을 준비하고, 유튜브를 만들면서
이게 정말 ‘돈 되는 짓인가?’ 자문해본 적 있다.
내 시간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나는 지금 손해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이 머리카락처럼 엉켜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나의 시간, 나의 열정, 나의 삶까지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시간의 값’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사람을 만나는 시간, 책을 읽는 시간,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때리는 시간까지
‘가성비’로 판단하게 된 우리 자신에게 묻고 싶다.
그 시간은 정말 ‘낭비’였을까?
요즘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살아간다.
여행조차도 철저히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한다.
‘그럴싸한 사진’이 남는 맛집, 명소만 간다.
실패 없는 여정.
그런데… 기억도, 감동도 남지 않는다.
여행뿐이랴. 연애도, 모임도, 교육도,
이제는 ‘실패 없는 시간’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관계도 효율, 인생도 경제성.
결과적으로 우리는 실패도, 감동도, 진짜 경험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실패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 인생이다.”
– 앨프리드 아들러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직책, 학벌, 팔로워 수, 부모의 경제력,
심지어 말투나 패션까지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게 ‘등급’을 매긴다.
결혼은 더 노골적이다.
결혼정보회사 등급, 연봉, 외모, 자산.
심지어 유튜브에선 사람을
‘급이 맞는지’ 분석해주는 콘텐츠까지 넘쳐난다.
사람을 ‘그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가치로 환산해 소비하는 시대.
사람조차 브랜드, 리셀 가치로 따지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이득이 될까?”
그 질문을 먼저 떠올렸다면
우리는 이미 '사람'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교육 현장에서
너무 많은 ‘시뮬레이션 인생’을 본다.
부모는 자녀에게
‘검증된 성공 경로’를 제공하려 한다.
의대, 명문대, 안정된 직장…
마치 게임의 ‘미션 달성 경로’처럼.
그런데 정작 학생은
그 경로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다.
‘내가 왜 이 길을 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면 무너진다.
공허하고, 불안하며, 방향을 잃는다.
실패를 경험한 적도, 질문을 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짜 현실’이
진짜를 대체한다.
교육도, 인간도, 삶도
결국 “진짜 같지만 가짜인” 시뮬레이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산책을 하지 않는다.
친구와 몇 시간 허탕치는 대화는 사치다.
읽다 덮는 책은 실패한 선택이 되고,
말없이 바라보는 풍경은
시간 낭비로 취급받는다.
시간에도, 감정에도, 관계에도
이제는 ‘가격’이 붙는다.
사랑은 결혼이라는 경제 계약으로,
우정은 네트워크의 연장으로,
취미는 사이드잡의 출발점으로 포장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어느 순간
‘쓸모 없는 경험’이 허용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현대인은 생각보다 ‘판단’에 더 익숙하다.
사유하기보단, 평가한다.
‘이건 가치 있어?’, ‘이건 내게 유리해?’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교하고, 결정한다.
하지만 사유란,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길게 머무는 것이기도 하다.
진짜 생각은
당장 쓸모 없어 보이는
‘낭비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그 낭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사회가 성찰하고 진화하는 발판이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거대한 시뮬레이션 속에 있다.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평균값을 기준 삼는 제도,
경제성 중심의 가치 판단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최적의 선택”만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네오가 그랬듯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이게 정말 나의 선택인가?
이 길은 정말 진짜인가?
“당신이 보는 현실이 전부가 아니라면?”
– 영화 『매트릭스』
가성비를 따지는 사고,
실패 없는 삶만을 추구하는 경향,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는 관계 방식,
성공이 하나뿐이라는 착각…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생각 없는 소비자’로 만들고 있다.
이제는 그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좋은 인생’은
누군가가 이미 정해둔 경로가 아니다.
진짜 인생은 스스로 길을 만들고
때로는 돌아가며, 실패하며,
질문을 통해 발견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자각이다.
바쁜 하루 속 멈춤,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
가성비 없는 글쓰기,
시간을 들여 진짜 관계를 맺는 용기…
그 순간, 우리는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더 이상 '가격표 붙은 전시품'처럼 되지 않기를.
사람이 사람답고,
생각이 자유롭고,
실패가 허용되며,
쓸모없는 시간 속에서 진짜가 피어나는 세상이기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정답’이 아닌 ‘질문’을 가르치고
‘가성비’가 아닌 ‘감성비’를 보여주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2025. 7. 22.(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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