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떠날 것인가?

귀농 귀촌 일단 저질러라.

by 도시탈

나그네여 어디로 가시는가?

하늘 저 멀리 시선을 두노라면, 돌아올 수 없는 여행길 떠나신 울 어머님은 "아범 또 어디 가려고?" 하셨었지.

이제는 길 떠나려 나섰지만 어디 가냐고 묻는 사람도 없구나.


목적 없는 길이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길가에 핀 꽃들이 나그네를 반긴다.

멕시칸 해바라기가 환한 미소를 던진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그저 반긴다.


지리산 둘레길은 언제나 정겨운 풍경이다.

수많은 산객들이 저 길을 걸었으리라.

그들은 목적지가 있었을까?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민초들이 논길을 걸어 산 아래 집으로 향했으리라.

울 어머니 오일장에서 막내아들 좋아하는 뻥 뛰기와 곶감 사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으리라.

막걸리 한 잔에 비틀비틀 춤추며 남의 땅 사이로 난 부끄러운 길을 걷던 울 아버지 생각이 난다.


나그네 또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 초입 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온다.

마을 앞 너른 들판엔 대처에 나간 자식에게 보낼 곡식이 익어간다.


어디로 2.jpg

나그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몸을 누인다.

저 멀리 계족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며 유혹한다.

땅의 소나무와 하늘의 느티나무가 대낮에 몸을 맞대고 연애질을 한다.


멀리 백두대간 능선들이 켜켜이 쌓여 군무를 춘다.

대간길 아래 물길에선 나그네 짐을 실은 황포 돛대가 멀리 사라져 간다.

나그네 그대는 어디로 가시는가?


푸른 하늘 흰구름 기묘한 자태로 나그네를 위로한다.

목적지 없는 나그넷길이지만, 어딜 가든 꿈을 잃지 말라며 새하얀 도화지에 푸른색 물감을 흩뿌려댄다.

나그네 홀로 미소 지으며 또다시 길을 나선다.


(사족)

2013년 귀농을 결행하며 쓴 글이다.

귀농 초기 '서울 촌놈의 지리산 약초 이야기'라 자랑질하며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