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폭풍 덕에 산골이 속살을 드러낸다.
겨울 산골에 폭풍이 몰아친다.
밤새 피어난 눈꽃이 매몰차게 휘몰아치는 바람 앞에 속절없이 꽃잎 떨군다.
겨울 폭풍이 술꾼 아버지보다 더 고약하게 심술을 부린다. 눈꽃 만발한 월봉산으로 진격하는 폭풍 군단이 눈꽃 등 뒤에 비수를 꽂는다. 베인 상처가 깊어 아픔을 감당하지 못한 꽃잎이 뿔뿔이 흩어진다. 꽃송이 체 떨어지는 동백보다 더 처절하다.
산골에 세 들어 살아가는 온갖 피조물들이 폭풍을 견뎌내고 본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월봉 애인은 저 모양으로 밤을 지새운 꼬락서니가 다른 사내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무심한 척 눈길을 돌린다.
눈꽃이 오미자 하우스 봉 위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검은 인삼밭이 새하얗게 위장을 하고 열병식을 하듯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
봉분 위 설화 덕에 누구네 조상은 땅속에서 포근하게 잠들어 있다.
볼품없던 들판이 스키장보다 더 장쾌하게 펼쳐져 자랑질을 한다.
길가 퇴비 포대들이 황석산 석축만큼이나 견고하게 늘어서 있다.
보로니아 꽃을 키워내는 대형 하우스가 눈꽃으로 치장을 하고 꽃보다 더 아름답다 우겨댄다.
극성스럽지 않지만 믿음 강한 산골 노인들이 기도 중인 교회가 평화롭다.
월봉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마을이 한가로이 휴식 중이다.
경운기도 마을회관 너른 마당에 장기 주차권을 구입해 눌러앉았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만난 멍멍이도 따뜻한 온돌방에 엉덩이 한 짝 걸치고 인사를 건넨다.
저 언덕길만 오르면 월봉 거처다. 밤새 딴 남정네 기다리던 애인이 마중을 나왔을지도 모른다. 서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