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탈 Jul 31. 2022

퇴로 열어두기

무모한 도전보다 소심한 기회주의자가  낫다.

# 퇴로 열어두기


낯선 여행길에서 방향을 잃을 경우 일단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확신도 없이 나아가는 것은 목적지 없이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과감하게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방향을 설정하고 출발하는 것이 지혜롭다. 도시 탈출을 계획할 때 만일을 대비해 항상 퇴로를 열어두라는 소리다.


사업을 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키우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성공이 불확실함에도 매몰비용을 이유로 자본 투입을 지속하는 행위, 멈추면 넘어진다며 계속 페달을 밟듯 무의미한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다. 모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도시 탈출도 마찬가지다. 


탈출 이후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도 뱉어놓은 말에 대한 위신 때문에, 그동안 투자한 게 아까워서 그리고 탈출 자체가 목적이 되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면, 탈출은 하였으되 정착지를 찾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나아갈 때를 아는 것처럼 물러설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채 목숨 걸고 싸워야 할 전쟁이 있다. 하지만 퇴로를 열어두고 작전상 후퇴를 해야 하는 전쟁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다시 진격하면 그만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면 후일을 도모하고 잠시 한발 물러나는 게 진짜 용기다.


무모한 도전보다 차라리 소심한 기회주의자가 낫다. 도시에서 할 일이 있으면 버틸 만큼 버텨도 된다. 도시 탈출의 꿈을 잠시 뒤로 미룬다고 포기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도시 탈출을 위해 희망차게 나아가되 퇴로를 열어두는 것도 잊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