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 활용법
산골에 살다 보면 본능적으로 번잡한 것들을 멀리하게 된다. 추억을 쌓는 일 말고는 되도록 덜어내며 살아간다. 체질적으로 버리는 것에 익숙해진다. 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귀농을 결행하면서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갔다. 남덕유산 자락으로 이동해 정착을 하고도 가급적 살림은 단출하게 유지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도 간단한 살림도구 몇 가지를 제외하곤 다 버리고 내려왔다. 하지만 이놈의 책이 문제였다. 책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버려왔음에도 그 양이 상당했고, 버리기에 망설여지는 책들도 있었다. 그런 탓에 간추리고 간추렸지만 책 보따리가 묵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 좀 더 과감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잡는 일도 드물었고, 무엇보다 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산골에서 장식용으로 쓰기에도 멋쩍은 일이다. 봐줄 사람도 없거니와 방문객의 관심을 끌만한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하면 될 일이다,라고 쉽게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머리로는 솔깃하나 가슴은 딴청을 부리곤 한다. 마치, 떠나간 연인을 잊으려 애를 써도 상당기간 가슴속엔 뜨거운 무언가가 남듯 말이다. 참으로 미련한 짓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고민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기 마련이다. 집을 짓고 산골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된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 라는 속담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반년인 산골에서는 난방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기름보일러와 화목보일러를 설치하고 벽난로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토박이들도 불편함 때문인지 의외로 온돌 사용자가 적다. 그러거나 말거나 월봉은 온돌방을 고집했다. 태초부터 온돌방을 꿈꿨으니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온돌방을 덥히려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야 한다. 그러려면 마른 잔가지 등 불쏘시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잔가지를 별도로 마련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바로 이때 책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불 붙이기에 제격인 불쏘시개로 사용하면서 덤으로 거추장스럽던 책까지 정리되니 방이 한결 깔끔해졌다.
혹여, 친구들도 도시를 떠나려거든 짐 되는 것은 모두 버리고, 덜고, 비우고 가볍게 길을 나서길 권고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불쏘시개를 핑계로 책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내려올까 걱정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