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정겨운 장면
산골 촌놈으로 살아가면서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삶이 예전 삶과 무엇이 다르냐고요.
아주 많은 다름이 있을 듯하나 쉽사리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몸은 산골에 있으나 아직도 털어내지 못한 도시적 습관이 곳곳에 덕지덕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언가 구체적인 잘못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몸에 밴 습관을 버리지 못한 우매함을 스스로 나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변화를 실감합니다. 내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환경이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감을 일깨워줍니다. 저로서는 아주 생경한 모습들이지만, 산골 외진 곳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구체적 사례를 몇 가지만 들어봅니다.
이동 슈퍼마켓입니다. 예전에 여성용 화장품, 패물 따위를 팔러 다니던 방물장수와 비슷합니다. 파는 물건이 일반 생필품으로 확대되었다는 점과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장보기가 어려운 시골 외진 곳으로 소비자를 직접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방물장수가 진화된 것이지요. 대부분 1 톤 차량을 이용하지만, 상품 수는 웬만한 슈퍼마켓에 버금갑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듯합니다. 저는 주로 두부를 삽니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을 요량이지요.
이동식 뻥튀기 차량입니다. 시골 어느 장터에 가더라도 뻥튀기 장수는 만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양반들은 차량을 이용해 외진 곳으로 직접 돌아다닙니다. 대부분 한 마을에서 하루씩 머물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아주 작은 마을은 두서너 마을을 묶어 영업을 합니다.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 어머님들은 용케도 찾아옵니다. 뻥튀기 차량은 주로 마을회관 앞에 진을 치는데, 마을 아낙네들이 모여 뻥튀기도 나누고 정과 사랑도 나눕니다. 전 주로 얻어먹는 재미로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면 소재지 주요 장소에 붙어있는 현수막입니다. 현수막이야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답니다. 일부 광고성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자랑질입니다. 누구 자식이 승진했거나, 누구 손주가 대학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어느 학교 몇 회가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대학 입학이 소재가 되려면 명문대 라야 만 자격이 부여됩니다. 이번에는 카이스트가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좀 색다른 현수막도 눈길을 끄는군요. 2016년도 슈퍼스타 K 우승자를 축하하는 내용이네요. 이러다가 '영근로'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와 같은 풍경들이 시골이 고향인 친구들에게는 싱거운 일이겠지만, 월봉 같은 도시 촌놈들에게는 이제 정말 산골에 정착해 사는구나,라고 실감하는 사건들입니다. 아직은 낯설지만 산골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