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머무는 법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by 이연미

물리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료함과 답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만의 ‘고요히 머무는 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팡세>, 단장 136.)’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갖는 것이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온전히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김영하 작가는 서재를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접속하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타자를 대면하는 공간(<말하다>, 김영하)’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타인과의 접촉이 제한되는 시점에 서재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휴관 중인 공공도서관들은 종이책 대신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대여해주고 있다. 가입만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집안에 도서관 크기의 서재를 들이는 셈이다.


서울도서관.jpg 서울도서관 전자책 홈페이지


글쓰기를 통해 ‘복잡계’ 수준의 일상을 잠시 벗어나 ‘나와 오롯이 대면하는 시간(<글쓰기의 최전선>, 은유)’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조지 오웰은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어차피 밖으로 나돌기 어려운 지금, 내적 탐사를 떠나보고 이를 기록하면서 자아를 단단히 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방콕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각종 문화예술 단체의 온라인 상영회도 성행 중이다. 예술의 전당은 유튜브에서 ‘SAC On Screen’이라는 이름으로 클래식, 연극, 뮤지컬, 아동극 등 다채로운 공연 영상을 상영 중이다. 공연 담당자나 연주자와의 실시간 채팅도 진행되어 ‘소통’의 묘미도 있다. 공연이 끝나면 채팅 창을 수놓는 '박수' 이모티콘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KakaoTalk_20200330_162604250.jpg 예술의 전당의 SAC On Screen _ <노부스 콰르텟>
<클래식 노부스 콰르텟> _ 3월 24일(화)
프로그램 중 마지막 곡인 멘델스존의 현악 4중주 제6번이 기억에 남는다. 네 개의 현악기가 주고받는 긴장감 있는 연주가 돋보였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드라마틱하게 편집된 영상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현장이 아님에도 박수가 절로 나왔다.


예술의 전당 외에도 국립국악원의 온라인 콘서트 <사랑방 중계>,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전시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 공연과 전시를 제공 중이다. 그밖에도 베를린 필 하모닉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한 달간 무료로 공개하고 있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공연 실황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가끔 삭막하게 느껴질 때, 이처럼 ‘방구석 음악회/전시회’를 즐기면 조금 더 풍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율라 비스는 그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라고 말했다. 다소 지치고 답답해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지금은 고요히 머물 때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꽃 핀 정원을 다 함께 누비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참고 링크

서울도서관 통합 전자책 홈페이지 https://elib.seoul.go.kr/ebooks/main.do

예술의 전당 <SAC on Screen> https://www.youtube.com/user/sacmusichall

국립국악원 <사랑방 중계> https://www.youtube.com/user/gugak1951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회> http://www.museum.go.kr/site/main/home

베를린 필 하모닉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tickets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https://www.metope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