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면 글쓰기 모드에 들어간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박민규를 인터뷰한 어느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다.
박민규 소설가의 책상엔 벨이 하나 놓여있다고 한다. 영화 속 호텔 프런트에서 지배인을 부를 때 쓰는 것 같은 벨이다. 책상에 앉아 글쓰기를 시작할 때 그 벨을 울리는데, 그러면 온갖 잡생각을 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온/오프 스위치를 켠 것처럼 일상 모드에서 ‘글쓰기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청각적인 자극을 이용한다는 것이 기발하다. 고음의 ‘땡-’하는 소리와 이후 점점 잦아드는 소리의 여운. 상상만으로도 몰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령 통화를 하고 난 뒤에 다시 글쓰기 모드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럴 때 종을 울리면 그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어요. 잡생각에 빠졌다가 되돌아 나올 때에도 도움이 되죠.” _ 박민규 소설가 인터뷰 중 발췌
소설로 쓰고 싶은 글감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는 박민규 소설가. 그런 그에게 글쓰기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주는 이 벨은 꼭 필요한 아이템인지도 모르겠다.
김상욱 교수는 그의 저서 <떨림과 울림>에서 ‘소리는 떨림’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 벨은 더더욱 적확한 아이템이 아닌가. 벨 소리의 떨림에 작가는 울림의 글쓰기로 화답하는 것이니 말이다.
내 물건 중에는 지금 당장 활용할 만한 것이 없을까?
안타깝게도 청각을 자극하는 소품은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모래시계 형태의 거꾸로 올라가는 4분짜리 명상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렌지 빛깔의 기름방울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쌓이는 모양새가 몰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 일단 이걸 활용하여 ‘글쓰기 모드’에 들어가 보자. 소리뿐만 아니라 '빛도 떨림'이라고 했으니까.
4분의 글쓰기 예열시간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 이제 ‘글쓰기 모드’에 돌입! 이 실험이 성공적 일지는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판단하기로.
*인터뷰 기사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544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