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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관계의 거리

by Johnstory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고 있는 와중에, 엄마들까지도 개입되어 고민하고 한탄하는 시대상은 비단 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이런저런 이슈에 무던히 반응하던 딸이라 그리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는데 아내는 최근의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말'과 관련된 일들을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동네 엄마들과 교류가 많은 편도 아니고, 그런 교류를 즐겨하는 성향도 아닌 아내라 아이들 일로 늦은 시간까지 첫째의 친구 엄마와 통화를 하고 연락을 하는 것이 나로서도 신경이 쓰였다.



원래 난 이와 같은 일들에 크게 관심이 없는 아빠였다.



아이의 주변에서 생기는 일인데 관심이 없다는 것이 일견 부모로서 무책임해 보일 수 있으나, 우선 주변의 일들로 부정적 펜듈럼에 좌우되고 싶지 않았고, 더 중요한 것은 이슈에 몰입할수록 연관된 이슈들만 재생산될 수밖에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관조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물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고민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아내의 얘기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애써왔다. 그런데 그런 나도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 이기도 하고, 이제 곧 예민한 시기를 한동안 지나가게 될 텐데 이 시기의 교우관계가 아이의 정서적 성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쩍 아이들에 대한 아내와의 대화가 늘었다. 부부로서 자녀교육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학습에 대한 구체적 실행 안은 아내가 잡는다. 그리고 과정에서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나는 아내에게 생각을 전한다. 자녀교육의 성공비결 중 하나가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관심할 만큼 강심장이 아니기에 난 최소한의 의견을 낸다. 어떤 길이든 자녀를 위해 부모가 결정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그것이 옳게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어떤 선택이든 음과 양이 있고, 후회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렇기에 결정과 행동 그리고 지속에 관심을 두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학습과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는 마흔 중반을 살아가는 내게도 쉬운 주제는 아니다. 그래서 어젯밤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딸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착한 친구, 나쁜 친구란 없다. 다만 나와 맞는 친구 그렇지 못한 친구만 있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나쁜 친구가 아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이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친구가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네 할 일을 열심히 잘하고, 너 자신을 잘 가꾸면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함께할 수밖에 없다. 너는 이쁜 꽃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늘 주위에 나비가 가득할 것이다. 그러니 친구를 미워하지도, 지나치게 친구에게 빠지거나 휘둘리지도 말자.




이런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커버린 딸아이가 대견하고, 또 그런 주위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덤덤히 커나가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렇게 잘 커갈 수 있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아내에게도 역시 고마웠다. 아이들에 대한 문제는 늘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해결책은 쉽다. 우리 같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된다. 30년 된 죽마고우도 결국 나 자신이 될 수 없다. 나는 나고, 친구는 친구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교복을 입고 다닐 때도, 대학을 가서도, 재수를 했을 때도, 취업을 준비할 때도 우린 스스로 잘되기 위해 분투했다. 이들은 열일곱 당시 친구들과 무리 지어 분위기를 잡고 다니던 이들이 결코 아니었다. 각자 자신을 가장 아낀 이들이, 마흔 중반이 되어 친구들도 아끼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함께하면 기쁘고 즐겁고 고마운 이들이 우리 아이들 주위에도 가득하길, 그 친구들 역시도 자신들의 하루에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를 아끼며 아름다운 꽃으로 성장해 주길 온 마음 다해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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