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넘어, 성장으로
여러분에게 조금 아플 수도 있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별 후, 상대방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하시나요? 그 물건들을 마주할 때, 어떤 감정과 생각들이 떠오르시나요?
이별의 과정은, 어쩌면 이 물건들을 정리하는 과정과 꼭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한동안 이별의 흔적들을 잘 버리지 못합니다. 특히 실용적인 것들은요. 함께 샀던 신발, 선물 받은 옷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애써 "물건은 죄가 없잖아"라고 되뇌며 쿨한 척하죠. 신기하게도 그런 물건들을 볼 때는 '유용하고 고마웠다' 정도의 생각만 들 뿐, 큰 감정의 동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함께 찍은 사진, 빼곡하게 마음을 적은 편지. 이런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 저는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이곤 합니다. 사진 속에 담긴 나의 젊음과 행복했던 순간이 너무나 아까워서,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을 넘어 그리워하고, 결국 후회를 만들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모든 것을 비워내는 저만의 '결별식'을 치릅니다. 마음속에서 그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 눈에 보이는 그의 흔적부터 정리하는 것이죠.
모든 연애가 해피엔딩일 수는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아쉬운 결말을 맺죠. 그리고 그 끝은, 일반적으로 한쪽만의 잘못으로 오지 않습니다.
저는 이별의 아픔이 조금 가라앉고 나면, 가장 고통스럽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을 시작합니다. 바로 '관계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이죠. 이 과정은 다음 연애를 위해, 그리고 다음 사람과 나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저는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저의 지난 연애를 상세하게 분석합니다.
상대의 어떤 부분을 내가 이해해주지 못했는가?
나는 어떤 부분을 상대에게 이해시키지 못했는가?
나는 왜 갈등을 대처할 때 그런 잘못된 태도를 보였는가?
어떤 상대가 나와 잘 맞지 않는가?
이때 정말 가슴이 미어지고 제 잘못을 크게 통감하게 되죠. 그래서 때로는 저 과정을 겪다가, 전 연인에게 다시 연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의 잘못만 생각하던 비이성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자, 훨씬 더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그걸 날려버렸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거죠.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갑니다. 내가 아무리 돌이키고 싶어도, 이미 상대에게 나는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다시 잡아보려는 노력을 말리지는 않지만, 해볼 만큼 해본 이후에는 놓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도 그와 같이 힘든 시간을 혼자 감내하고 나를 보냈을 테니까요.
그저 그 아픔을 간직한 채 잊지 말고,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이 모든 성장통을 겪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는 또 다른 함정과 마주합니다. 바로 '미화된 과거의 연인'과 '현재의 연인'을 본능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관계를 통해 수많은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오랜 시간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끝에 서로의 잘못을 분석하고 인정하며 후회했던 그 모든 노력을 배제하고도, 진정 현재 내 연인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혹은, 이제는 관계 형성에 지쳤다는 핑계로, 내가 새로운 관계에서 노력을 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현재 내가 선택한 상대를 소중하게 대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지금 제 머릿속에도, 제가 선택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미안한 사람들이 몇 스쳐 지나갑니다. 과거에 머물며 현재를 후회하고 미래를 갉아먹는 것은, 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결국 '나랑 맞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어'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마음을 닫게 되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정말 괜찮은 사람을 나의 용기나 노력이 부족해서 놓친 적도 있지 않나요? 세상에 사람은 너무 많고, 그중에서 나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맞춰가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의 '경우의 수'도 분명히 늘어납니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저도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운동 좀 해야겠습니다. ㅜㅜ
여러분, 여러분의 '이별 상자'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나요? 그리고 그 아픔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나요? 댓글을 통해 서로의 성장통을 나누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