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지트는, 아무도 없는 밤의 농구장입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가장 솔직한 내가 될 수 있는

by msg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가장 솔직한 내가 될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라고 부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나요?

그곳이 내 방 침대 위든, 동네의 작은 카페든, 한적한 공원 벤치든 상관없습니다. 나의 영혼이 온전히 재충전되는 곳, 그곳은 어디인가요?

오늘은 저의 아주 사적인 아지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저의 하루는 다시 시작됩니다

저의 아지트는 제 소유의 공간이 아닙니다. 퇴근 후 아주아주 늦은 밤, 인적이 끊긴 중랑천의 어느 농구장이죠.


치열하게 살았던 하루의 끝. 저는 텅 빈 농구장에 홀로 서서, 낡은 농구공을 튕깁니다. 드리블 소리가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고, 저 멀리 가로등 불빛만이 저와 골대를 비춥니다. 그리고 저는,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다는 아주 소소한 목표를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강박도, 목표에 대한 집착도 없습니다. 공이 들어가도 좋고, 안 들어가면 공 주우러 뛰어가면서 운동해서 좋습니다. 그냥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제 인생의 몇 안 되는 '결과와 상관없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온종일 저를 짓누르던 스트레스도, 복잡했던 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가장 솔직한 감정을 분출하는 공간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라, 마음껏 소리쳐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바로 옆이 도로라, 저의 고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걱정도 없죠. 저는 이따금씩,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공을 던집니다.

인생을 살면서 저는 '혼자'를 지양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제 안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곳도 바로 이 농구장이었네요.


저는 슬픔을 꼭 혼자 삭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을 능숙하게 분출하지도 못하는 어설픈 어른입니다. 그래서 농구장에서 진이 빠질 때까지 씩씩대고, 땀과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오는 것이, 최근 저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가져다줍니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갑옷을 내려놓고, 가장 연약하고 솔직한 저로 돌아갈 수 있는 곳. 그래서 저는 이 텅 빈 농구장을, 저의 '아지트'라고 부릅니다.

'아지트' 이야기가 최고의 '대화 치트키'가 되는 이유


여기까지 제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아마 저라는 사람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구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길 줄도 아는 사람이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솔직하게 노력하는구나' 처럼요.

바로 이것이 '아지트' 이야기가 가진 힘입니다. 가장 솔직한 '나'를 만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나의 휴식과 재충전 방식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최고의 '자기소개서'가 됩니다.


이런 구체적이고 진솔한 자기 개방은, 대화하는 상대방도 훨씬 더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줍니다. "저는 MSG님처럼 활동적인 건 아니지만, 조용한 새벽에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쓸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해져요"와 같이 말이죠. 이렇게 서로의 아지트를 교환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빠른 속도로 라포(Rapport)를 형성하게 됩니다.

(혹시 밤과 새벽 그 사이 어딘가, 중랑천의 수많은 농구장 중 한 곳에서 누군가 씩씩대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면, 그게 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여러분만의 '아지트'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그곳에서,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계신가요?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공간과,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공유해주세요.

서로의 아지트를 구경하며, "아, 이런 곳에서 이런 방법으로 힘을 얻는구나" 하고 배우는, 따뜻하고 유쾌한 대화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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