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분이 한 달째 매일 야근을 하고 있었어요. 지나칠 때마다 항상 뭔가를 하고 있었고 주말에도 메시지가 오는 날이 있었어요. 1:1 미팅에서 물어봤어요.
"요즘 많이 바쁘죠? 어떤 일들을 주로 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다 있어요. 매일 할 일이 넘쳐서요."
"그중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다...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 대답이 마음에 걸렸어요. 다 중요하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은 거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물어봤어요. 지금 진행 중인 일들을 하나씩 꺼내봤더니 다음 주까지 완성해야 하는 보고서와 한 달 뒤가 기한인 기획서를 거의 같은 긴박감으로 병행하고 있었어요. 급하지 않은 일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정작 중요한 일은 남은 시간에 몰아서 하고 있던 거예요.
그날 대화를 마치고 혼자 생각했어요. 이게 '이 분만의 문제가 아니겠구나'라고요.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눈앞에 있는 것부터 처리하고 싶어 져요. 들어온 순서대로, 보이는 순서대로. 일단 뭐라도 하고 있어야 불안이 가라앉는 느낌도 있고요. 그 마음을 이해해요.
팀장이 되고 나서 보이는 게 있어요. 항상 바빠 보이는데 정작 중요한 결과물 타이밍에 아슬아슬한 경우가 있어요. 작은 요청들에 빠르게 반응하고, 메일도 금방 답하고, 눈에 띄는 일들은 잘 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요한 일은 계속 뒤로 밀리는 패턴이에요.
반대로 일이 많아도 여유가 있어 보이는 분들이 있어요. 이분들의 공통점은 하나예요.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걸 먼저 해요. 급하게 느껴지는 일과 실제로 중요한 일을 구분하는 거예요.
이 차이가 쌓이면 나중에 꽤 큰 차이가 돼요.
사실 이건 팀원분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여러 가지 일을 요청할 때, 어떤 게 더 중요한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이것도 해주시고, 이것도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면서 우선순위 없이 던지면, 팀원 입장에서는 다 똑같이 급한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거든요.
어떤 분이 마감 직전에 힘들어하는 걸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제가 여러 개를 동시에 요청하면서 "어느 게 더 중요해요?"라는 말을 빠뜨린 거였어요. 팀원분은 다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일을 비슷한 무게로 안고 있었던 거고요.
그때부터 일을 요청할 때 함께 말하려고 노력해요.
"이 두 가지 중에 이번 주는 A가 더 중요해요. B는 다음 주까지 부탁해요."
이 한마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달라요. 팀원 입장에서 집중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우선순위를 전달하는 건 팀장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늦게야 알게 됐어요.
모든 일이 다 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메일이 왔으면 빨리 답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 요청하면 바로 처리해야 할 것 같고, 할 일 목록에 쌓이면 다 없애야 할 것 같은 느낌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드리는 요청들도 다 같은 무게가 아니에요. 오늘 안에 꼭 필요한 것이 있고, 이번 주 안에 되면 되는 것이 있고, 방향만 잡아두면 되는 것도 있어요. 그 차이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판단이 안 된다면 물어봐 주셔도 돼요.
"팀장님, A랑 B가 있는데 오늘은 A를 먼저 하려고 해요. 괜찮을까요?"
이 한마디가 있으면 방향이 맞으면 바로 집중할 수 있고, 다른 순서가 필요하면 제가 조정해 드릴 수 있어요. 혼자 모든 판단을 다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판단이 어려울 때 먼저 물어보는 것, 그것 자체가 일을 잘하는 방식이에요.
일이 쌓이면 일단 처리하고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빨리 없애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중요한 일은 계속 뒤로 밀렸어요. 마감 직전에 몰아서 하고, 퀄리티가 아쉬운 상태로 내고, 나중에 후회하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그게 바뀐 건 어떤 리더분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을 때였어요.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뭔지 먼저 생각하고 시작해요. 나머지는 그다음이에요."
당연한 말 같지만,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잘 안 돼요. 매일 아침 오늘 내가 반드시 끝내야 할 것 한두 가지를 정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달라졌어요. 바쁜 건 여전했지만, 중요한 일을 놓치는 일이 줄었어요.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데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한 단계가 올라서요.
이 능력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아요. 매일 조금씩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쌓여야 해요.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이 맞나?"
이 질문을 의식적으로 던지기 시작하면 달라져요. 처음엔 어색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점점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되고, 그 판단이 맞아떨어지는 경험이 쌓이면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요.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먼저 물어봐 주세요. 같이 정하면 돼요.
그게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예요.
✅ 보통 팀장의 속마음
"일이 많을 때일수록 뭐가 가장 중요한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판단이 어려우면 저한테 먼저 물어봐 주셔도 돼요. 같이 정해요."
⚡ 조금 더 솔직한 속마음
"바쁜 것과 잘하는 건 달라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먼저 생각하고 시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