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처음이 아닌데도, 팀원들에게 전하는 일은 늘 어려웠어요.
상급자에게 의사를 전하는 것과는 다른 무게가 있어요. 회사에 보고하는 건 결정을 알리는 일이에요. 하지만 팀원에게 전하는 건,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그 자리에 앉아서 말을 꺼내는 순간, 그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어디까지 솔직하게 전해야 할지 그것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조직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한 적도 있고 내가 먼저 떠난 적도 있어요. 그때마다 알게 됐어요. 떠난 사람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남은 사람들은 남은 환경에서 각자의 역할을 만들고 살아간다는 걸요. 그게 조직이에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내가 말을 꺼내야 하는 상황은 늘 어려웠어요.
팀으로 그리고 한 명 한 명, 함께한 시간이 머릿속에서 지나갔어요. 어떤 분과 나눴던 대화, 어떤 순간에 같이 웃었던 것들,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겨우 넘겼을 때의 기억들이요. 그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 한편이 아렸던 건 미안함은 아니었어요.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각자의 선택은 그 시점 각자의 최선일 테니까, 그 감정을 미안함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아쉬움이에요. 더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이요.
지금까지 이직을 할 때마다 상급자들의 응원은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게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그런데 함께한 팀원들과 동료들이 먼저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그 말이 감사했어요.
회사에서 관리자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위를 향하게 되는 일이에요. 조직에 더 잘 보이기 위한 노력과 팀과 함께 가기 위한 노력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썼는지를 떠나는 순간에야 알게 됐어요. 잘 보이는 것과 잘 이끄는 것은 다를 수 있는데, 그 구분이 선명하게 느껴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떠날 때였어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다시 꺼내게 됐어요.
팀원의 이직을 응원해야 한다고 써왔어요. 구성원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게 리더라고요. 그 말이 나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실감해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았으면 좋겠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어요. 새로운 곳이 무조건 좋은 곳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1년 뒤, 3년 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가늠이 된다는 건 정체일 수 있거든요. 더 큰 성장을 목표로 커리어를 바라봐야 한다면, 그 그림이 아직 흐릿한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더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함께한 구성원들에게 한 명 한 명, 짧게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요. 잘한 것, 아쉬운 것, 고마운 것. 말하지 못하면 아쉬움이 미안함이 될 것 같았어요. 리더로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라고 생각해서 준비했어요.
리더로서 팀원의 퇴사를 받아온 사람이 이제 반대편에 서봤어요. 말을 꺼내는 쪽도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솔직하게 전하는 것, 그게 리더십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많이 느껴요.
떠나는 리더도, 남아있는 리더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돼요.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