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섬 아르가오(Argao). 바다 옆 작은 마을.
세부(Cebu)는 강렬한 태양이 쏟아지는 낮에는 뜨거움을 식혀줄 스노쿨링, 다이빙과 같은 해양 레포츠나 몸을 편안히 풀어줄 마사지를 즐기다 붉은 석양이 질 때쯤 산미구엘 맥주와 함께 즐기는 맛있는 음식에서 이국의 정취를 함께하고 어둠과 함께 카지노나 클럽으로 향락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수많은 한인 여행사와 마사지샵, 숙소들은 영어 한 마디 하지 못하여도 무리없이 즐겁게 여행을 즐기게 해 주기에 누구나 쉬이 들어봤을 한국인들이 아주 많이 가는 여행지이다.
막탄섬과 시티 내에서만의 여행이 지겨운 이들이 자주 가는 곳 중에 세부 섬 남부의 오슬롭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 곳에 자주 출몰하는 희귀종 고래상어(Whaleshark)를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유명한데, 오로지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볼 수 있다. 엔진도 없는 쪽배에 몸을 싣고 앞바다로 나가 배 옆에 늘어진 대나무 지지대를 의지하여 스노쿨링으로 수면의 새우젓을 흡입하는 고래상어를 눈 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다. 단, 세부시티에서 오슬롭 고래상어 포인트까지 이동시간이 4시간 정도 걸린다. 잘 포장된 도로가 아닌 덜컹덜컹 구불거리는 도로를 달리는 버스로 말이다.
아르가오는 세부시티와 오슬롭 중간에 위치한 지역이다. 유명한 유적지나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 했을 작은 마을이다. 보홀에서 바로 오슬롭으로 가는 페리를 찾다가 보홀에서 아르가오로 가는 직항 페리가 있음 찾아내어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여정에 넣은 곳이었다. 그러나 현실이 항상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보홀에서 떠나는 당일, 거친 파도로 인해 이른 아침에 계획된 호핑이 취소되었다. 오후 페리로 아르가오로 떠나려는 계획은 1주일 전처럼 오후 페리 운행 중단으로 보홀 섬에 갇힐까 두려웠기에 포기하고 서둘러 짐을 싸서 탁빌라란 항구로 향하였다. 15분 후에 세부시티로 떠나는 페리 티켓을 사는 것으로 머나먼 하루 여정이 시작되었다. 세부시티로 가는 페리 2시간, 오슬롭 고래상어 포인트로 버스 4시간을 타고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뻗어버렸고, 덕분에 다음 날 아침 6시에 나는 고래상어와 조우할 수 있게 되었다.
변경된 여정으로 인해 다음 숙소로 가기까지 1박 2일의 시간이 비어버렸다. 시티로 가서 새로운 숙소를 구하기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한 아르가오로 가기로 결정했다. 필리핀은 총기 사용이 허용된 나라로 치안이 매우 위험하기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매우 제한된 곳만을 방문한다. 대형몰, 카지노, 호텔이나 리조트, 고급 식당 및 마사지샵 등 현지인들의 삶과 매우 유리된 여행을 한다.
그렇다면, 현지인들의 생활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이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곳. 나는 아르가오가 평범한 필리피노들의 일상을 보여 줄 것이라 믿었다.
숙소는 BJ's seaside라는 미국인 & 필리피노 부부가 운영하는 B&B였다. (따뜻한 환대와 섬세한 배려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음에 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강렬한 동남아의 헷살은 나로 하여금 아침 6시에 일어나게 만들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Abear street 끝자락에 위치한 숙소의 대문을 나서며 고개를 돌리니 바로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낯선 광경에 놀라 발길을 돌려 골목을 걸어 나간다. 바나나 나무를 키우는 이웃집을 지나 탐스러운 남국의 꽃들이 피어있는 집들을 지나 길 위에 선다. 교복을 입은 어린아이가 부지런히 걸어가는 곳을 바라보니, 서양풍 건물이 눈에 띈다. 카톨릭이 대다수인 필리핀이기에 도시 곳곳에 성당이 있음은 이미 보홀에서 충분히 보았다.
문득 원래 계획대로라면 배가 정박했을 피어(Pier)가 궁금했다. 숙소에서 슬쩍 보였던거 같은데, 여객터미널 건물도 없어보인다. 피어로 가는 길에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오래된 거목은 신성시 여기기에 다가가보았다.
나무 뒤에 보이는 여행자 인포메이션 건물은 꽤 오랫동안 찾는 이가 없어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피어로 걸어가본다.
역시나 선착장만 덜렁 있고, 주변에 몇몇 현지 청소년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다. 아... 쭈뼛쭈뼛 거리며 서둘러 사진만 찍고 돌아나온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잭푸르츠 나무가 있는 집을 보았다. 우리나라 감나무 같은 정원수인가보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도, 손자의 등교길에 동행하는 할머니도 살짝 길을 헷갈린 낯선 이방인의 아침 산책을 조용히 바라봐주었다. 크진 않지만 남국의 화려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는 소담한 골목길은 필리피노들의 아기자기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정취를 흠뻑 느끼며 나는 숙소의 초인종을 눌렀다. 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평화로운 오전을 보낼 수 있으니라 느끼며 대문을 들어섰다.